인디언 스카우트, 100세 크루저의 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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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매년 새로운 모터사이클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기술도,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며 세대교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매년 엄격해지고 있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도 이런 흐름에 일조한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을 버틴 기종은 더욱 특별하다. 그리고 그 기간이 ‘100년’이라면 특별함을 넘어 경외감마저 든다. 비록 온전하게는 아니더라도 100년의 세월을 라이더의 곁을 지켜 온 모터사이클,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스카우트가 그런 존재다.

스카우트의 과거와 현재
스카우트는 1920년 등장한 이레, 한 세기를 버티며 양산되어 왔다. 초기에는 101스카우트, 스포츠 스카우트, 스탠다드 스카우트 등의 이름표가 붙었고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미군 군용 모터사이클로 운용되기도 했다. 전란이 끝난 뒤에는 648 스포츠 스카우트, 249 스카우트 등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이뤄진 시기는 21세기에 들어선 이후다. 초기 스카우트의 형태인 V트윈 엔진을 부활시켰고 2015년식부터는 수랭식 엔진을 탑재한 스카우트를 선보였다. 그렇게 스카우트는 시대의 요구에 걸맞게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꿔가며 생명력을 유지했다. 올해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20 스카우트’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100주년 기념 모델과 스카우트 바버 트웬티를 공개했다.

현재 스카우트는 다섯 개 기종을 출시 중에 있다. 엔트리 모델인 스카우티 식스티는 1,76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디언 브랜드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999cc 배기량의 수랭식 V트윈 엔진을 탑재해 7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스카우트 식스티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는 1,133cc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101마력의 최고출력과 9.9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스카우트 바버(2,080만원)는 블랙 아웃 차체, 간결한 펜더, 솔로 시트, 헤드라이트 하우징 등을 장착해 젊고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했고 바버 트웬티(2,150만원)는 에이프 핸들바를 장착해 상체를 세운 편안한 포지션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스카우트 100주년 기념 모델은 연료 탱크와 펜더에 라인을 그려 넣어 클래식한 멋을 살렸고 커스텀 시트, 러기지 랙, 크롬 비치 핸들 바, 스포크 휠 등을 장착해 ‘1920 스카우트’의 전통을 계승했다.


크루저의 우선순위, 디자인과 포지션
이번에 시승을 진행한 기종은 가장 기본이 되는 스카우트였다. 그렇기에 기본기에 집중한 스카우트의 매력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타 장르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크루저는 특히 디자인을 중요한 평가 척도로 삼는다. 편안한 포지션을 지향하는 장르인 만큼 개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게 커스텀을 실시하며 그에 따라 각 기종의 디자인 포인트도 각양각색이다. 그렇기에 스카우트의 디자인과 포지션을 유의 깊게 관찰했다. 스카우트는 상체 쪽으로 뻗은 핸들바를 탑재해 상체가 과도하게 전방으로 쏠리지 않고 포워드 스텝의 위치도 적당해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디자인은 남성미와 여성미가 공존한다. 엔진 케이스, 머플러, 크랭크 케이스, 서스펜션 등의 차체는 블랙과 크롬을 적절히 혼합했다. 특히 엔진은 실린더의 세로 길이(스트로크)보다 가로 길이(보어)가 길기 때문에 잘 정돈된 단아함을 연출한다. 수랭식이기 때문에 냉각핀이 없다는 점도 이런 효과를 부각시킨다.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 소재에 인디언 로고 패널을 삽입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그렇다고 스카우트에게 남성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엣지 커팅 처리한 캐스팅 휠 디자인, 리어 타이어, 절도 있게 수직으로 열을 맞춘 머플러 라인은 선이 굵다. 130mm 폭의 큼직한 프론트 타이어와 그 폭보다 좁은 너비의 헤드라이트 등은 ‘아메리칸 머슬 크루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다. 색상은 총 다섯 가지로 블랙, 화이트, 블루, 레드, 그린이다. 레드와 그린 색상은 연료 탱크에 인디언 그래픽을 새긴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핸들링과 고회전형 엔진의 조합
공차 중량은 253kg이다. 배기량과 가격대를 기준으로 경쟁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의 포티 에잇(공차 중량 247kg)보다 6kg이 더 나가지만 분명 더 가볍게 느껴진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주차를 하는 등의 움직임이 가볍다. 이는 제원 상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 포티 에잇의 경우 휠베이스 1,495mm, 시트고 710mm인데 반해, 스카우트의 휠베이스는 1,575mm, 시트고는 650mm로 보다 길고 더욱 낮다. 그만큼 무게 중심이 낮고 다루기 쉬운 특성이 살아난 것. 이는 가벼운 핸들링과 만나 스카우트만의 매력으로 승화된다. 대다수의 크루저는 핸들링이 묵직하다. 이는 코너링보다 직진성을 강조한 장르 특성이다. 물론 묵직한 핸들링은 크루징에 적합하지만 도심에서는 쉽게 피곤해진다. 스카우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입문자나 여성도 보다 쉽게 다룰 수 있는 특성을 갖췄다.

스카우트는 1,133cc 배기량의 수랭식 V트윈 엔진을 탑재했다. 수랭식 냉각 방식을 채택했기에 엔진열이 적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 부분은 경쟁 기종과 큰 차이가 없어 못내 아쉬웠다. 이 엔진의 최대 출력은 100마력이며, 6,000rpm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공랭식 엔진보다 최고 출력도, 발휘되는 시점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2,000~3,000rpm에서는 다소 심심한 출력 특성을 보이지만 4,000rpm을 넘어서면 스카우트의 진가가 드러난다. 경쟁 기종이 4,000rpm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는 큰 차이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부드럽다. 숏스트로크 엔진(보어 99mm, 스트로크 73.6mm)답게 진동도 상대적으로 적다. 기어 단수는 6단으로 설정했다. 고회전 영역에서 큰 힘을 내는 엔진 특성과 궁합이 잘 맞는다.

크루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역시 크루징 성능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크루징 성능을 테스트했다. 6단으로 기어를 물리고 3,000rpm으로 크루징을 이어간다. 핸들바와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이 적으니 무엇보다 쾌적하다. 클러치 레버, 브레이크 레버, 클러치 페달의 조작감도 부드럽고 가벼워 부담이 없다. 스카우트는 ABS를 탑재했고 앞, 뒤 모두 298mm 크기의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와 16인치 휠을 장착했다. 서스펜션은 41mm 프론트 포크와 리어에는 듀얼 쇽업소버를 적용했다. 전체적인 차체 구성은 부족함도 필요 이상의 과함도 없는 수준이다.


모터사이클은 기호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취향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만의 기준을 만족시킨다면 누군가 비웃을지라도 나에게는 최고의 모터사이클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구매 목록 후보의 수는 과유불급보다 다다익선이다. 내 입맛에 맞는 기종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크루저 시장은 격전지다.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에 더해 BMW, 트라이엄프, 혼다 등도 올해 새로운 크루저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쟁쟁한 후보가 늘어나는 만큼 ‘내 모터사이클’을 찾기는 수월해진 모양새다.
 
이와 같은 전제를 두고 인디언 스카우트를 다시 보면 해석이 쉽다. 변화를 거듭하며 100년을 버텨낸 히스토리, 고회전형 수랭식 엔진, 100마력을 상회하는 최고 출력, 가벼운 핸들링, 아메리칸 머슬 디자인 등은 경쟁 기종에는 없는 스카우트만의 매력이다. 반대로 전통적인 크루저에 기대하는 거친 고동감과 강력한 토크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사진
이찬환 기자 chlee@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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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
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