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암 스파이더F3-T, 세 바퀴의 고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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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는 트라이크다. 그러나 트라이크라는 특정 장르보다 스파이더라는 독립된 존재만이 뇌리에 박힌다. 그 이유는 세 개의 바퀴를 활용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캔암은 기존의 트라이크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새로운 탈 것으로 스파이더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스파이더는 그들의 뜻대로 세상에 없던 세 바퀴의 탈 것으로 탄생했다.


범상치 않은 포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경계에 있는 트라이크.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트라이크와 확연히 다른 스파이더는 생김새부터 심상치 않다. 시승 차량은 스파이더 시리즈 중 F3-T 기종으로, 스포츠와 투어링 사이의 균형을 맞춘 모델이다. 1,497mm의 전폭은 국산 경차보다 약 10cm 좁을 뿐이다. 사각 턱을 최대한 벌려서 만들어 놓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을 제대로 냉각시키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보인다. 또한 근육질다운 몸매를 과시하며 한 덩치를 뽐내기에,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시선이 쏠린다.

F3-T는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연상케 하는 포지션을 갖고 있다. 적당히 굽어지는 다리를 앞쪽으로 뻗고 핸들 바에 손을 얹으면 영락 없는 크루저 모터사이클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타입을 혼합한 계기반은 큼직해 정보전달도 쉽다. 675mm 높이의 시트에 앉으면 우람한 풍채가 더욱 와 닿는다. 사타구니 앞쪽으로 27L 용량의 커다란 연료탱크와, 좌우로 떡 벌어진 두 개의 휠이 든든함과 안정감을 더해주고, 여기에 느긋한 자세가 더해지니 이보다 거만할 수 없다. 크루징 포지션의 묘미다.

일단 라이딩 포지션은 편하게 탈 수 있는 조건과 구성을 갖췄다. 그리고 F3-T가 투어링의 요소도 겸비한 점을 감안하면, 라이딩 포지션 외에도 동승자를 태우고 짐을 싣는 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F3-T는 탠덤 그립과 탠덤 스텝이 마련돼있고, 옵션으로 동승자석 등받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탠덤이 수월하다. 또한 차체 좌우의 패니어케이스를 활용해 짐을 실을 수 있다. 놀랍게도 포르쉐 911처럼 보닛(?)을 열면 수납공간이 있다. 물론 엔진이 뒤에 있는 RR구조는 아니다. 외관과 구조만으로도 벌써 쉽게 가시지 않는 충격을 안겨준다.


바를 잡고 타는 고카트

스파이더를 처음 접한다면 조작법을 교육받은 후 연습을 단 5분이라도 하길 바란다. 특히, 두바퀴의 모터사이클에 익숙한 라이더라면 더욱 그렇다. 핸들 바 형태의 스티어링 구조는 모터사이클과 동일하지만, 레버가 없다. 스로틀 조작을 오른쪽 그립으로 하지만, 역시 레버가 없다. 스파이더는 세 개의 휠을 오른쪽 페달로만 제동한다. 모터사이클에 익숙해져 리어 브레이크를 밟듯이 페달을 밟고, 프론트 브레이크를 따로 조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다가는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어쩌면 라이더보다는 오히려 드라이버가 적응하기 쉬울 수 있겠다.

이는 단순히 조작법의 이유만이 아니다. 차체가 움직이는 거동자체가 모터사이클보다는 자동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는 모터사이클 및 여타 트라이크처럼 차체가 눕는 구조가 아니다. , 라이더의 체중 이동으로 차체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등의 동작 없이, 자동차 운전처럼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 바를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익숙해지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익숙해지고 나면 불편할 것도 없다.

주행감각의 전반에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깔려 있다. 스파이더는 알파벳 Y형태의 프레임, 즉 프론트의 접지면적을 최대한 넓힌 역삼각형의 형태를 취하기에, 여타 트라이크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다. 1,330cc 직렬 3기통 엔진은 430kg의 무게를 이동시키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고, 7,250rpm에서 115마력의 최고출력과 5,000rpm에서 13.3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에 힘이 딸리거나 굼뜰 일이 없다.

오버리터급답게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과정이 묵직하면서도 호쾌하고, 구조가 안정적이다 보니 스로틀을 마음껏 열어도 위화감이 적다. 최종 구동방식은 벨트 드라이브로 내구성이 우수하다.  반면, 스로틀 반응은 반 박자 쉼표를 찍고 응답한다. 엔진의 힘은 충분하나 투어링을 염두에 둔 세팅 때문인지 약간의 여유를 부린다. 세미오토 타입의 변속기는 왼쪽에 마련된 +/- 버튼으로 기어 단수를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다운 시프트는 회전 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내려주는데, 기계가 맞물리는 철컥 소리만 날뿐 백토크로 울컥거리는 현상은 없다. 보다 타이트한 감각으로 회전 수를 사용하고 싶다면 직접 버튼을 눌러 단수를 내리면 되고 이 역시도 변속 충격은 없다.



R은 후진 버튼으로 자동차처럼 편리하게 주차를 할 수 있다

트라이크지만 배기량으로 인해 스파이더만의 속도감을 맛볼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이다. 실제 동급 배기량의 모터사이클과 비교해 얼마나 빠른지는 알 수 없지만, 스파이더의 특징이자 장점인 구조에서 오는 감각이 전혀 다른 재미를 준다. 세 바퀴로 접지면적을 넓히고 차체를 낮게 깔아, 고카트의 느낌을 전한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본격적으로 횡G가 몸을 밀어낸다. 자동차처럼 시트와 안전벨트 등으로 상체와 골반을 고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무심코 코너와 맞닥뜨리면 몸이 바깥으로 금새 끌려간다. 하중이동으로 코너를 공략하는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몸을 코너 안쪽으로 숙여줘야 보다 적극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 몸을 잡아주지 않고 개방된 상황에서 느껴지는 횡G는 극한의 스릴보다는 물리법칙과 기계 사이에서 생생한 교감을 전달한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이런 고갯길에서 동시에 드러난다. 후륜에서는 묵직한 토크가 계속해서 힘을 넣어줘 달려가려고 하는데, 언더스티어 때문에 라인을 그려나가기가 힘들다. 또한 코너 안쪽 방향의 핸들 바는 바깥으로 빠져 나가려는 프론트를 잡기 위해 그립을 쥔 손에 힘을 필요로 하고, 결국 코너를 공략했다기 보다는 버텨내고 탈출하는 느낌이다. 분명 부드럽지만, 회전 구간에서의 핸들링은 묵직하다.


이유 있는 반항

F3-T를 타고 달린 고갯길에는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공사 현장의 흔적으로 모래도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모터사이클이었다면 코너에서 만나는 요철과 노면의 이물질에 가슴이 철렁했겠지만, F3-T는 끝끝내 평상심을 유지했다. 더블 A암 구조의 프론트 서스펜션과 모노 쇽업소버의 리어 서스펜션은 삭스(SACHS)를 채용했으며, 시종일관 차체를 탄탄하게 받쳐줬다. G로 인해 라이더의 몸만 휘청댈 뿐 차체의 롤링은 지극히 적었다. 또한 TCS(Traction Control System), SCS(Stability Control System), ABS, 크루즈 컨트롤 등의 다양한 첨단 장비가 기본으로 장착돼있어 온전히 달리고 돌고 서는 데에만 집중하게 한다.

특히, 제동성능이 우수하다. 270mm의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는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압력을 주던 밀리거나 꿈틀대지 않고 올바른 자세로 감속한다. ABS가 작동되면 오른쪽 페달에만 미세하게 진동이 느껴질 뿐 감속하는 상황에서 이질감은 없다. 세 바퀴 중 하나가 노면에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출력을 제한해 전복의 우려를 최대한 억제한 설정도 안정적이다.

스파이더는 모터사이클에 바퀴 하나를 더한 것도 아니고, 자동차에서 바퀴 하나를 뺀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특성을 가진 또 하나의 탈 것이다. 평범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주행감각은 독특하고 신선하다. 게다가 트라이크에 이렇게나 많은 첨단 및 편의장비와 고성능을 추구하는 모델이 있었던가. 기존의 트라이크는 물론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스파이더는, 진정한 트라이크의 고급화를 노린다.

때문에 가격은 높을 수 밖에 없고,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겠다. 결국 스파이더는 여유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의 여유가 아니라 새로운 탈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즉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재미와 도전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자들이 선택할 것이다. 분명, 아스팔트 위의 새로운 장난감인 것은 확실하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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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