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스크램블러1100, 모던 스크램블러의 피날레

0
68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했던가. 두카티가 자사의 스크램블러 라인업에 1100을 추가했다. 두카티는 현재 서브 브랜드인 스크램블러로 클래식 열풍에 동참한 것은 물론 꽤나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선풍적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BMW의 알나인티 시리즈와 대적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알나인티 시리즈가 오버리터급인데 반해, 두카티의 스크램블러는 리터급 이하의 배기량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EICMA 2017에서 공개한 스크램블러1100은 오버리터급 공랭식 L트윈 심장을 품고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알나인티를 위협할 기세다.


헤비급 L트윈으로 완성한 스크램블러

스크램블러라는 장르의 본질 자체가 온로드는 물론 흙 길에서도 거침 없이 질주하는 터프함이 근간이지만, 정작 비포장길에서 오버리터급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나인티 시리즈와 같은 대배기량이 인기인 이유는 결국 클래식이라는 이미지와 해당 기종에 대한 상징성을 소비하는데 있다.

두카티의 스크램블러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400 800 라인업으로도 비포장길에서 충분히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슈퍼스포츠가 내뿜는 엄청난 출력을 백분 활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소유하는 것처럼, 플래그십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스크램블러1100 역시 모든 라이더가 스크램블러본연의 성질을 활용하며 타지는 않을 것이다. 공랭식 L트윈 엔진을 품은 스크램블러 라인업의 최고봉에 위치한 상징과 여유를 맛보고 싶은 게다. 누군가에게 필요이상의 낭비로 여겨질 것들이 또 다른 이에게는 낭만일 수 있다.



좌측부터 스크램블러1100, 스크램블러1100 스페셜, 스크램블러1100 스포츠

게다가 패션과 쉽게 융화될 수 있는 장르 또한 클래식 스타일이다. 오로지 퍼포먼스에 집중해 냉정하고 건조하게 설계한 모터사이클은 기능에 의거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클래식 스타일은 전통과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이기에 그 시절의 문화와 트렌드가 반영된다. 따라서 모터사이클과 함께 연출할 수 있는 감각적인 패션은 물론, 해당 장르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일상과 취향까지도 대변한다. 때문에 이들에게 스크램블러1100과 같은 플래그십의 의미는 브랜드에서 표할 수 있는 완성형에 가까운 스타일과 상징성을 지닌다.

물론 높아진 성능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1,079cc 공랭식 L트윈을 탑재한 스크램블러110086마력(7,500rpm)의 최고출력과 9kg*m(4,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유로4 기준을 만족한다. 기존 800시리즈와 비교해 대폭 상승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도심과 투어 및 다양한 노면에서 본연의 성능을 발휘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현재 두카티의 대배기량 공랭식 L트윈은 스크램블러1100이 유일하기에, 이것만으로도 두카티 마니아들에게는 스크램블러1100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차체는 콤팩트하게 설계했다. 두카티도 스크램블러 라이더들이 도심 주행이 주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배기량은 커졌더라도 대도시의 번잡한 교통흐름 속에서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튜블라 스틸 트렐리스 프레임과 알루미늄의 서브 프레임도 새롭게 제작했으며, 넓은 핸들바는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과 조작의 용이함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맏형다운 볼륨과 당당한 덩치를 자랑한다. 스크램블러1100은 기본형과 스포츠, 스페셜의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나눴다. 비대하지 않도록 디자인을 유려하게 다듬었고, 듀얼 타입으로 추켜 올린 머플러로 오버리터급다운 뒤태를 완성하는 화룡정점을 찍었다. 또한 단순히 새로운 기종이라는 의미로 디자인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까지 보완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이를 테면 계기반은 주행 시 필요한 정보와 편의를 위한 연료 잔여량 및 기어단수를 추가했다. 헤드라이트의 DRL을 비롯한 리어라이트 및 방향지시등은 모두 LED를 적용했고, 핸들바의 스위치 뭉치도 보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두툼하게 다듬은 연료탱크는 15L로 용량도 소폭 상승했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320mm의 대구경 더블디스크와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를 물렸고, 두카티 세이프티 팩인 코너링 ABS와 트랙션 컨트롤을 기본으로 탑재해 주행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세 가지의 라이딩 모드를 지원해 어떠한 주행환경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서스펜션은 기본형과 스페셜 버전의 경우 전/후륜에 가야바의 도립식 포크 및 모노 쇽업소버를, 스포츠 버전의 경우 전/후륜 모두 올린즈를 채용해 섀시 구성의 차이를 뒀다. 휠은 스페셜 버전이 스포크 타입을 장착했으며, 컬러와 시트 디자인 등으로 각 버전의 특징을 강조했다.

스크램블러1100이 속한 시장은 수치와 성능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감성, 문화, 패션, 정체성 등 복잡다단한 요소가 집결된 곳으로, 본연의 성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클래식과 트렌드의 저울질을 얼마만큼 균형 있게 조율하느냐에 달렸다.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입문 영역을 높이는 동시에, 두카티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브 브랜드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스크램블러1100은 지금의 스크램블러가 서브컬처의 중심에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김영진 기자 happyvalu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