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현지 시승, 아이언1200 & 포티에잇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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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도를 살짝 웃도는 기온에 공기는 건조했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은 재킷을 뚫고 들어왔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이 얼마만일까. 이제는 그레이 컬러를 하늘색으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서울의 하늘만 보다가 아드리아 해를 뒤집어 놓은 듯한 창공을 보니 천국이 별게 아니다. 크로아티아의 남부 해안도로를 북미의 정통 크루저와 함께했다.


아이언1200, I’ve got the power

시승 기종은 스포스터 시리즈의 뉴모델인 아이언1200과 포티에잇 스페셜. 시승 당일 하루 전, 할리데이비슨의 투어링 기종을 시승해서였을까. 스포스터만의 감각이 더욱 또렷했다. 할리데이비슨만이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스포티함을 담백하게 담아낸 녀석이 바로 스포스터 시리즈다.

다크커스텀 라인의 주축이 되는 스포스터 시리즈는 할리데이비슨의 젊음을 상징한다. 동시에 젊은 라이더들의 성향을 대변한다. 스타일이 곧 자신을 대변하는 이들이 개성을 표출할 때, 스포스터 라인업이 훌륭한 아이템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아이언1200과 포티에잇 스페셜도 당연히 다크커스텀 라인에 속한다.
 
아이언1200은 기존의 아이언883보다 배기량과 힘을 키웠다. 그러나 덩치를 불렸다기 보다는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향상시켰다고 보는 것이 옳다. 차체는 아이언883 대비 약간 길어졌고, 시트높이는 735mm로 더욱 낮아진 상태. 그리고 높아진 핸들바. 기계적인 성능만큼이나 모터사이클의 라이딩 감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라이딩 포지션이다. , 아이언883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 시트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감각이다.

무릎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스텝 포지션은 동일하지만, 미니 에이프 핸들바로 한결 편안해진 상체가 마음에 든다. 가볍게 벌어진 어깨와 팔 그리고 세워진 허리는 마주 오는 주행풍에 당당하다. 크루징에 조금 더 가까워진 자세다. 계기반을 살짝 덮은 로켓카울은 바람을 걸러내기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외관을 완성하기 위한 장치로는 합격이다. 차체는 블랙컬러로 뒤덮은 블랙아웃 스타일로 세련되고 강렬하다. 연료탱크에는 1970년대의 레트로 스타일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그라데이션을 가미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입혀 방점을 찍었다.

건조하고 두툼한 배기음. 니그립 없이 가랑이 사이를 헐렁하게 놔둔다. 힘차면서도 가뿐한 아이언1200. 다리 사이에는 에볼루션1200 엔진이 자리한다. 드디어 아이언도 포티에잇과 동일한 오버리터급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이언883은 포티에잇과 함께 스포스터 시리즈의 투톱이지만, 배기량에서 다소 열세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향상된 퍼포먼스는 변경된 라이딩 포지션과 맞물려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3,500rpm에서 발휘하는 9.8kg*m의 최대토크가 와인딩 로드로 접어든 아이언1200을 몰아붙이기에 충분하며, 요추받침이 적절한 시트는 라이더의 자세를 잘 받쳐준다. 건조한 산지 주변의 고갯길을 헤쳐나가는 거동이 제법 민첩하고, 가랑이 사이에서 쉽게 기울어지는 차체의 느낌이 가볍다. 어깨 높이로 올라온 핸들바는 슬쩍슬쩍 건드려도 반응이 경쾌하고 즉각적이라 오버리터급 크루저임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버겁지 않은 설정이 스포스터 시리즈의 장점이다.

ABS를 기본으로 장착한 브레이크는 248kg의 중량을 컨트롤 하기에 충분하고, 탄력 있게 받아주는 서스펜션도 크루징과 스포티함을 만족하기에 적당하다. 쭉 뻗은 도로에 특화된 크루저로 굽이진 길을 수 없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기는커녕 자꾸만 코너 안쪽을 더 파고 들고자 한다. 한계치가 높지도 않고, 스포츠 모터사이클만큼 기민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러니 아이언1200으로 죽을둥살둥 코너를 공략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크루저에 한정된 움직임이며, 스포스터의 매력 안에서의 스포티함이다.
 
스타일은 클래식해지고 배기량은 커졌다. 퍼포먼스도 향상돼 더욱 스포티해졌으며, 다크커스텀의 요소를 더욱 과감히 입혔다. 아이언을 은연중에 포티에잇의 동생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아이언포티에잇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아이언1200의 등장으로 그 경계선은 더욱 명확해졌다.


포티에잇 스페셜, Dark Custom Bullet

또 다른 신기종은 포티에잇 스페셜. 크루저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말은 크루저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아이언1200과 포티에잇 스페셜은 비슷한 듯 전혀 다른 기종이다. 한 눈에 봐도 멋스럽다. 아니, 멋지게 뽐낸 티가 역력하다. 터프하고 쿨하며 과감하고 강렬한 인상이다.

스포스터 시리즈의 또 다른 인기모델인 포티에잇. 낮게 깔린 실루엣과 두툼한 타이어를 비롯한 볼륨 넘치는 스타일,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간편함 덕분에 도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순정 상태에서도 돋보이는 스타일이며, 다크커스텀 라인업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커스텀 기종으로 포티에잇을 선택한다. 크루저는 왠지 모르게 크고 넓은 곳에서만 타야 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반해, 포티에잇을 비롯한 스포스터 시리즈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찌 보면 꽤나 실용적이다.
 
이 모든 포티에잇의 장점을 간직한 채, 보다 다크커스텀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구현할 수는 없을까. 그 해답을 포티에잇 스페셜에서 찾을 수 있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포티에잇과 동일한 1,202cc 에볼루션 엔진을 탑재했다. 아이언1200과도 동일한 부분이지만, 주행감각은 다르다. 디자인 역시 대세인 레트로를 따랐다. 1970년대 스타일의 그래픽을 피넛 연료탱크에 그려 넣었고, 블랙과 크롬으로 마감한 차체는 다크커스텀에 꼭 들어맞는다. 간혹 크롬이 과하면 촌스러워지기 쉬운데, 포티에잇 스페셜은 이를 잘 조율했다.

드넓은 벌판이 펼쳐진 고갯길 중턱에서 포티에잇 스페셜을 깨웠다. 앞으로 뻗은 스텝과 톨보이 핸들바에 손을 얹고 잠시 배기음을 듣는다. 이내 곧 출발. 옷 차림새에 따라 걸음걸이와 행동도 달라진다 했던가. 스스로 터프가이라도 된 것처럼 저 멀리 노면을 노려보며 스로틀 그립을 더욱 비튼다. 아이언1200과 동일한 심장으로 달리는데도 보다 호쾌하다. 재킷의 지퍼도 조금 더 열어 젖히고, 황야의 무법자라도 된 양 무심한 듯 주행풍을 맞는 기분이 시원하다.

3,500rpm에서 발휘하는 9.8kg*m의 최대토크는 부족함이 없다. 아이언1200으로 달렸던 고갯길로 접어든다. 가뿐함은 아이언1200의 승. 그러나 절대속도와는 상관 없이 코너와 코너를 이어나가는 동선을 끊임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핸들링은 가볍고 차체는 쉽게 기울며 서스펜션은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코너를 영민하게 탈출하기보다는 부드럽게 탈출하려 할 뿐, 무디지 않다. 49mm의 프론트 포크와 두툼한 타이어는 자잘한 요철을 매끄럽게 걸러준다.
 
크루징 역시 부족함은 없다. 오히려 거친 맛은 아이언1200보다 포티에잇 스페셜 쪽에 더 가깝다.  과감한 스타일과 편안하면서도 걸걸한 포지션이 털털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회전수를 올려서 노면을 박차고 나가다가도 다시 저회전으로 토크를 퉁기듯 내뱉어 달리면 이내 V트윈 크루저 본연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볼륨 있는 외형만큼이나 주행감각도 박력 넘치는 스타일로 아이언1200과 다른 리듬을 안겨줬다.

아이언1200과 포티에잇 스페셜은 유연했고, 위화감 없이 빅트윈의 감각을 살려낸 스포스터로 결론을 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뉴스쿨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라이더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스타일까지 갖췄다. “라이드, 라이드, 슬라이드(RIDE, RIDE, SLIDE)”. 할리데이비슨이 이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6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할리데이비슨의 대표 기종인 스포스터 시리즈를 가장 명확하게 풀어낸 문구였고, 스포스터는 빅트윈 크루저가 아니라는 견해를 확실히 뒤집었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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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