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비전, 말 그대로 ‘갓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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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중저가 스쿠터 시장의 비전을 제시했다. 혼다의 새로운 엔트리 스쿠터 비전(Vision) 224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 전자 장비까지 탑재하며 스쿠터 시장을 이끌어갈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멸종 위기의 중저가 스쿠터
125cc급 스쿠터 시장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400만원대 프리미엄 스쿠터 시장과 200만원대 중고가 스쿠터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PCX, 엔맥스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스쿠터는 ABS, TCS 등의 전자 장비와 편안한 승차감 등이 강점이지만 상대적으로 400만원이 넘는 가격대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존재가 200만원대 중저가 스쿠터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유로5 환경 규제 때문에 중저가 스쿠터는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 혼다 벤리110, SCR110, 엘리트, 야마하 악시스-Z, 스즈키 어드레스, 스위시125까지 대다수의 기종이 단종됐거나 판매가 연기된 상태다. 이로 인해 반대급부로 수요가 몰린 프리미엄 스쿠터는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구매 대기는 물론이며 대기표마저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난항 속에서 등장한 스쿠터가 바로 비전이다. 224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했고, 물량 공급도 원활하다. 출시 이후 라이더 커뮤니티 등지에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비전이 어떤 장점으로 중저가 스쿠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는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125cc 못지않은 109cc
비전은 109cc 배기량의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 8.7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이전 모델인 벤리110이나 SCR110과 대동소이한 수치다. 다만 유로5에 대응하며 중저속 토크는 이전보다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시승을 해보니 이전 109cc 모델(벤리110, SCR110)에 비해 더 잘 나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트에 앉아 플로어 패널에 발을 올리고 시동을 건다. ACG 스타터의 적용으로 시동성이 부드럽다. 계기반과 플라스틱 커버의 품질도 평균 이상이다. 기종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하다. 무엇보다 타고 내리는 과정이 쉬워서 좋다. 가속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출발과 동시에 스로틀 그립을 끝까지 감았다. 60km/h까지 꾸준하게 속도가 붙고 80km/h까지도 무리 없이 가속한다. 80km/h 이상 속도에서도 스텝, 핸들바,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이 적다. 이후 차츰 가속이 더뎌지며 90km/h부터는 서서히 속도가 붙는다. 최고 속도는 계기반 기준 98km/h를 기록했다. 출력 상승이 꾸준한 부분이 만족스럽다. 체감되는 최고 출력은 PCX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109cc라는 배기량을 감안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서스펜션인데, 80km/h를 넘어서면 한계에 다다른다. 중고속에서 거친 노면을 지나면 충격을 걸러내지 못하고 라이더의 골반과 허리로 전달된다. 60km/h 이상으로 주행할 때는 노면 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가급적 80km/h 이상으로는 주행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 보인다.

빅 휠 스쿠터의 안정성
비전의 첫 번째 장점은 14인치 휠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중저가 스쿠터는 10~12인치 휠을 장착했다. 도심 주행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쾌한 움직임이 가능한 사이즈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행 안정성이 높은 13인치 이상의 휠을 탑재한 기종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전은 앞뒤에 14인치 휠을 장착했다. 덕분에 단차가 있는 노면을 지나거나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도 차체의 흐트러짐이 적었고 노면의 충격도 잘 받아냈다. 이는 서스펜션의 아쉬움을 메워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휠 사이즈가 커졌지만 민첩함은 충분하다. 비전은 1,255mm에 불과한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좁은 도로에서도 충분히 날렵하다. 핸들의 조향각도 넓기 때문에 좁은 길에서 유턴을 하기도 용이했다. 이에 95kg라는 가벼운 공차 중량이 맞물려 안정감과 민첩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도심 주행에 특화된 편의 장비
비전의 주무대는 도심이다. 도심에서는 무거운 리터급 모터사이클보다 편리한 기종이 125cc 스쿠터다. 100kg 미만의 가벼운 무게는 정지와 출발이 잦은 도심 주행에서 라이더의 피로도를 큰 폭으로 줄여준다. 따라서 비전을 구매하려 하는 이들도 상용이나 통근 목적이 크다.
 
이에 맞춰 비전은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스마트키다. 상용으로 활용할 시 다양한 목적지를 자주 오고 가는 만큼 시동을 끄고 켜는 빈도가 잦다. 이 때 스마트키 시스템이 탑재돼 있으면 키를 찾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키를 꼽고 돌리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

아이들링 스톱 기능도 적용했다. 정차 중에 엔진 작동이 일시 정지되는 기능으로 연비 상승은 물론 배출 가스 저감에도 일조한다. 스로틀 그립을 감으면 저절로 엔진이 작동하며 출발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작은 필요 없다. 응답성도 즉각적이어서 실주행에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또한 비전은 기본 옵션으로 리어 캐리어를 제공하며 시트 밑 수납공간은 풀페이스 헬멧까지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다. 
 
또 한 가지 숨어있는 기능은 파킹 브레이크다. 스쿠터는 무단변속기 특성상 주차 시 휠이 잠기지 않는다. 평지에 주차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중량이 나가는 미들급 스쿠터에는 파킹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지만 쿼터급이나 엔트리 스쿠터는 파킹 브레이크를 장착한 기종을 찾기 힘들다. 비전은 왼쪽 브레이크 레버 앞에 잠금 레버를 설치해 이를 해결했다. 브레이크 레버를 꾹 잡은 채로 레버를 안쪽으로 당기면 레버가 고정되는 방식이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분명 쓸모 있는 기능이다.

지금까지 이런 가성비는 없었다
224만원이라는 출시가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혼다의 이전 110cc 모델보다 저렴할뿐더러 비교 대상을 스쿠터 시장 전체로 확대해도 224만원이라는 가격은 상당히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저렴한 만큼 원가 절감 흔적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실물을 살펴보니 비전은 예상보다 고급스러운 구성이었다. 
 
도장 표면에는 은은한 펄이 들어가 있어 충분히 고급스러우며(무광 컬러 제외) 엔진 커버나 카울 류에 그라데이션 패턴을 적용해 심미적인 부분도 만족시켜 준다. 계기반 역시 디자인이 깔끔하고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마련해 실용적이었다. 프런트에는 주간주행등을 마련했으며, 후면부는 테일 라이트와 방향 지시등을 일체형으로 디자인해 콤팩트함을 살렸다. 머플러 커버, 시트 재질, 휠 디자인 등 여러 구성을 살펴봐도 허술함은 없었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브랜드가 주는 신뢰성도 비전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국내에서 PCX와 슈퍼 커브로 입증한 내구성은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켰다. 비전 역시 eSP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동등한 내구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믿을만한 브랜드에서 출시한 만큼 사후관리에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상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전은 게다가 주용도를 이해한 구성까지 갖췄다. 선택지가 줄어든 중저가 스쿠터 시장에서 비전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사진
한명륜 기자 evhyjm@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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