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엄프 스피드마스터, 영국 본색의 크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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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의 스피드마스터는 정돈된 퍼포먼스와 감성을 지녔다.
차체는 유연하고 라이딩은 편안해 온전히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그 안에 본네빌 헤리티지도 간직했다. 스피드마스터는 클래식 커스텀
스타일의 브리티시 크루저를 대표하기에 제격이다.


독보적 클래식 감성

스피드마스터는 크루저로 입문하고픈 사람들에게 현명한 선택지 중 하나다. 스타일은 멋지고, 나무랄 데 없는 동력성능을 발휘하며 적당한 편의성까지 갖췄다. 게다가 다루기도 쉽다. 크루저로써 합격 점을 주고도 남는다. 

이렇듯 스피드마스터는 훌륭한 크루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크루저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할리데이비슨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점이다. 크루저 장르에서는 할리데이비슨이 압도적인 비율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자랑한다. 북미지형에 특화된 장르로써 오랫동안 수 많은 제품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크루저를 떠올리면 대부분 할리데이비슨이 거론되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많은 비교대상이자 척도가 되는 이유다. 할리데이비슨만의 특징도 있다. 대배기량의 45도 공랭식 V트윈 엔진에서 나오는 고동과 열기, 크고 묵직한 차체와 다소 거친 질감 등이 그렇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이 정답은 아니다. 당연히 스피드마스터는 할리데이비슨과 다르고, 이것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어쩌면 주행질감을 비롯한 차체 특성은 오히려 스피드마스터가 대중적일 수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컨트롤이 쉽고 콤팩트하다. 초보자나 체형이 크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 인지도가 부족할 뿐 접근성은 스피드마스터가 훨씬 유리하다. 

스피드마스터의 건조중량은 245.5kg.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버겁지도 않다. 시트가 낮아 발착지성이 편하고 라이딩 포지션도 적당히 여유롭다. 차체가 비대하지 않고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는 반경 내에 들어오니 심적인 부담도 없고 편안하다. 즉 도심 주행에 스트레스가 없다. 또한 손에 잡히는 감각과 조작부위의 질감 및 배치, 디자인 완성도 등에 허술함이 없다. 도톰한 핸들그립과 적당히 가벼운 클러치 레버, 깔끔한 아날로그 타입의 속도계, 부드러운 변속 레버, 과하지 않은 크롬파츠, 세미 풀백 스타일 핸들바 등 대배기량 투어러답게 묵직함은 있으나 쇳덩이를 만지는 느낌이 아닌 트라이엄프만의 클래식 감각이 묻어난다. 

덕분에 교외에서 장거리 크루징을 즐기기에만 적합한 크루저가 아니라, 출퇴근을 비롯한 도심 라이딩을 즐기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레트로 타입의 네이키드와 어울려도 스타일과 동력성능에서 처질 일도 없다. 반대로 절대다수의 북미산 크루저 틈에 있어도 또 다른 클래식 커스텀 스타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드테일을 연출한 미끈한 리어라인은 탠덤시트와 탠덤그립을 탑재했음에도 유려함을 잃지 않는다. 


대중적 눈높이의 감각적 완성도

그러나 클래식한 디자인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부분은 바로 동력성능이다. 스피드마스터는 강력하고 터프하지만 투박하지 않으며, 동시에 편안하고 쾌적하다. 더 먼 곳을 빠르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것, 크루저이자 투어링도 가능하다. 

1,200cc 수랭식 병렬 2기통 엔진은 스피드마스터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저속부터 고속 크루징까지 매 순간 쾌적한 것이 장점이다. 진동은 적고 성능은 출중하며 특유의 고동으로 주행질감 또한 생동감 있다. 이와 함께 편안한 포지션이 어우러지니 어떠한 주행환경에서도 즐겁게 달릴 수 있다. 

76마력의 최고출력과 10.8kg*m의 최대토크는 부족함이 없다. 저회전부터 두툼한 토크로 밀어붙여 가속이 활기차고 회전상승도 매끄러워 고속 주행이 쾌적하다. 공랭식 엔진과 같은 조형미는 살려두고 수랭식으로 퍼포먼스를 꾀한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부분이다. 덕분에 열효율이 좋아 장시간의 주행에도 엔진과 라이더 모두 피로가 덜하다. 또한 270도 위상크랭크로 병렬 2기통의 단조로움을 없앤 점도 주된 포인트다. V트윈과는 또 다른 고동이며, 진동 없이 부드럽지만 그 안에서 특유의 리듬으로 생동감을 보여준다. 고속으로 몰아붙여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스로틀 그립을 감는 만큼 쭉쭉 뻗어나간다. 그러나 스포츠 타입이 아니기에 최고속도 위주의 주행보다는 토크 중심의 세팅이 돋보이는 느긋한 크루징에 매력적이다. 주행모드는 로드와 레인의 두 가지다. 레인모드는 출력을 억제한 느낌이 역력하다. 

와인딩 로드는 속도를 부추기기 보다는 물 흐르듯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탈출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서스펜션은 프론트/리어 모두 KYB이며, 41mm의 프론트 포크와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모노 쇽업소버를 장착했다. 한계가 그다지 높지 않고 연속된 요철과 큰 둔턱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부족하다기 보다는 장르 특성에 맞는 세팅으로 필요 충분한 세팅을 갖춘 것. 핸들링 역시 부드럽지만 기민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장르 내에서의 섀시는 유연해 연속된 코너와 고속 코너에서도 뒤뚱거리지 않는다. 스포츠 모터사이클만큼 빠를 수는 없지만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러워 수월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 분명히 묵직하고 한계점이 높지 않은 모터사이클이지만, 뻣뻣하거나 버거움이 없다. 도심주행을 비롯해 굽이진 도로에서도 스피드마스터가 재미있는 이유고, 이러한 부분이 바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프론트의 310mm 더블디스크는 브렘보 캘리퍼와 맞물려 충분한 제동력을 자랑한다. ABS는 기본이며 트랙션 컨트롤(온/오프 가능)도 탑재해 보다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크루징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 토크 어시스트 클러치 등 쾌적한 라이딩을 돕는 유용한 장비를 알차게 담았다. 

스피드마스터는 장점이 많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디자인에 연인과도 편안하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고, 공랭식 엔진 못지 않은 조형미를 갖췄으면서도 효율과 퍼포먼스는 부족함이 없다. 엔진은 고동이 살아있고 차체는 안정적이며 컨트롤이 쉽다. 또한 트라이엄프만의 액세서리 파츠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 커스텀으로 접근하더라도 다양성을 만족시킬 것이다. 

그간 할리데이비슨의 크루저에만 익숙했다면 스피드마스터는 분명 신선할 것이다. 스피드마스터는 크루저에만 옭아매기보다는 레트로 범주까지 확장해서 접근할 수 있다. V트윈 기반의 크루저와는 또 다른 감성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보다 스포티하고 먼 거리는 더욱 가뿐하게 달릴 수 있으니 포용할 수 있는 소비자 층도 더욱 넓다. 대중적이지 못했을 뿐 어느 크루저보다도 대중성을 갖고 있다. 크루저만의 묘미와 본네빌 헤리티지 그리고 클래식 스타일의 풍미까지, 이것이 스피드마스터만의 매력이자 트렌디한 크루저인 이유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사진
김민주 기자 mjkim@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