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엄프 로켓3, 전대미문의 배기량과 비상식적 출력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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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라이더라면 한 번쯤 앓게 되는 고질병이자 불치병. 바로 ‘기변병’이다. 현재 타고 있는 기종에 만족하지 못하고 혹은 만족하고 있어도, 다른 기종으로 눈이 가는 일은 라이더의 세계에서 일상적인 현상이다.

기변병은 장르와 배기량을 가리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어드벤처로, 카페레이서에서 스크램블러로, 고속 투어러에서 크루저로, 장르를 바꾸고 싶은 경우가 있고, 쿼터급에서 미글급으로, 미들급에서 리터급으로 배기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망도 생긴다. 기변병과 배기량에 대한 갈증을 화두로 던진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기종이 이와 같은 불치병을 치유할명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적어도 배기량과 출력에서만큼은 더 이상 갈증을 느끼지 않을만한 트라이엄프의 로켓3를 소개한다.
 
어떤 모터사이클이건 직접 타보지 않고 가늠해 보기는 쉽지 않다. 로켓3는 특히 그랬다. 2,458cc 배기량에서 나오는 22.5kg*m의 최대 토크, 기통당 배기량 800cc에 해당하는 세 개의 실린더가 만들어내는 엔진 질감, 정지 상태에서 60마일( 96.5km/h)까지 2.73초 만에 도달하는 가공할만한 가속력 등은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승을 해본 뒤에야 비로서 로켓3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통당 800cc, 빅트리플 엔진의 이중성
로켓3의 배기량은 2,458cc. 모터사이클의 배기량이라고 믿기 힘든 이 수치는 과다경쟁이 낳은 좋은 예다. 주요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이 앞다퉈 대배기량 크루저를 출시하던 2000년대 초반, 야마하는 로드스타 워리어(1,670cc)를 선보였고 혼다는 VTX1800(1,795cc)를 투입했다. 이에 트라이엄프는 2004, 로켓3의 배기량을 2,294cc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부터는 2,458cc로 배기량을 키운 새로운 로켓3를 시장에 내놓았다. 현존하는 양산 기종 중 가장 큰 배기량이다.

배기량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점은 로켓3의 엔진이 3기통이라는 점이다. 트라이엄프는 3기통 엔진에 일가견이 있다. 1968년 첫 3기통 엔진을 탑재한 트라이던트(Trident) 150이 탄생한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명맥을 유지했다. 1980년에 닉 블로어가 트라이엄프를 인수한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3기통 엔진을 개발했고 활발하게 양산화가 이뤄졌다. 트라이엄프 3기통 엔진의 전성기는 지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라이엄프는 2019년부터 모토GP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산하 리그인 모토2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이전까지 혼다의 600cc 4기통 엔진을 대체한 것으로, 모토2에 참가하는 모든 머신은 트라이엄프의 765cc 3기통 엔진을 품고 트랙을 누빈다. 스포츠 성능, 내구성, 완성도, 신뢰도 등 한 가지라도 부족했으면 이룰 수 없는 성과다.

트라이엄프는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로켓3 3기통 엔진을 가다듬었다. 3기통의 장점은 2기통의 특성과 4기통의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라이엄프의 3기통 엔진은 4기통 엔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회전 영역대에서도 고른 토크를 발휘한다. 로켓3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회전 영역, 모든 기어에서 즉각적인 출력을 뽑아내니 여유로운 라이딩이 가능하다. 2기통은 고회전 영역에서 한계가 분명하지만 3기통은 이를 메워줄 한 박자가 더 존재한다. 또한 일반적인 4기통은 대다수의 라이더가 크루저에게 기대하는 저회전 영역에서의 강력한 토크를 실현하기 어렵지만 3기통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엔진의 회전 질감은 터프하면서도 부드러우며 2기통과 4기통의 특성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여러모로 로켓3 3기통 설정은 최적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모든 라이더를 끌어 안을 포용력
로켓3의 배기량이 2,458cc라고 해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로켓3는 입문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3는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캐주얼하게 혹은 익스트림하게 즐길 수 있다.
 
트라이엄프 강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시승차를 인도받았다. 30분 동안 도심주행이 이어졌다. 첫인상에서 느낀 점은 의외로 다루기 쉽다는 점이다. 로켓3 R모델과 GT모델, 두 가지 기종으로 출시했다. 로켓3 R은 로드스터 스타일의 핸들바에 미들 스텝을 장착했고, 로켓3 GT는 투어러 스타일의 핸들바에 포워드 스텝을 적용했다. 두 모델 모두 포지션에 과도함이 없고 무엇보다 핸들링이 가볍다. 전자식 스로틀은 전개하는 만큼 알맞은 출력을 발휘한다.

시트고는 R모델이 773mm, GT모델이 750mm. 크루저인 만큼 발착지성이 좋아 신호대기 중에도 부담이 없다. 라이딩 모드는 총 네 가지(로드, 레인, 스포츠, 라이더 설정)를 설정할 수 있다. 그 중 레인 모드는 스로틀 응답성이 예민하지 않아 긴장감을 덜 수 있다. 편안하게 타고자 마음 먹으면 2,500cc에 달하는 배기량은 어느새 잊혀졌다.


로켓3의 가장 큰 무기, 괴물 같은 가속 성능
로켓3의 편안한 특성은 확인했다. 이제 살펴봐야 할 것은 압도적인 배기량에 기인한 가속 성능이다. 신호와 정체가 많은 도심은 로켓3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역부족이다. 해가 지고 난 뒤 한적한 국도로 향한다. 모드는 스포츠, 과감하게 스로틀을 전개한다. 로켓3의 최고출력은 167마력, 최대토크는 22.5kg*m.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영역은 4,000rpm, 덕분에 스로틀 그립을 조금만 움켜줘도 순간적으로 최대 토크에 이른다. 프론트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지며 차체의 하중은 뒷 부분에 집중된다. 240mm의 광폭 리어 타이어는 묵직하게 노면을 쳐낸다. 차체는 로켓 같은 추진력으로 앞으로 향한다. 도심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로켓3의 진짜 모습이며, 그 어떤 크루저에서도 맛보지 못한 무서울 정도의 가속력이다. 이제야 트라이엄프가 왜 로켓이라는 단어를 기종명에 사용했는지 알겠다. 로켓3는 말 그대로 로켓과 같은 추진력을 가졌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기어 포지션, 엔진 회전 수, 속도 등 출력이 발휘되는 일반적인 조건을 따지지 않은 채 언제든지 강력한 토크를 쏟아낸다는 점이다. 40km/h미만 저속에서 4단으로 기어를 설정하고 스로틀 그립을 감아도 울컥임 없이 가속이 이뤄진다. 또한 80km/h이상 중속에서 2단으로 기어를 두고 가속을 실시해도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즉 기어 단수마다 파워 밴드가 넓게 형성돼 있어 언제든지 즉각적인 가속이 가능했다. 2,458cc라는 전대미문의 배기량이 낳은 비상식적 성능이다. 모든 조건에서 고른 토크가 뿜어져 나오니 기어를 변속하는 손과 발은 한결 편안해진다.
 
브레이크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뛰어난 출력은 양날의 검처럼 위험하다. 로켓3는 프론트에 320mm 더블디스크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리어에 300mm 싱글디스크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각각 결합했다. 한 손가락으로 브레이크 레버를 가볍게 조작해도 타이어가 지면을 움켜쥐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뛰어난 출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ABS는 한 박자 빠른 개입으로 라이더를 안심시킨다. 가속 성능이 월등한 기종인 만큼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고 코너에 진입하는 일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코너링 중에 감속을 실시했는데, IMU(관성측정장치) 기반 코너링 ABS의 개입으로 안정감 있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었다. 로켓3는 풀스로틀을 전개하기 어려운 모터사이클임과 동시에 풀브레이킹을 하기도 쉽지 않은 기종이다. 그만큼 믿음직스러운 제동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크루저는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넉넉한 배기량에서 나오는 토크, 장거리 주행도 문제 없는 편안한 포지션, 취향대로 변경할 수 있는 커스텀의 자유도 등 크루저를 즐기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 로켓3만의 무기는 경쟁 기종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다. 현존하는 크루저 중 군계일학임은 물론 크루저의 울타리를 벗어나도 로켓3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은 손에 꼽힌다.
 
대중은 배기량이 높은 단기통을 빅싱글, 2기통을 빅트윈이라고 부른다. 대배기량 3기통 엔진을 이르는 말은 지금까지 없었다. 하지만 로켓3의 등장으로 빅트리플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로켓3가 단순히 배기량만 컸다면 빅트리플이라는 칭호는 과분할 것이다. 하지만 로켓3의 배기량은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모든 기어 포지션에서 고르게 뿜어져 나오는 괴물 같은 토크, 3기통만의 부드러운 듯 거친 엔진 질감, 최신의 전자 장비, 입문자도 다룰 수 있는 특성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 그렇게 빅트리플 크루저 로켓3는 등장과 동시에 크루저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꿰찼다.


글 / 사진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