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러와 올린즈, 명가의 춤사위를 연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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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R nine T Scrambler)가 달라졌다. 무던하고 터프했던 녀석의 동작이 침착하면서도 부드러운 안정감을 보였다. 예기치 않던 상황에서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자세는 세련된 움직임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덕분에 라이더는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를 더욱 믿고 자신감 있게 몰아붙일 수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원천은 올린즈(ohlins) 덕분이다.


올린즈라는 날개를 달다

스웨덴 태생의 올린즈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 많은 레이스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온 독보적인 서스펜션 브랜드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분야에서 모두 정평이 났으며,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전 영역에 걸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올린즈의 창립자인 켄스 올린은 모토크로스 라이더이자 미케닉이었다. 때문에 라이더의 입장에서 최적의 모터사이클 서스펜션을 미케닉의 실력으로 일궈낸 것이다.

현재 올린즈는 프론트/리어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댐퍼 등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기종 별, 장르 별로 다양하게 구성한 것은 물론, 대중성을 고려한 제품부터 최고급 사양까지 각기 소비자층을 촘촘히 겨냥한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모든 제품은 각 등급에서 갖출 수 있는 최적의 품질을 제공하기에 금액 이상의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올린즈가 지금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스크램블러 장르와 만났다. 올린즈와 조합을 이룬 기종은 BMW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다. ‘스크램블러는 본디 네이키드에서 파생된 형태로, 비포장도로가 많던 시절에 등장했다. 노면에서 튀어 오르는 돌과 이물질 등을 고려해 머플러의 마운트 위치를 높이고, 포크부츠로 서스펜션을 보호하며, 블록패턴 타이어로 비포장도로를 주행하도록 한 설정 등의 특징을 갖는다. 레트로 스타일 중에서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장르답게 다소 거칠고 투박한 요소들이 돋보인다.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에 장착한 올린즈 제품은 프론트 포크와 리어 쇽업소버 그리고 스티어링 댐퍼다. 외관상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의 프론트 포크와 유사한 블랙 컬러의 프론트 포크는 순정과 동일한 정립식이다. 프론트 포크의 포크부츠를 제거해 터프함은 줄었지만 한결 깔끔하다. 포크 뒤쪽으로는 스티어링 댐퍼가 자리하며, 모노 쇽업소버의 리어 서스펜션은 노란색으로 올린즈임을 드러낸다. 또한 순정상태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와 비교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 및 시트높이, 핸들 바 등의 변화는 없다.



올린즈를 장착한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왼쪽), 순정 상태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오른쪽)


올린즈를 장착한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왼쪽), 순정 상태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오른쪽)

올린즈가 라이더에게 베푼 관용

올린즈 서스펜션을 장착한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의 하체는 견고해졌다. 서스펜션의 주된 목적인 노면 추종성을 높이는데 있어 올린즈의 역량이 톡톡히 드러났다. 순정 상태의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의 서스펜션도 나무랄 수준은 아니다. 도심주행과 비포장도로를 모두 염두에 둔 포용력 넓은 세팅으로, 적당한 탄력을 유지해 장르 특성다운 털털한 라이딩 스타일에 어울렸다. 감당할 만큼의 피칭 모션과 댐퍼의 한계를 넘어온 충격은, 약간은 거친 맛으로 즐기는 스크램블러 장르를 고려하면 자연스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정이다.

부족하다면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굳이 단점으로 꼽기에도 너무 야박하다. 그러나 우리가 슈퍼스포츠를 탄다고 해서 항상 서킷에 가는 것이 아니듯, 멀티퍼퍼스를 탄다고 해서 중장거리 투어만 가는 것도 아니듯, 스크램블러 장르를 선택했다고 해서 항상 흙먼지와 함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주는 이미지, 즉 라이더의 성향과 관심사를 대변할 수 있는 기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알나인티 스크램블러가 활약하는 무대는 아마도 아스팔트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했을 때 올린즈가 주는 만족감은 배로 다가온다. 프론트 포크는 정립식의 유니버설 컨벤셔널 43(Universal Conventional 43)을 장착했다. 컬러는 블랙과 골드 두 가지이며, 43mm의 구경에 120mm의 스트로크를 갖는다. 또한 포크의 탑 캡에서 프리로드와 리바운드 어저스터가 가능하다.

리어 서스펜션은 STX46스트리트(STX 46 Street)를 장착했다. 압축/신장의 댐핑을 조정할 수 있고, 유압식 프리로드 어저스터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알나인티 스크램블러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종의 모터사이클에도 채용이 가능하기에,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검증된 제품이라는 뜻이다.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는 이 두 올린즈의 조합으로 한결 매끄러운 거동을 완성했다. 물론 기본기가 탄탄한 기종답게 원채 운동성능에 큰 불만은 없었고, 그렇기에 올린즈를 탑재했다고 해서 커다란 변수를 불러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속과 감속 시에 나타나는 피칭 모션이 줄어 주행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커졌고, 요철에 대응하는 능력이 더욱 향상됐다. 하나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지만, 동작과 동작의 이음새가 즉 감속 후 선회 혹은 선회 후 탈출, 연속된 요철을 지나는 과정 등에서 한결같이 차분함을 유지한다. 플러스 알파를 얻은 셈이다.

저속에서 노면을 훑어가는 과정은 순정대비 훨씬 부드럽다. 같은 요철을 지나더라도 안정된 감쇠력으로 차체의 요동을 억제하고 단단히 잡아준다. 충격은 말끔히 걸러주며, 미처 흡수하지 못한 불쾌한 감각도 깔끔한 후처리 과정으로 곧잘 털어낸다. 선회 시 맞닥뜨린 요철에도 쉽게 꽁무니를 내주지 않는다. 덕분에 차체는 꾸준하게 탄탄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안정된 린 동작을 유지한 채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스티어링 댐퍼 또한 서스펜션과의 조화로 조향에 방해되는 떨림을 최소화한다.

코너와 코너가 얽히고 설킨 고갯길에서도 차체의 평정심을 유지한다. 타이어로 밟고 지나가는 노면의 상태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버텨내며, 좌우로 번갈아 가며 하중을 전환해도 듬성듬성 건너뛰는 느낌 없이 시종일관 접지력을 잃지 않게 눌러준다. 조금 더 과감한 스로틀 개도와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섀시가 묵묵히 받쳐주기에, 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보다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저속에서 진득함을 보였던 주행질감은 고속에서는 안정감으로 연결된다. 차체와 바퀴의 연결고리인 하체의 근육이 발달하면서 동시에 유연해진 감각이다. 고속 주행 중 한계치에 봉착해도, 순정 상태대비 상태변화에 거친 느낌이 덜하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차체를 튕겨내더라도 착지하는 과정에서 충격이나 자세의 변화가 적고, 동일한 크기의 충격도 맨 살이 아닌 보호대 위를 한 번 거치고 전해지듯 파고드는 통증이 날카롭지 않다. 덕분에 스포티한 주행으로 도로를 공략해도 전혀 부족함 없는 움직임을 완성했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애초에 잘 다듬어진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는 올린즈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비자를 만족할만한 운동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올린즈를 채용함으로써 본래의 성능을 보다 여유롭고 자신감 있게 써먹을 수 있도록 했다. 스크램블러라는 장르 특성에 기인한 거친 이미지를 라이더한테까지 빠짐 없이 전달할 필요는 없다. 터프한 이미지 속에 간직한 유연함이, 오히려 더욱 멋스럽게 모터사이클을 다룰 수 있는 기량을 제공한다. 올린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라이더를 돋보이게 한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