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날개, 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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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었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을 이어옴으로써 할리데이비슨을 상징하는 또 다른 상징으로 발전했으니, 그것은 바로 할리데이비슨의 호그(H.O.G.)다. 호그는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한 사람들(Harley Owners Group)이 창립해, 멤버들 간의 추억과 유대를 쌓는 것은 물론 활발한 활동으로 브랜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한때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했던 호그는 할리데이비슨의 자존심이자 보물이다.


할리데이비슨에 날개를 달아준 호그

지금의 명성과 달리 호그가 창립될 당시의 할리데이비슨은 그다지 밝은 상황이 아니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국과 일본 등의 브랜드에 밀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할리데이비슨은 결국 1969년 미국의 AMF(American Machine and Foundry Company)에 인수된다.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와 재정적인 상황 등이 회복되지 않자, 1981년에 13명의 임원들이 할리데이비슨을 독립시킨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린 할리데이비슨은 보다 진취적으로 브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1983년부터 할리데이비슨 동호회를 공식적으로 후원하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호그는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그간의 역경을 한 계단씩 오르며 1980년대에 성공적인 부활을 이뤄냈다.

이후 호그의 멤버 수는 꾸준히 늘어났고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백 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게 됐다. 한 달에 최소 2,500명 이상이 30년 넘게 꾸준히 가입을 해야 완성되는 수다. 이 어마어마한 수의 호그 멤버들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터사이클 동호회로 불린다.


랠리로 완성된 하나

하지만 호그가 단순히 많은 인원 수로 입지를 굳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호그는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호그랠리’를 통해 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문화를 전파했다. 호그랠리라 하면,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투어를 하고 다양한 행사를 즐기면서 브랜드를 알리는 등으로 멤버들 간의 추억과 유대감, 결속력 등을 갖게 하는 축제이다. 또한 1992년에는 유럽 랠리를 진행하는 등 세계적으로 무대를 넓혔다.

이렇듯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면서 그 지역을 알리는데도 톡톡한 역할을 했으며, 점차 할리데이비슨의 상징과도 같은 축제로 자리잡아 2016년에는 약 1,400지부(chapter)에 달하는 규모를 갖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300여명의 회원으로 1999년에 호그 코리아챕터를 창단해 1,3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갖게 됐다. 또한 호그 코리아챕터는 2008년부터 ‘할리천사’라는 봉사단체를 결성해 한국 희귀난치성질환 연합회를 후원하며 단순히 즐기는 문화 이상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호그는 여성들을 위한 L.O.H.(Ladies of Harley)를 만들어 여성들도 할리데이비슨의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2003년에 L.O.H.를 결성해 여성 라이더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2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1984년부터 시작된 호그랠리는 이제 할리데이비슨에서 없어서는 안될 행사가 됐다. 기종에 관계없이 할리데이비슨을 좋아하고 할리데이비슨의 모터사이클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그저 좋아서 모이다 보니 그들을 따라 누군가가 또 모이게 됐고, 이렇게 많은 라이더들을 품에 안은 호그는 할리데이비슨 속의 또 다른 ‘브랜드’로 거듭나게 됐다.

기업의 경영만큼이나 브랜드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은 팬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할리데이비슨은 어쩌면 호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1983년에 시작된 호그는 위기에 직면한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일어섰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이들이 다 같은 호그 로고를 달고서 소속감과 공동체를 느끼는 데는 동일한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와 라이더들 간에 결속된 끈끈한 형제애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동호회를 넘어 할리데이비슨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호그다. 모터사이클에서, 특히 할리데이비슨에서 자유라는 이미지를 많이 느끼겠지만, 그에 앞서 할리데이비슨 만큼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부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에 호그를 부정할 수는 없다. 힘들었던 시기에 ‘자유’만큼이나 함께해줄 ‘식구’를 염원했던 할리데이비슨. 호그랠리를 통해 줄지어 달리는 이유도 모두가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파서 아닐까. 이들의 랠리는 계속될 것이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