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일수록 웅크리지 말고 움직이라 했던가. 이 말을 누구보다 화끈하게 실천한 라이더가 있다. 이미 빙판 위에서 모터사이클의 앞 바퀴를 들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린 신기록을 보유한 로버트 굴(Robert gull)이, 이번에는 BMW의 S1000XR을 타고 빙판 위를 다시 한번 질주하려 한다.
로버트 굴은 스웨덴의 모터사이클 레이서 출신으로, 2007~2008년에 125cc 스웨디시 챔피언십 GP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에 레드불 모토GP 루키즈 컵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으로 포디움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당시 125cc 모토GP(모토3)에도 참전했으며, 리터급 레이스에도 출전했지만 큰 사고를 당해 2달 가까이 휠체어를 탔어야 했다. 하지만 로버트 굴은 이 사고를 계기로 자신이 모터사이클과 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후 로버트 굴은 레이스에 참가하는 대신, 겨울왕국인 스웨덴의 사나이답게 얼음 호수 위에서 이색적인 도전을 펼쳤다. 꽁꽁 얼은 빙판에서 모터사이클의 앞 바퀴를 들고 달리는, 이른바 ‘윌리(wheelie)’로 질주하는 것이다. 그는 2014년 혼다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183.3km/h의 속도로 앞 바퀴를 든 채 100m를 달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미국의 라이언 서크넥(ryan suchanek)이 189.1km/h의 속도로 달리며 로버트 굴의 기록을 깼다.
그러나 로버트 굴은 얼마 후, BMW의 S1000RR을 타고 라이언 서크넥의 기록을 다시 뒤집었다. 이 때의 기록은 현재까지 신기록으로 남아있는데, 당시 그가 달린 최고속도는 206.09km/h였다. 로버트 굴은 빙판 위에서 200km/h 이상의 속도를 윌리로 달린 최초의 사나이가 됐다. 올해 로버트 굴은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BMW의 S1000XR을 타고 도전했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본인의 랩타임을 깨지 못했다. S1000XR로 달린 기록은 202.54km/h였다. S1000RR이 휠 사이즈, 스윙암 길이 등을 변경했던 점과 달리, S1000XR은 순정 상태에서 오로지 스파이크 타이어로만 교체하고 질주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아쉬울 수 없는, 오히려 대단한 성과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그는 다시 한 번 빙판 위로 올라섰고, 스웨덴 북부에 위치한 킬피시호(Kilpisjärvi)에서 500개의 스파이크를 타이어에 부착한 S1000XR과 함께 짤막한 영상을 공개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호수 한가운데서 S1000XR을 타고 질주하기도 하고, 모터사이클로 얼음을 잘게 부숴 모닥불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냉기 속에서 따뜻한 새해맞이 영상을 남겼다. 아직은 그가 언제 재도전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곧 다시 한번 빙판 위의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