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나이켄, 유니크 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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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의 나이켄은 존재감이 상당하다. 압도적인 안정감과 강력한 퍼포먼스로 일관된 라이딩이 가능하며, 편안한 상태로 스포츠 주행부터 투어까지 모두 가능하다. 리버스 트라이크가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켄은 모터사이클과의 경계를 허물고 스포츠투어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또 한번 트라이크의 편견을 깼다.


세 바퀴로 열어젖힌 신세계

나이켄은 독특하다. 슈퍼카 만큼이나 도로 위에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생김새다. 골드윙과 맞먹는 차체 폭을 갖고 있어 덩치도 크며, 라이딩 포지션도 편안하고 시야가 넓다. 단순히 폭이 넓다고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꽁무니에 비해 앞쪽으로 존재감이 몰려 있어 모터사이클에 비해 훨씬 비대해 보인다. 사실, 나이켄의 디자인이 전위적인 것은 아니다. 여느 투어링 혹은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바퀴가 세 개 인 것이 다를 뿐이다.
 
나이켄은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확실한 리버스 트라이크다. 그러나 야마하는 나이켄으로 스포츠 투어러를 지향했다. 가속과 감속 그리고 선회의 모든 과정에서 온전하게 모터사이클의 감각을 추구했고, 나아가 모터사이클보다 뛰어난 안정감까지 확보했다. 낯선 첫인상과 달리 흡족한 주행성능으로 큰 만족감을 안겨준 이유다.

시트 높이는 820mm. 모터사이클을 오랫동안 경험한 라이더라면 그다지 신경 쓰일 높이는 아니다. 그러나 263kg의 무게는 확실히 묵직하다. 특히나 프론트에 두 바퀴가 있기에 일으켜 세운다든지 밀고 끄는 과정에서는 프론트의 무게를 실감한다. 앞 바퀴 한 개를 더 얻었으니 이에 따라 무게가 증가하는 것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게는 시동을 걸고 출발함과 동시에 사라진다. 나이켄의 진가 역시 주행에서 드러난다. 나이켄은 차체 무게가 문제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모터사이클처럼 선회가 자연스럽다. MT-09트레이서와 공유하는 직렬 3기통 엔진은 적당히 카랑카랑한 배기음과 함께 매끄럽게 회전한다. MT-09(트레이서) XSR900과 동일한 847cc 직렬 3기통으로 10,000rpm에서 115마력의 최고출력과 8,500rpm에서 8.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수치는 동일하지만 두 기종대비 관성모멘트를 높여 더욱 부드러운 회전 특성을 확보했다. 성능은 충분하다. 커다란 차체를 밀어 붙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고, 고회전까지도 말끔하게 회전해 쥐어짜는 맛이 있다.
 
나이켄의 무기는 앞 바퀴가 두 개라는 것. 263kg의 무게는 잊은 지 오래고, 정차 시 묵직했던 프론트의 조향은 어느새 안정감으로 돌변한다. 선회 시 차체가 기우는 동작이나 핸들링은 흐트러짐 없이 매우 유연하고 일관된 안정성을 보이며, 직진 주행은 물론 저속에서의 조작도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고 고속 안정감도 매우 높다. 나이켄 자랑이자 핵심인 LMW(Leaning Multi Wheel) 덕분이다.


스포츠의 기준을 넘어서다

LMW 테크놀로지인 평행사변형 형태의 액커멘 지오메트리는 차체가 기우는 것에 따라 마름모 형태로 변하며, 선회 시 두 개의 프론트 휠의 회전 반경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 일정한 동심원을 그릴 수 있도록 한다. 트리시티의 LMW와 기술의 근본은 동일하나, 플래그십 스포츠 투어러의 역량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단계 진보한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최대 뱅킹도 45도까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얻은 장점은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과 배 이상의 안정감이다. 코너 중 노면의 굴곡이나 맨홀, 요철 등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프론트는 시종일관 안정적이며, 차체가 기운 상태에서 움푹 패인 곳을 밟고 지나가도 서스펜션만 작동할 뿐 스티어링이 심하게 요동치는 등의 불안한 상황의 발생이 거의 없다. 연속된 코너를 돌아 나가도 둔하기는커녕 거동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불규칙한 노면의 상태와 상관 없이 핸들링은 일정하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더블 타입으로, 프론트 휠 하나 당 두 개의 도립식 포크가 지지한다. 댐핑과 리바운드 조절이 가능해 스포츠 주행 및 투어 등 상황에 맞게 세팅할 수 있다. 리어 서스펜션은 링크 타입의 모노 쇽업소버로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엔진은 MT-09 시리즈와 공유하지만 섀시는 오로지 나이켄을 위해 새롭게 설계했다. 프론트 휠 역시 나이켄 전용으로 15인치 사이즈를 새롭게 개발했고, 철과 알루미늄을 적절히 혼합한 프레임으로 차체 강성 및 유연한 움직임을 확보했다.
 
브레이크 역시 제동력이 우수하다. 전륜에 두 개의 바퀴가 있기 때문에 주행 시의 접지력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훌륭하다. 강한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제동하며, ABS가 작동을 해도 프론트 휠 두 개가 주는 안정감 덕분에 언제든지 안심하고 제동할 수 있다.

나이켄은 차체와 조향이 안정적이니 마음 놓고 스로틀을 여닫을 수 있다. 고속 주행이건 고갯길이건 페이스를 올려도 프론트의 우수한 접지 덕분에 불안감이 없다. 게다가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와 QSS(퀵 시프트 시스템) 등으로 조작의 편리함과 쾌적한 움직임까지 더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1단계와 2단계 그리고 해제가 가능하며, 크루즈 컨트롤과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D모드 등으로 더욱 자유롭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주행모드 및 TCS 등에 따른 엔진의 반응 및 나이켄의 성격은 달라질지언정, 그 바탕에는 LMW를 기반으로 한 믿음직한 섀시가 자리하기에 누구든 부담 없이 한 단계 더 높은 라이딩을 꿈꿀 수 있다.


가치는 상대적이다

나이켄의 판매가격은 2,170만원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나이켄과 견줄만한 기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독특한 디자인과 이질적인 구조를 갖춘 나이켄은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일 수도 없고, 스포츠 투어러를 찾는 라이더들에게 나이켄만의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켄보다 짜릿하게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도 많고, 나이켄보다 매력적이고 편안한 투어러도 많다. 2,000만원대의 금액이라면 라이더가 선택할 수 있는 기종의 선택권이 매우 다양하다.

반대로 나이켄만의 장점도 두드러진다. 나이켄은 가속, 감속, 선회의 모든 과정에서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같은 극한의 스포츠성을 추구한다. 동시에 가속, 감속, 선회의 모든 과정에서 모터사이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거동을 확보했다. 결국 라이딩 중에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보다 안전하게 스포츠와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2,170만원의 가치는 분명하다. 누군가는 여전히 모터사이클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또 다른 레저용 트라이크로 여길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주행감각과, 이로 인해 보다 풍요롭게 스포츠 투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박한 탈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질적으로 여겼던 두 개의 프론트 휠은 어느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안정감으로 라이딩의 한계점을 높였고, 이로 인해 라이딩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게 했다. 그것도 매 순간 말이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사진
김민주 기자 mjkim@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