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 모토히말라야2019, 세계의 지붕을 달리다(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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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엔필드의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히말라얀’의 개발 배경에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이 존재한다. 인도의 국군 경비대는 1955년부터 로얄엔필드의 뷸렛을 타고 히말라야산맥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리고 로얄엔필드는 50년 넘게 히말라야 일대를 누비며 축적한 그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히말라얀을 개발했다. 히말라얀의 개발팀은 테스트 모델을 타고 히말라야의 눈길, 모래밭, 돌밭을 달리며 개량을 지속했다. 로얄엔필드의 히말라얀은 히말라야가 낳고 히말라야가 키운 모터사이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얄엔필드는 이런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히말라얀으로 히말라야를 달리는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모토히말라야2019(이하 모토히말라야)’는 총 10개국에서 모인 25명의 참가자들이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인도 북부의 라다크 지역을 라이딩 하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모토히말라야 참가자들은 로얄엔필드 홍보대사, 유튜버,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모터사이클 딜러 오너 등으로 다양했다. 라이딩 일정은 총 7일이다. 하루에 적게는 110km에서 많게는 220km까지 주행하며, 총 이동 거리는 약 1,000km에 이른다. 거점 도시인 레(Leh)는 해발고도가 3,524m에 이르며 가장 높은 캠프인 트소 모리리(Tso Moriri)는 4,522m에 이르러 저산소증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며, 라이딩 코스는 온로드60%, 오프로드 40% 정도로 만만치 않은 코스다.

8월 11일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레’로 이동했다. 델리에서 ‘레’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1시간 가량 비행했을 무렵부터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투어의 거점이었던 ‘레’는 인도 북부에 위치한 산악지대이며 국경과 인접해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철원이나 인제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DAY1. 히말라야의 첫인사, 고산병
모토히말라야의 첫날인 11일은 투어 전반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각 참가자들의 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이후 짐을 정리하고 9일간 함께할 로얄엔필드의 히말라얀을 배정받고 헬멧과 모터사이클에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높은 고도에 대한 적응 기간이기도 했다. 먼저 9일간 동행할 의사와의 면담 시간을 가졌다. 일대일 검진을 통해 혈압과 신체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고, 고산증세를 겪는 몇몇 참가자들에게는 그에 따른 처방이 이루어졌다. ‘레’에 도착한 2시 정도에는 특별한 증세가 없었지만 해가 떨어질 무렵인 6시부터는 어지러움과 함께 미열이 발생해 약을 처방받고 22시가 되기 전에 일찍 잠을 청했다. 

라이딩의 첫 번째 날은 가벼운 몸풀기로 프렌들리 라이딩을 진행했다. 오전 8시에 숙소인 ‘레’를 떠나 도시 인근을 가볍게 라이딩하며 인도의 도로 사정과 히말라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인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로의 진행 방향이 왼쪽이다.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금세 적응이 됐다. 첫날의 라이딩 거리는 약 100km로 거의 온로드만 주행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았다. 

수도인 델리의 도로는 혼잡했으나 ‘레’ 인근은 한산했다. 군용 트럭이 도로를 차지해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복잡함은 없었다. 특히 신호가 없었기에 풍경을 즐기며 라이딩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티벳 불교 사원인 틱세이 모나스트리(Thiksay Monastry)에 방문해 라다크 지역의 경치를 만끽 할 수 있었다.

DAY2.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본다!
본격적인 라이딩은 13일부터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히말라얀의 시동을 걸고 카르둥 라 패스(Kardung La, 해발 5,360m)로 향했다. 카르둥 라 패스를 관통하는 길은 반 이상이 오프로드였기에 만만히 볼 수 없는 코스였다. 업힐 구간 동안 자갈밭과 얕은 물길이 이어졌고 크고 작은 돌이 많았기에 엉덩이를 시트에 붙일 틈이 없었다. 

계속되는 스탠딩 포지션으로 하체에는 피로가 누적됐다. 고지대로 올라가며 산소의 양이 줄어들어 근육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1시간 동안의 주행으로 업힐 구간을 통과하고 나서야 카르둥 라 패스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시동을 끄고 지면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리의 힘이 풀려 모터사이클을 쓰러트렸다.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아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10분간의 휴식 동안 경치를 즐길 여유도 없이 앉아서 물만 들이켰다. 전 날의 프렌들리 라이딩에 비해 급격히 상승한 난이도 때문인지 카르둥 라 패스 라이딩은 유독 힘에 겨웠다. 

라이더는 지쳤지만 로얄엔필드의 히말라얀은 지치지 않았다. 크고 작은 돌이 많은 오프로드에서도 서스펜션은 안정적으로 충격을 흡수해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의 옆은 낭떠러지다. 가드레일도 없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위험한 구간이었지만 히말라얀은 히말라야에서 나고 자란 녀석인만큼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안전하게 하산을 도왔다. 

헤어핀 구간도 자주 만났다. 코너 진입 구간은 바위에 가려져 있어 속도를 줄이고 코너에 진입해야만 했다. 효율적으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했고 기어 변속도 빈번할 수 밖에 없었다.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한 채 코너에 진입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지만, 히말라얀의 안정적인 제동력과 차체 밸런스로 위기를 벗어 날 수 있었다. 내 체력에 대한 원망은 있을지언정 히말라얀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다행히 제 컨디션을 찾았고 숙소이자 둘째 날 라이딩의 도착지인 누브라 밸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중편에서 계속)


글, 사진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