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브이스트롬 1050 XT, 절묘한 밸런스의 멀티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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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퍼퍼스(Multi-purpose).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이른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만족시켜야만 멀티퍼퍼스로 불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스즈키의 브이스트롬 1050 XT는 멀티퍼퍼스에서 한 발 더 내디뎠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는 물론 스포티한 주행 성능까지 탑재, 트리퍼퍼스(Tri-purpose)의 자리를 노린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지난 2019 EICMA 모터사이클쇼에서 첫 공개됐다. 이전 모델인 브이스트롬 1000 XT와 비교하면 헤드라이트의 형상이 바뀌었고 새로운 계기반을 탑재했다. 또한 라이딩 모드를 세 가지로 세분화했고 크루즈 콘트롤을 탑재하는 등의 발전이 이뤄졌다.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는 모두 모터사이클 장르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이 세 가지 장르를 혼합한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를 지향했다. 장르 간의 융합은 낯선 일이 아니다. 스포츠와 투어러를 섞은 고속 투어러,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멀티퍼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 장르의 특성을 한 기종에 담는 일은 흔치 않다. 자칫 이도 저도 만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이스트롬 1050 XT는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의 특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을 보여줬다.


짜릿한 고회전형 V트윈 엔진의 쾌감
브이스트롬 1050 XT가 어떻게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살렸는지 엔진을 보면 답이 있다. 브이스트롬 1050 XT 1,037cc 배기량의 수랭식 V트윈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8,500rpm에서 107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고 6,000rpm에서 10/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실린더의 보어는 100mm, 스트로크는 66mm. 정리하면 브이스트롬 1050 XT는 고회전형 숏스트로크 V트윈 엔진을 탑재한 것이다.

주행 중에는 핸들바로 전해지는 진동이 제법 있는 편이다. 저속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V트윈 엔진 특유의 고동감을 느낄 수 있다. 엔진의 성격은 한적한 국도에서 또렷해진다. 6,000rpm을 넘어서면 브이스트롬 1050 XT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로틀 그립을 리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엔진을 회전시키면, 배기음의 음색이 날카롭게 변하고 출력 상승이 매끄럽게 지속된다. 최고 출력은 107 마력. 예상 지점보다 더 높은 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출력을 발휘한다. 기대하지 않은 회전 영역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니 한 방 얻어 맞은 기분이다. 어드벤처보다는 네이키드의 주행 질감에 가깝다. 리터급 스포츠 장르의 모터사이클과는 격차가 크지만 스포티한 주행 질감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스포티한 주행은 전자 장비의 탑재로 보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기존 두 가지 모드였던 SDMS(Suzuki Drive Mode Selector)는 브이스트롬 1050 XT에서 세 가지로 늘었다. A, B, C 세 가지 라이딩 모드 중 가장 스포티한 모드는 A 모드다. A 모드에서 즉각적인 스로틀 응답과 엔진브레이크 개입이 이뤄진다. 직선 도로에서는 시원한 가속력을 보여주고 코너에서는 적극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또한 IMU(관성측정장치)를 기반의 코너링 ABS TCS(Traction Control System)를 탑재했다. 코너링 시 차체가 기울어지는 각도를 감지하고 제동력을 분배함으로 코너에서의 감속에도 안정감이 있었다. 


기본기에 충실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
브이스트롬 1050 XT는 분명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갖고 있지만 태생은 엄연히 어드벤처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다카르 랠리 머신인 DR 시리즈의 디자인을 계승했다. 프론트 비크와 연료 탱크의 형상 등에서 DR-시리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브이스트롬 1050 XT의 시트고는 850~870mm로 조절할 수 있으며 로우 시트를 장착하면 830mm까지 낮출 수 있다. 폭도 슬림해 발착지성도 우수하다. 실제로 임도를 주행해 본 결과 깊은 물골에 빠져 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질뻔했지만 발이 지면에 닿아 안정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되지 않아 배기매니폴드가 외부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턱이 있는 곳은 확실히 속도를 늦추고 진입하는 것이 안정적이며, 출고 시 장착되는 타이어는 온로드 성향의 투어링 타이어이기 때문에 가급적 험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브이스트롬 1050 XT는 꽤 괜찮은 어드벤처다. 역시 전자 장비는 큰 도움을 준다. TCS를 끄고 킬 수 있으며 세 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오프로드에서 구동력을 최적화하고 접지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저속 RPM 보조 시스템은 저속으로 운행 시 시동 꺼짐 현상을 최소화한다. 튜브리스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펑크 수리 키트를 휴대하면 즉각적인 대처도 가능하다.


편안한 포지션과 넉넉한 수납공간의 투어러
투어링 능력은 브이스트롬 1050 XT의 그 어떤 특성보다 돋보였다. 우선 포지션이 편안하다. 상체가 과도하게 앞으로 기울지 않고 스텝의 위치도 미들 스텝으로 부담 없는 자세가 완성된다. 서울부터 파주 감악산까지 약 2시간을 휴식 없이 주행했다. 푹신한 시트는 라이딩의 피로를 줄여주며, 라이딩 모드를 C로 설정하면 크루징이 한결 편안해진다.

브이스트롬 1050 XT의 윈드 스크린은 약 15cm 간격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윈드스크린을 가장 낮추면 눈가를 스치는 정도로 바람을 막아주고, 가장 높이면 얼굴에 불어오는 주행풍이 사라져 쾌적하다. 단 조절 클립이 전면에 설치돼 있어 주행 중에는 높낮이 조절이 불가능하다. 이점을 제외하면 윈드 스크린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다.

투어러의 필수 덕목인 수납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기본으로 리어 랙을 제공하고 브라켓을 설치하면 탑 케이스와 페니어 케이스를 장착할 수 있다. 모토 캠핑을 떠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수납공간이다. 또한 크루즈 콘트롤을 탑재해 쾌적한 장거리 라이딩을 지원한다. 이전 모델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크루즈 콘트롤은 오른쪽 핸들 스위치부의 버튼을 통해 끄고 킬 수 있다. 최소 60km/h 이상의 속도와 4단 기어 이상에서 활성화되며 왼쪽 핸들 조작 버튼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멀티플레이어는 감독으로부터 중용 받는다. 한 능력에 특출나지 않아도 다양한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능력에 특화된 선수가 필요한 반면 모든 포지션을 아우를 수 있는 선수도 나름에 가치가 있다. 이는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다. 멀티퍼퍼스가 그런 역할을 했다. 오프로드도 들어갈 수 있고 장거리 라이딩도 편안하기에 많은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았다.
 
브이스트롬 1050 XT는 멀티퍼퍼스에 더해 스포츠 성능도 강조했다. 여러 가지 능력을 갖겠다는 욕심은 자칫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허영심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이스트롬 1050 XT는 분명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어느 한쪽에 정통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여러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절묘한 균형 감각으로 완성한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 브이스트롬 1050 XT은 모터사이클계의 멀티플레이어다.


글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사진
이찬환 기자 chle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