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환골탈태를 만끽하라

0
57

서막은 그랬다. 다이나와 소프테일 중 한 라인업을 선택하는 라이더가 있는 반면, 둘 사이에서 망설이는 라이더도 있다. 바로 다이나 계열의 보다 민첩한 주행성능을 원하면서도 하드테일의 멋을 고수해온 소프테일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우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고 싶어하는 그런 상황이다. 각 라인업을 선택함에 있어 일장일단이 있지만, 이들은 결국 할리데이비슨의 크루저를 타고 싶어하는 것이고, 할리데이비슨은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 할리데이비슨에서 다이나는 없다. 이전의 소프테일도 없다. 1984년부터 30년 넘게 이어 오던 프레임을 바꾸고, 더욱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등장한 소프테일만 남았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이 오랜 연구 끝에 내린, 다이나와 소프테일을 통합시킨 결정은 암전에 불과하다. 그 다음 막에 펼쳐진 신형 소프테일의 변화가 모든 것을 납득시켰다. 기존의 다이나 계보에서 소프테일로 편승한 팻 밥과 스트리트 밥 그리고 소프테일의 간판 기종인 브레이크아웃과 헤리티지 클래식이, 바르셀로나주의 북쪽에 위치한 갈리파 산맥에서 기분 좋은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을 줬다.


스트리트 밥, 소프테일에 이식한 다이나 DNA

하드테일의 리어라인을 갖게 된 스트리트 밥은 이제 완연한 소프테일 시리즈다. 게다가 적당한 높이의 미니 에이프 행어 핸들바는 덩치가 작은 사람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과 편안한 상체 포지션을 선사한다. 소프테일이면서 동시에 다크커스텀 계열 중 하나인 스트리트 밥은 짙어진 블랙 컬러와 다듬어진 외관 덕에 커스텀 모터사이클의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이제는 LED 헤드라이트가 프론트의 인상을 책임진다. 새로운 리어 서스펜션은 시트를 탈거해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다.

밀워키에이트107(이하,107엔진)을 탑재한 스트리트 밥은 3,000rpm에서 14.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전 세대보다 전장이 짧아지고 무게는 7kg을 감량한 덕에 차체가 보다 콤팩트해졌지만, 가랑이 사이에는 더욱 커다란 1,745cc V트윈이 자리한다. 두 개의 피스톤이 굵고 마른 기침 소리를 토해내며 아이들링 상태를 유지해도, 두 개의 밸런서로 진동을 억제한 덕에 불쾌하지 않은 여운만 맴돈다. 우측으로 뻗은 두 가닥의 머플러는 기존과 달리, 하단의 배기관도 뒤쪽으로 더욱 길게 뽑아냈다.

굳이 밀워키에이트114(이하, 114엔진)가 아니어도 107엔진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힘이 넘친다. 저회전에서 뽑아낸 대배기량 V트윈의 토크는 묵직하다. 체감 가속도 상당하며, 스로틀 그립을 넋 놓고 비틀면 그때마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거린다. 회전수가 올라감에 따라 진동은 올라오지만, 그 전에 기어 단수를 올려 버린다. 역시 쭉 뻗은 도로에서는 일찌감치 변속해서 낮은 회전수로 크랭크 축을 돌리는 맛이 좋다. 손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있을지언정 시트 위로 올라오는 불쾌한 진동은 거의 없다. 시트는 크루저다운 편안함을 주면서도 빅트윈 엔진의 토크에 밀리지 않도록 요추를 잘 받쳐준다.

보다 세련된 주행질감은 시각적인 영향도 한 몫 한다. 주행 중 시야에 들어오는 연료탱크와 핸들바 부분이 인상적이다. 크기가 작아진 연료탱크는 확실히 비대함이 줄었고, 계기반의 위치도 핸들바 중앙으로 옮겼다. 필요한 정보를 담아낸 디지털 방식이며, 무엇보다 디자인이 깔끔해서 좋다. 동시에 장시간 주행에도 다리에 느껴지는 엔진의 열기는 적다.

인적이 드문 와인딩에 접어들자 스트리트 밥은 매끄럽고 가볍게 움직인다. 직선도로에서 크루징을 즐길 때와 달리 시프트 다운을 통해 적절한 기어 단수와 회전수를 찾아 코너로 진입한다. 스트리트 밥은 가뿐하게 누워주며 라인을 쉽게 따라갔다. 서스펜션의 유연한 움직임과 경쾌한 핸들링 반응은 뚝뚝 끊어지는 느낌 없이 연속된 코너를 따라 안정적인 궤적을 그리게 도왔다. 스트리트 밥의 매력은 직선도로보다도 굽이진 길에서 드러났고, 커스텀 바버 스타일의 크루저가 발휘할 수 있는 스포티함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오버리터급 배기량임에도 버겁지 않은 크기와 섀시 설정이 어느 곳에서든 107엔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스트리트 밥은 더욱 매력적인 외모를 얻었고, 다이나의 운동신경은 잃지 않았다.


브레이크아웃, 빅트윈 크루저의 정수

어느 고갯길의 중턱. 스트리트 밥의 시동을 끄고 내린 후, 브레이크아웃의 시동을 걸었다. 소프테일의 특징이 가장 돋보이는 기종을 꼽으라면 단연 브레이크아웃이 아닐까. 브레이크아웃의 낮고 길쭉하게 빠진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크루저의 매력에 홀리게끔 한다. 드랙바 스타일의 핸들바는 라이더를 터프하게 만들어주며, 21인치의 프론트 휠은 저 멀리 앞쪽에서 스포크 디자인을 뽐낸다. 굵은 매직 펜으로 반듯하게 내려 그은 듯한 세로형태의 LED는 과하지 않아 더욱 또렷하고, 적절하게 두른 크롬은 경망스럽지 않으며, 240mm 폭의 리어 타이어는 뒤태의 방점을 찍는다. 왠지 114엔진이 더 어울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묵직함이 느껴진다. 바로 직전에 스트리트 밥을 탔을 때처럼 코너를 대할 순 없다. 빠르게 코너를 쫓을 필요도 없으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코너에 진입해야 한다. 브레이크아웃은 1,868cc 114엔진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막강한 토크를 터뜨려 돌파하듯이 튀어나가는 맛으로 즐기면 된다. 코너를 돌고 있는 상황보다는 탈출 시점에서 서서히 차체가 일어남과 동시에 가속하는 그런 시점 말이다. 물론 브레이크아웃의 움직임을 이해하면 편하다. 낮고 긴 차체를 기울이는 맛은 스포츠 장르의 날카로운 코너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코너링의 한계가 높지 않다 보니 부푼 라인을 수정하기에는 빠듯하다.

절대속도 따위는 제쳐두자. 오직 라이더와 브레이크아웃의 페이스로 스로틀 그립을 감으면 엔진과 섀시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코너링 라인만 조금 커졌을 뿐, 그 안에서의 움직임은 전혀 뻣뻣하거나 힘들지 않다. 무게를 이전에 비해 17kg이나 감량하고, 변경된 프론트 서스펜션과 리어 서스펜션이 브레이크아웃의 외관만큼이나 멋을 잃지 않도록 해준 덕분이다. 연속된 코너를 만나도 차체를 심히 흩뜨리거나 주행라인을 방해하지 않게 탄탄히 잡아주며, 요철을 꽤나 빠르게 타고 넘어도 충격흡수를 준수하게 처리해 엉덩이와 허리로 오는 아픔이 적다. 장시간을 달려도 라이더가 지치지 않고 멋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소프테일 전 기종에 ABS가 기본으로 장착돼 안정성을 확보했다. 리어 서스펜션은 시트 오른쪽 하단에 마련한 조절장치를 사용해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다.

수많은 와인딩을 지나자 저 멀리 쭉 뻗은 도로가 브레이크아웃을 반긴다. 240mm의 리어타이어에 15.8kg*m(3,000rpm)의 최대토크를 모두 쏟아 붓는다. 피스톤의 폭발력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114엔진의 막강한 토크와 우렁찬 배기음, 어깨 떡 벌어진 자세와 거세게 후려치는 주행풍. 도로 끝을 향해 돌진하는 지금, 온몸에 브레이크아웃의 터프함을 휘두른 채 달려나간다. 빅트윈 크루저가 줄 수 있는 호탕하고 시원한 답례다. 브레이크아웃은 멋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장거리가 피곤하지 않고 요철이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아웃은 더 편안하고 빨라졌다. 그것도 멋지게 말이다.


헤리티지 클래식, 성숙하고 근엄한 크루징

또 하나의 114엔진을 얹은 헤리티지 클래식은 예상대로 편했다. 크루저 기반에 투어링의 요소를 곁들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헤리티지 클래식은 114엔진의 추진력을 가장 여유롭게 활용한다. ABS는 물론이고 크루즈 컨트롤도 기본으로 탑재해 한적한 도로에서는 더욱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1단부터 스로틀 그립을 끝까지 비틀어 끝자락의 6단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헬멧을 강타하는 주행풍은 없다. 윈드쉴드가 크루저의 멋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안락한 라이딩을 선사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 아래쪽에 자리한 세 개의 동그란 눈망울은 LED 덕에 존재감이 배가됐다. 실용성 높은 가죽 새들백은 시트와 어우러진 디자인 패턴으로 한결 고급스럽게 마무리 했다. 연료탱크 가운데를 가르는 가죽 또한 매력이다.

이미 스트리트 밥과 브레이크아웃으로 경험한 섀시의 반응은 헤리티지 클래식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굽이진 산길에서 좌우로 번갈아 기울이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쉽게 연결된다. 동시에 낮은 회전수로 툭툭 끊어 치는 엔진의 감각은 차체를 지긋이 밀어주고, 높은 회전수로 촘촘히 토크를 박아 넣을 때면 제법 경쾌함 마저 든다. 빈티지 감성이 충만한 헤리티지 클래식의 성능은 전혀 옛 것의 움직임이 아니다. 헤리티지 클래식 역시 17kg이나 감량했다게다가 더욱 늘어난 서스펜션 트래블과 높아진 댐핑의 한계가, 그렇게 타지 않아도 되는데 몰아붙이게 하는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