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콘셉트 R18, 크루저의 청사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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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다시 크루저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콘셉트 R18은 BMW의 헤리티지와 기술력을 담아내
앞으로 출시할 크루저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콘셉트 R18로 바라본 크루저의 미래

BMW는 슈퍼스포츠, 네이키드, 투어러, 멀티퍼퍼스, 스쿠터 등 온로드 부문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장르를 보유하고 있다. 장거리 투어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로 빛을 발하는 브랜드답게 대배기량 투어러와 멀티퍼퍼스로 탄탄한 라인업을 꾸리고 있으며, 2000년대 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한 S1000RR은 일본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슈퍼스포츠 시장을 흔들어놨고 어느새 풀체인지로 돌아왔다.

알나인티(R nine T)의 등장은 레트로 시장을 대세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후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이며 별도의 헤리티지 라인업으로 구축할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밖에도 도심 이동수단의 다변화를 위한 C시리즈의 확장과 저배기량 시장을 위한 G시리즈 등 트렌드와 함께하면서 빈틈없는 구조를 갖췄다.

그리나 현재 BMW 라인업 중 크루저만 공석이다. 물론 BMW도 과거에 크루저를 선보인 적이 있다. 지난 1997년에 등장한 R1200C는 BMW의 상징 중 하나인 복서엔진(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유려한 곡선 디자인과 느긋한 크루징 포지션을 취해 BMW만의 크루저 감각을 내세웠다. 엔진은 출력보다는 토크 위주의 세팅으로 다듬고, 모노레버 스윙암과 텔레레버 등 BMW만의 섀시 설계가 돋보이는 구성을 적용해 기존의 크루저와는 다른 주행감각을 선사했다. 

또한 R1200C의 크루저를 베이스로 보다 투어링 성능을 강화한 R1200CL도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핸들바 마운트 방식의 프론트 카울에는 네 개의 헤드라이트를 장착했고, R1200C와 달리 6단 트랜스미션을 적용했다. 이 밖에도 스윙암을 강화하고 페니어 케이스와 탑케이스로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등 보다 고급스러운 크루저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R1200C로 시작된 크루저 패밀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생산을 이어오다가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플래그십 투어러인 K1600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배거 타입인 K1600B가 그나마 크루저의 갈증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BMW가 최근에 공개한 콘셉트 모델인 R18을 보면 BMW의 크루저 시장 재진입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방향성에 있어서도 조금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R18은 BMW 클래식 모터사이클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디자인과 현대식에 어울리는 기술의 조화로 라이더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했다. 

BMW의 다양한 모델 가운데 라이더의 감성을 자아내고 클래식의 명분으로 트렌드를 리드한 기종을 꼽으라면 단연 알나인티다. 헤리티지 승화의 좋은 예다. 레트로 시장은 단순히 경쟁기종을 능가하는 스펙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때문에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교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알나인티 역시 공개하기에 앞서 BMW 모터사이클 역사의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콘셉트 나인티(Concept Ninety)를 먼저 선보였고, 이후 콘셉트에서 끝나지 않고 알나인티로 이어지며 스포츠와 레트로의 접점을 자연스레 엮었다.

R18도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역시 과거 BMW 모터사이클의 캐릭터를 재현한 것. 1930년대에 등장했던 R5 등과 같은 유려한 라인과 균형 잡힌 비율, 초창기 텔레스코픽 포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더블 크레들 프레임 사이로 훤히 드러나는 거대한 ‘복서 엔진’(수평대향 2기통)과 파워트레인 등이 그렇다. 리어 쇽업소버는 시트 하단으로 배치해 리지드 타입의 미끈하게 떨어지는 리어라인을 구현했다. 

R18에 탑재한 복서 엔진은 1,800cc의 대배기량으로 거대한 실린더 헤드를 자랑한다. 프론트 포크와 연료탱크는 클래식 BMW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흰색 라인을 넣어 클래식한 스타일을 강조했고, LED 원형 헤드라이트는 ‘U’ 형태로 덮었으며, 노출된 샤프트 드라이브 등 콘셉트 모델로써 구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디테일과 마감으로 우아하면서도 압도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R18 보다 앞선 지난 2016년에는 R5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R5 오마주(R5 Hommage)를 선보이기도 했다. R5가 취한 레이아웃을 그대로 재현해 빈티지한 스타일과 BMW만의 상징적 요소를 녹여냈고, 연료탱크와 프레임 등을 핸드 메이드로 정교하게 제작하는 등 수준 높은 바버 타입의 커스텀 스타일로 끌어냈다. 

또한 R18에서 언급한 새로운 복서 엔진은, 일본의 커스텀 빌더인 커스텀 웍스 존(CUSTOM WORKS ZON)이 BMW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프로토타입 복서 엔진을 탑재한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공개하면서 알렸다. 해당 작품은 당시의 2018 핫 로드 커스텀 쇼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미국의 커스텀 빌더인 리바이벌 사이클(Revival Cycles)이 역시 프로토타입 복서 엔진을 기반으로 리바이벌 버드케이지(Revival Birdcage)라는 커스텀 크루저를 선보였다. 커스텀 웍스 존에 이은 두 번째 커스텀이었으며, 본격적으로 크루저에 대한 단상과 함께 2020년의 시장 진입을 목표로 새로운 복서 엔진을 탑재한 크루저를 선보일 것을 언급했다. 

크루저 장르는 북미의 모터사이클 시장을 통솔할 수 있으면서 할리데이비슨이라는 거대한 터줏대감이 자리하기에 틈을 노려야 하는 틈새시장이기도 하다. 할리데이비슨이 독식하다시피 크루저 장르를 휘어잡고 있지만, 동시에 오래 전부터 고착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탈피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이 틈이라 할 수 있다.

과연 BMW가 이 틈을 어떻게 공략하고 크루저 시장을 새롭게 키워갈지 궁금하다. 트렌드는 여전히 레트로이기에 다시 한번 알나인티와 같은 접근법으로 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콘셉트 나인티가 그랬던 것처럼 R5 오마주와 R18 모두 콩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Concorso d’ Eleganza Villa d’ Este)에서 선보였으며, 프로토타입 복서 엔진은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통해 구현했다. 적어도 알나인티의 성공적인 사례와 최근 공개한 콘셉트 및 커스텀 모터사이클의 방향성을 보면, 레트로에 부합하는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현대적 기술과 헤리티지의 융합을 클래식 코드로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복서 엔진에 대한 흥미 유발, 그리고 이것이 크루저를 통해 선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BMW와 크루저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