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 공장방문기, 모터사이클은 클래식 공장은 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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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엔필드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영국 태생의 인도 모터사이클 브랜드, 뛰어난 가성비, 클래식한 디자인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태생은 영국이지만 인도 생산이라는 부분은 로얄엔필드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기도 하다. 궁금했다. 실제 인도에서 생산한 모터사이클은 어떤 공정을 거쳐 생산되고 과연 품질이 좋지 않은지 말이다. 그래서 로얄엔필드 인도 현지 공장에 방문해 생산과정과 제작시스템을 살펴봤다. 

언급했듯이 로얄엔필드는 영국에서 태동했다. 1901년 런던 엔필드 지역에서 처음으로 로얄엔필드라는 이름을 붙인 모터사이클을 생산했고 1955년 로얄엔필드를 운영하는 영국의 레디치(Reddich) 가 인도의 마드라스(Madras)모터스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첸나이에 공장을 설립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품을 생산한 것은 아니었으며 영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이었다. 이후 1962년부터는 모든 부품을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1977년에는 인도에서 생산한 모터사이클을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 수출하기에 이른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렇게 로얄엔필드는 영국이 낳고 인도에서 성장한 브랜드라는 특별한 히스토리를 갖게 됐다. 

인도에는 총 3개의 로얄엔필드 공장이 첸나이에 모여 있다. 2010년 이후 세워진 공장이 두 곳으로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2013년과 2017년에 공장을 증설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들급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모터사이클 공장에 미디어를 초청하는 일은 드물 뿐만 아니라, 관람을 하더라고 제한된 구간의 일부만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로얄엔필드 측은 모터사이클이 제조되는 전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숨김 없이 공개했다. 이들의 파격적인 제안에 의구심이 드는 한편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깔끔한 환경과 예상외의 규모    
이번에 방문한 곳은 2013년에 가동을 시작한 로얄엔필드의 두 번째 공장인 오라가담(Oragadam)공장이다. 첸나이 공항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동해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인도에서는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4차선 이상의 도로였지만 전반적으로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혼잡한 도로를 달려 공장에 들어서서 였을까. 공장의 첫 인상은 밖과는 사뭇 다르다. 울타리 밖 도로 상황과 맞물리며 상반된 환경이다. 깔끔하고 현대적이었고, 공장 건물은 물론이며 단지 내 조경부터 정돈 상태까지 나무랄 곳 없이 잘 정비돼 있다.

책임자에게 간단히 공장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곧장 견학을 시작했다.  공장에 들어가기 이전에 눈에 띈 것은 서킷과 흡사한 트랙이었다. 이곳은 완성된 모터사이클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곳으로, 테스트 라이더는 가속, 감속, 코너링을 반복하며 모터사이클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새 모터사이클의 트립 미터에 2~3km 가량의 수치가 적산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와 체계적으로 구획이 나뉘어진 공장 시설에 놀랐다. 공장 라인을 모두 가동시키면 하루에 2,000대의 모터사이클을 완성시킬 수 있는 규모이며 연간 60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공장 내부 정리 상태는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공장에 방문한 8월말 첸나이 현지 온도는 30도 중반으로 한 여름 날씨였지만, 공장 내부는 냉방시스템이 잘 갖춰져 근로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느낌이다.

사람과 로봇의 하모니
엔진 케이스를 제작하는 라인부터 견학에 나섰다. 직원은 절삭 머신을 가동해 케이스를 가다듬었고 케이스 제원에 대한 수치를 기계를 통해 확인한다. 디테일한 마무리와 검수는 직접 했다. 100% 자동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기계와 사람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1차적으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검수를 하면 시니어 매니저가 2차적으로 확인을 한 뒤에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시니어 매니저는 실수한 직원을 찾아내는 감시자의 역할이 아니라 전반적인 제작 시스템상에서의 오류를 짚어내고 이를 바로잡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모든 작업과 검수는 체크리스트에 기록됐고 한치의 오차 없이 이루어졌다. 

엔진 케이스 생산 라인을 지나 엔진을 완성하는 조립 라인에서도 꼼꼼함이 엿보인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엔진에 하나하나 부품을 끼워 넣는다. 테크니션은 한 파트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파트를 소화해 낼 수 있다. 엔진에 대한 이해도와 작업에 대한 숙련도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장 직원의 전문적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색은 사람보다는 기계의 몫이 컸다. 도색-코팅-건조로 이어지는 작업이 100% 자동화로 이어진다. 컨베이어 레일에 카울이 올려 지면 모든 작업은 기계가 알아서 진행했다. 다만 도색 구간에도 인간의 손길이 묻어났다. 그것은 바로 연료탱크에 페인팅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화공이 펜을 들고 도료를 묻혀 손수 라인을 그려 넣는다. 마치 기계처럼 오차 없이 반듯하게 칠해지는 라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겁고 큰 부품을 나르는 일, 물리적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했고 섬세한 마무리 작업과 최종 검수는 사람이 실시해 완성도를 높인다. 사람과 로봇의 조화가 두드러지는 제조 과정이다. 

고장률 제로를 향한 반복 작업
엔진 조립이 완료되면 차체에 각종 부품을 결합하는 최종 조립 과정으로 제조가 완성된다. 100m에 달하는 긴 행렬에 각자가 맡은 부품을 장착하고 조인다. 차체에 엔진만 앙상하게 붙어 있는 모습에서 시동이 걸리고 두 바퀴가 굴러가는 완성품으로 태어나기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마침내 모터사이클은 완성됐지만 이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PDI(Pre-Delivery inspection)팀의 검수 작업이다. 이들은 출고에 앞서 70가지의 사전 검사를 시행한다. 도색 상태, 구동계, 전자 계통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제동 성능, 엔진 성능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테스트 머신에 모터사이클을 올리고 엔진 회전수와 속력의 상승이 비례한지 확인하고 브레이크에 문제가 없는지 직접 조작하며 체크한다. 5분 가량 이어지는 트레드 머신 테스트에 통과하면 공장에 처음 들어올 때 봤던 트랙 테스트에 돌입한다. 실제 주행 환경과 같은 아스팔트 트랙에서 테스트 라이더는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최종단계까지 이상이 없는걸 확인하면 비로소 모터사이클은 출고 대기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근로환경, 제작, 조립, 검수, 분위기 등 로얄엔필드 오라가담 공장의 여러 요소는 흠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PDI 검수 책임자는 17년 동안 한 자리에서 업무를 전담해 왔다고 한다. 현대적인 시설과 장인정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 지켜 본 이들의 노력에는 진실성이 보였다. 행동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고 진지하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가 이뤄졌다. 

로얄엔필드는 로얄엔필드 코리아가 올해 공식적으로 론칭하며 수입과 사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던 AS 시스템도 보완하며 판매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된 모터사이클과 이를 뒷받침하는 AS 시스템 구축으로 로얄엔필드는 자사의 슬로건인 ‘퓨어 모터사이클링(Pure Motorcycling)’, 모터사이클을 타는 순수한 즐거움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글 / 사진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