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타입의 모터사이클(이하, 커브)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커브의 역사는 1958년 혼다의 슈퍼커브 C100으로 시작됐다. 그 형태와 쓰임새는 매우 편리하고 직관적이라 인간의 삶 속에 그 어떤 모터사이클보다 깊숙이 자리잡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특유의 완성도로 인해 시대가 변함에도 개량을 거칠 뿐 기본 설계바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배달용 모터사이클의 외형이 비슷한 이유다. 커브는 상용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갖췄으며 우수한 내구성과 연비, 정비 용이성, 쉬운 조작 등으로 대체할만한 기종이 없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커브도 저마다의 특징과 이야기를 갖고 있어, ‘배달용’으로 한데 묶어놓기에는 조금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커브의 현 상황은 어떨까.
혼다 슈퍼커브, 최초와 최고의 주인공
반 백 년 이상의 혈통으로 이어온 혼다의 현행 슈퍼커브는 여전히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의심 없는 기술력과 믿음직한 상품성으로 타사의 커브 기종을 아류로 만들고,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며 해당 장르를 선도하는 굳건한 입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간결하게 이루어진 외형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글귀에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트높이는 735mm로 경쟁기종대비 가장 낮고, 중량 역시 가장 가벼운 100kg이다. 엔진은 109cc 공랭식 단기통으로 8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0.87kg*m(5,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60km/h 정속 주행 시 63.5km/L의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휠 사이즈는 전/후륜 모두 17인치로 다양한 노면에서의 원활한 주파성을 확보했고,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드럼을 채용했다. 연료탱크 용량은 4.3L로 적당하다. 색상은 베이지, 레드, 블루의 세 가지로 다양하게 준비했으며, 시트 색상 또한 투톤 컬러를 적용해 고만고만한 커브 디자인 속에서도 보다 감각적인 외관을 연출했다.
슈퍼커브의 판매가격은 219만원이다. 국산 커브 중 가장 저렴한 KR모터스의 DD100보다는 30만원이 비싸며, 가장 비싼 대림자동차의 씨티에이스2 디스크(스마트키 적용사양)보다는 4만원 저렴하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혼다 모터사이클 특유의 내구성을 감안한다면 몇 십 만원의 금액 차이는 충분히 커버된다.
혼다의 커브는 국내 시장에 가장 늦게 도입됐지만, 지속적으로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슈퍼커브는 하나의 장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며 언더본 프레임에 자동원심 클러치의 조합으로 전세계에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결국 검증된 혼다의 기술력과 발상은, 이동수단부터 생계수단을 넘어 세계일주까지 가능한 커브의 역량을 입증했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혼다 커브는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판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대림자동차 씨티에이스2 시리즈, 한국 커브의 자존심
1982년, 당시의 슈퍼커브 시리즈를 기반으로 탄생한 대림혼다의 DH88은 국산 커브의 자존심인 ‘시티’의 시작점이다. 이후 1987년에 등장한 시티100(citi 100)은 2004년까지 생산되며 우리나라의 대표 상용 모터사이클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성공궤도에 올라탐과 동시에 ‘시티’라는 단어는 하나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시티플러스와 시티에이스110 등을 거쳐 지금의 씨티시리즈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티100이 슈퍼커브와 비슷한 각진 디자인이었던 반면, 시티플러스부터는 곡선을 가미해 부드럽고 날렵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씨티시리즈는 씨티에이스100, 씨티에이스2, 씨티에이스2 디스크, 씨티에이스2 이코노믹으로 분류된다. 씨티에이스100은 배기량 99.7cc 엔진을 사용하며, 나머지 씨티에이스2 라인업은 배기량 108cc 엔진을 탑재한다.
이 밖에도 차체 크기와 시트높이, 휠 사이즈, 브레이크 타입 등에 조금씩 차이를 뒀다. 중량은 105kg, 연료탱크 용량은 4L로 모두 동일하다. 테일라이트는 모두 LED를 적용했고, 씨티에이스100을 제외한 모든 기종에는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색상은 레드 컬러뿐이다. 씨티시리즈는 라인업과 스마트키 선택사양 등에 따라 최소 194만원에서 최대 223만원의 판매가격을 형성한다.
시티100은 슈퍼커브의 장점이 적절하게 녹아 있었고, 국내에서도 자연스레 인정받아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배달용은 ‘시티’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대도시부터 변두리까지 ‘빨간색 오토바이’가 없는 곳이 없고, 아직도 꿋꿋이 돌아다니는 시티100을 볼 수 있으며, 지금의 대림자동차가 건재할 수 있었던 주 요인 중 하나가 ‘시티’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제품이 잘 팔려 제조사가 성장하니 전국 곳곳에 판매점 및 서비스망은 더욱 탄탄하게 포진할 수 있었다. 결국 현행 씨티시리즈까지 그 명맥이 유지된 이유다.
반면, 지금의 씨티시리즈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시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믿음은 과거 시티100이 보여준 신뢰에서 비롯된다. 시대가 흐를수록 시장은 발전하고 성장하며 소비자들도 더욱 현명해진다. 이들이 생각하는 ‘시티’가 현행 씨티시리즈와도 상응하려면 브랜드의 이미지 쇄신과 품질개선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다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과거의 시티100이 그랬듯, 씨티시리즈는 지금의 우리나라를 가장 부지런히 누비고 다니는 최정예요원이다.
KR모터스 DD시리즈, 커브 시장의 주연을 노리다
KR모터스는 대림자동차와 함께 한국 모터사이클 제조사를 책임지는 큰 기둥이다. 하지만 상업용 모터사이클에서는 열세한 모습이다. 시작은 대림자동차보다 빨랐다. KR모터스가 과거 효성스즈끼였던 시절, 대림혼다의 DH88보다 2년 앞선 1980년에 FR80을 선보였다. 이후 꾸준히 윈디, 패미리아, 마이다스 등을 출시했고, 지금의 에스코트110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6년에 최신형 기종인 DD110 및 DD100의 따끈따끈한 라인업으로 새 단장했다.
DD시리즈는 자사의 에스코트110이나 대림자동차의 씨티시리즈가 갖는 부드러운 선을 죽이고 각을 살려, 슈퍼커브와 유사한 외관이다. 라인업은 배기량 99.7cc 엔진의 DD100과 배기량 108.2cc 엔진의 DD110으로 나눴고, DD110은 다시 STD, DLX, DLX S로 세분화했다. DD110 라인업은 8마력(7,500rpm)의 최고출력과 0.9kg*m(5,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씨티시리즈와 달리 DD시리즈는 라인업에 상관없이 시트높이, 휠 사이즈, 차체 크기, 무게 등이 모두 동일하다.
시트높이는 765mm로 경쟁기종과 비교해 가장 높고, 연료탱크 용량도 4.5L로 가장 크다. 반면 차체 크기는 제일 아담하다. 휠 사이즈는 앞/뒤 모두 16인치를 채용했으며 무게는 105kg이다. 브레이크는 DLX(S)만 전/후륜 모두 디스크를 채용했고, 나머지는 디스크/드럼의 조합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기종답게 헤드라이트 상단과 방향지시등, 테일램프에 LED를 적용했고, 사용자 편의를 위해 스마트키(DLX S에만 적용)를 마련했다. 색상은 블루와 레드 중에 선택할 수 있다.
DD100의 판매가격은 189만원으로 위의 모든 경쟁기종과 비교해 가장 저렴하다. 가장 높은 판매가격으로 책정된 DD110 DLX S 역시 220만원으로 나머지 두 브랜드의 최상위 가격과 비교해도 낮은 금액이다. 판매가격 부분에서의 경쟁력은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KR모터스에서 씨티시리즈를 꺾고자 야심 차게 준비했고, 사용자 및 국내지형특성을 고려한 설계 등 꼼꼼하고 철저하게 계산해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