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48, 눈길 주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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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올 경우 가급적 타지 않는 것이 안전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상황이거나 타는 도중에 폭설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인근에 주차를 해놓고 눈이 그치거나 어느 정도 녹은 다음에 운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주행해야 한다면 다음의 내용을 숙지하자. 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마흔 여덟 번째 이야기, 눈길 주행 방법을 시작한다.


급조작이 사고를 부른다

무엇보다 모터사이클의 조작에 신중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급조작은 금물이다. 눈이 내리면 마찰력이 감소해 미끄러질 우려가 높다. 따라서 차체의 급격한 자세변화는 매우 위험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급가속 및 급감속 등을 삼가야 한다평소보다 서행은 기본이다. 눈길에서는 제동거리가 훨씬 길어지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며,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차간 거리도 넉넉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프론트 브레이크 조작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며, 과도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도록 적절한 기어조작으로 엔진의 회전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교차로나 고갯길 등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모터사이클은 선회 시 차체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직선주행을 할 때보다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줄어든다. 가뜩이나 미끄러운 눈길에서는 미세한 조작에도 차체 변화의 폭이 크며, 그립을 잃기가 쉽다. 차체의 기울기를 최소화하도록 하며, 최대한 서행한다. 선회 시 가속과 감속도 자제한다. 눈길 위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달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장 모터사이클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제멋대로인 노면, 눈 똑바로 뜨자!

눈이 온 후 아스팔트는 눈이 쌓여있기도 하고, 밟히고 다져져 굳어지기도 하며, 빙판으로 변하기도 하고, 진흙처럼 질펀하게 살얼음이 되기도 한다. 주요 대로나 큰 도로변은 제설작업이 빠르고, 교통량이 워낙 많아 비교적 빨리 녹아 없어지기에 상대적으로 깨끗하다. 때문에 눈이 내릴 때 모터사이클을 타야 한다면 되도록 큰 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반대로 골목이나 주택단지 등은 도로의 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제설작업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햇빛이 없는 응달도 많다. 때문에 울퉁불퉁하게 눈과 얼음이 뒤엉켜 굳어 있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아스팔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이는 균일하게 얼었거나 녹아있는 도로보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우려가 크다. 반드시 서행하도록 하며, 필요 시 양 발을 지면에 가까이 내려 중심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행일 경우 미끄러지더라도 비교적 중심을 잡기가 수월하지만, 속도가 빠른 상태에서 그립을 잃으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노면 위의 눈과 빙판 등의 위치를 파악한 뒤, 최대한 안전하고 덜 미끄러운 곳으로 지나가도록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빙판보다는 눈 위를 밟는 것이 유리하다.

맨홀과 공사장의 복공판 등은 언제나 위험하다. 특히 눈이 내린 후면 되도록 피해서 지나가도록 하며, 부득이하게 지나쳐야 할 경우 무조건 서행한다. 또한 갓길에서 멀리 떨어져 주행하도록 한다.도로 모퉁이에는 눈이 쌓여있거나 얼어있는 경우가 많아 노면이 불규칙하다. 차선 및 과속방지턱 등 역시 페인트 성분이기에 일반적인 아스팔트보다 미끄럽다.
 
주차장과 주유소의 바닥은 방수처리를 위해 우레탄 혹은 에폭시 등으로 표면을 마감한다. 때문에 평소에도 조심해야 하며 눈이 내린 후라면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출발 및 정차 시에 브레이크 조작은 물론 선회 시에도 서행으로 이동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주행을 무탈하게 마치고 목적지 부근에 인접했다 하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아파트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이 목적지일 경우 주차장 입구와 진입로 등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주차장의 바닥은 자칫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며, /출구 부근에 빙판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단지나 건물 외부에 주차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스팔트 외의 보도블록 등의 바닥이라 하더라도 눈이나 얼음이 깔려 있을 경우가 많고, 경사진 곳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주행으로 언덕을 올라가거나 주차가 버거울 경우 모터사이클에서 내린 후 밀어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에서 내렸다 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온로드용 라이딩 부츠는 라이딩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눈이 쌓인 바닥에서 걸을 경우 미끄러지기 쉽다. 게다가 은색의 철판 덮개 같은 경우에는 눈이 쌓이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못 밟으면 중심을 잃고 모터사이클이과 함께 넘어질 수 있다. 모든 주행을 마치고 모터사이클의 시동을 끌 때까지 절대로 안도하지 말자.

눈길 주행에 장사 없다. 되도록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타야 한다면 한 끗 차이가 바로 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베테랑 라이더라도 이와 같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출발해서 도착하는 순간까지 절대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늘 그렇듯 모터사이클을 잘 탄다는 것은 사고 없이 타는 것이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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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