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54, 태풍에 대비하는 라이더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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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주의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바로 폭염과 장마 그리고 태풍이다.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 중 하나인 태풍은 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몰고 오며, 심할 경우 해일을 일으켜 수해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태풍 시에 모터사이클을 운행해야 한다면, 라이더 역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쉰 네 번째 이야기, 태풍에 대비하는 라이더의 자세를 시작한다.

태풍은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으로,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33m/s(세계기상기구 기준)일 때를 일컬으며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7월에서 10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8월에 피해가 크다.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며, 해일로 도시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태풍이 올 경우에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태풍의 시기에 모터사이클을 타야 한다면, 평소보다 더욱 조심해야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평온한 일상, 안주하지 말고 경계하라

태풍 시에는 운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반드시 운행을 해야 하거나 부득이하게 운행 중에 마주친다면, 평소보다 배로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저배기량의 모터사이클 및 스쿠터라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강한 바람에 의해 차체가 넘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물론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가급적 고가도로 및 고속화 도로의 운행을 삼가며, 고속코너에서는 절대로 과속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신호대기 등의 정차 시에도 갑자기 부는 강풍에 의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심을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대형 화물차 등 짐을 싣고 운행하는 차량과도 멀리 떨어져서 주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화물칸에 실은 적재물이 바람에 의해 날리거나 쓰러질 수 있으며, 이는 특히 라이더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자동차도 휘청댈 만큼 강한 바람이라면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 차간 주행을 자제하고, 전 후 좌 우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해, 비상 시에 순간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확보하면서 달리도록 한다.

건물 아래를 지나거나 골목을 지날 때에도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한 바람에 의해 간판 혹은 부식된 외벽 및 구조물 등이 떨어지거나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견고하게 고정되지 않은 구조물 등의 아래를 지나칠 경우에는 신속히 지나가도록 하며, 외관상 불안하거나 눈에 띄게 흔들릴 경우에는 되도록 피해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태풍이 오면 도심 속의 평범했던 환경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항상 경계하도록 한다.


멋진 투어 코스, 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

산간 지역이나 고갯길 역시 조심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주변의 구조물이 적다고 안심할 수는 있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도로 위로 낙엽, 모래, 자갈, 진흙 등 다양한 이물질이 쓸려 내려올 수 있다. 심할 경우 나무가 뿌리 채 뽑히거나 쓰러져 도로까지 침범할 수 있으며, 절벽 및 주변의 커다란 돌덩이도 굴러 떨어질 수 있다. 폭우와 함께 강한 바람까지 겹친다면, 그립 확보도 현격히 줄어들고 쉽게 넘어질 수 있으니 가급적 서행하도록 하며,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고 충분히 쉬었다 가도록 한다. 해안도로도 및 계곡 인근 등 물과 가까운 곳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폭우를 동반하거나 물이 갑작스레 범람하면 손 쓸 겨를도 없이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상황을 잘 살피면서 이동여부를 결정하고, 필요 시 즉각 대피장소로 몸을 피하도록 한다.

또한 시야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헬멧의 벤틸레이션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헬멧 내의 공기순환을 최대한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며, 쉴드 잠금장치를 살짝 개방하고 달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시야확보가 어렵다고 쉴드를 모두 개방한 채로 주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강한 비바람에 의해 이물질이 눈으로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잦은 휴식을 취하더라도 안전한 상태에서 시야를 확보하도록 한다.


라이더의 갑옷, 라이딩기어를 소홀하지 말자

라이딩기어는 당연히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 사고의 위험도 배 이상으로 증가하기에 전도 혹은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낙석과 파편 등으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헬멧은 물론, 보호대를 확실히 갖춘 재킷과 팬츠 등을 소홀하지 않고 착용하도록 한다.
 
또한 계절이 여름이라 하더라도, 태풍이 오면 강한 바람과 폭우가 내리기에 마냥 덥지만은 않다. 게다가 산간지역 및 해안가 주변 등을 주행해야 한다면 온도는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탈부착 가능한 내피나 바람막이 등을 챙겨 체온을 유지하도록 하며, 우의를 챙겨 비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되도록 밝은 색상을 입어 피시인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글러브도 여름용 메시보다는 방수기능을 포함한 글러브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주차, 숨기는 것이 관건이다

가능하다면, 주차는 실내에 하도록 한다. 비와 바람을 피하고, 건물 외벽의 잔해 및 간판, 길가 주변의 구조물 등이 낙하 혹은 바람에 날려 부딪혀 파손될 우려를 막을 수 있다. 만약 실내에 주차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안전한 장소를 찾도록 한다. 기어는 1단에 넣어두는 것이 좋고, 간판 아래, 고정되지 않은 구조물 인근, 경사지거나 미끄러지기 쉬운 곳 등은 피하도록 한다.

악천후에 완벽한 대비란 없다. 최대한 운행을 삼가고 피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태풍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주행을 해야 한다면, 모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주변환경을 잘 파악해야 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평범한 것들도, 언제 무기가 되어 날아올지 모른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