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모터사이클 문화, 혼돈의 카오스에서 미래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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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다.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다. 해당 국가의 교통 법규, 인프라, 경제 상황, 대중교통 상황 등에 따라 모터사이클 문화는 각기 다르게 발전한다. 지난여름 인도의 수도인 델리와 남부 최대 도시인 첸나이, 북부 소도시 레(Leh)를 방문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모터사이클 문화를 들여다봤다. 

인도 교통 문화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신호등이 있지만 불법 유턴을 일삼았고, 차선을 지키며 운행하는 차량도 드물었다. 도로 곳곳에는 소가 방치돼 있다. 현지인에게 왜 정부는 도로에 소가 앉아 있는데 이를 규제하지 않냐고 묻자 종교적인 이유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종교적인 이유라는 말에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없는 곳이 많은 것도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도로에는 자동차만큼이나 모터사이클이 많았다. 자동차 반, 모터사이클 반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탠덤 라이딩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교통 문화를 들여다보니 인도인들에게 모터사이클은 일상이자 즐거움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만인의 이동 수단
수도 델리의 국제공항인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부터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는 모터사이클의 출입이 자유롭다. 전용 주차장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용 톨게이트도 마련돼 있어 라이더들은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공항 시설을 이용한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모터사이클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큰 차이다. 

동행하던 인도 가이드에게 이 부분이 인상 깊다고 전하자, 그는 인도인들에게 모터사이클은 가장 중요한 이동 수단이라고 답했다. 출퇴근 용도로 활용하는 비중이 80% 이상일 것이라며, 공항 근무자들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모터사이클 전용 시설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이후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로 인도에서 모터사이클은 차가 다니는 모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모터사이클이 지나가지 못하는 도로는 인도 전체를 통틀어 1~2곳(안전을 위해 통제했다고 한다.) 뿐이며, 사실상 모든 도로를 모터사이클로 통행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모터사이클은 주차료 및 도로 이용료도 차량보다 저렴하고 특히 고속도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든 혜택은 많은 이들이 모터사이클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은 도로 위의 서자(庶子) 취급을 받는다. 고속도로는 물론 도로망의 기본이 되는 간선 도로조차도 통행이 불가하다. 

첸나이의 길거리에서 인터뷰한 비자야 가라반(vijaya ragavan, 29)씨는 자신을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떤 목적으로 모터사이클을 타냐는 질문에 비자야는 “인도에서 모터사이클은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버스와 지하철은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많은 이들이 커뮤팅 목적으로 모터사이클을 탄다. 나 또한 출퇴근 용도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다.”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히로혼다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림자동차가 혼다와 기술 협약을 맺고 대림혼다 모터사이클을 출시한 것과 동일한 경우다. 1955년부터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한 로얄엔필드도 도로에서 눈에 띄는 빈도가 잦다. 인도에서 로얄엔필드는 중상급 위치에 있는 브랜드라고 한다. 


자유롭게 즐기는 레저 상품으로서의 가치 
대도시라고 모두 통근 용도로만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첸나이에서 만난 무랄리 모한(murali mohan, 34)씨는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고 출퇴근은 차로 하며 모터사이클은 취미로 타고 있다. 언젠가는 할리데이비슨을 구매할 것이다”라며 모터사이클을 타는 이유를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은 인도에서 가장 럭셔리한 모터사이클이라고 한다.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이가 적기 때문에 평일에는 도로에서 보기 힘들고 주로 주말에 도로에 나타난다고 한다.

델리에서 모터사이클이 이동 수단이었다면 북부 산악지대의 소도시인 레(Leh)에서는 투어 상품이자 레저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라다크 지방에 속한 레는 에메랄드빛 호수인 판공초를 비롯해 만년설을 볼 수 있는 누브라 밸리, 모터사이클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도로 중 가장 높은 카르둥 라 패스 등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때문에 레는 모터사이클이나 차를 타고 관광을 하려는 인파가 붐빈다. 여름에 해당하는 6~9월까지가 성수기로, 모터사이클을 렌트해 투어를 떠나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 길거리마다 모터사이클 렌트 숍이 즐비하다. 델리와 첸나이 같은 대도시에서 많이 눈에 띄는 브랜드가 히로 혼다라면 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모터사이클은 로얄엔필드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히말라얀은 물론이고, 클래식 시리즈와 뷸렛 시리즈도 렌트되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박 2일간의 렌트 비용은 로얄엔필드 클래식 350을 기준으로 1,200루피(한화 약 2만원)정도다.

레 인근에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투어를 하는 무리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라이딩을 하는 이들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이들로 모터사이클에 모국의 국기를 달고 라이딩을 했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다.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라이더들이 많았다. 인도에서도 보호장비 미착용은 교통법규 위반이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1,000루피(한화 약 16,0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이한 점은 글러브 미착용도 과태료(한화 약 3,300원))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는 라이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는 상대적이기에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비판하는 이성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인도의 모터사이클 문화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교통 인프라와 준법정신은 우리나라에 비해 낮지만, 모터사이클을 대하는 자세와 정책만큼은 분명 본받을 부분이 있다.


글 / 사진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