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2022 아프릴리아 데이(Aprilia Day)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이탈리안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피아지오(Piaggio) 그룹 산하의 아프릴리아는 1945년에 탄생해 올해로 자그마치 77년이나 된 유서깊은 스포츠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2004년 이후 피아지오 그룹 일원이 되면서 더욱 다양한 매력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을 움직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아프릴리아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이러한 역사와 전통에 켜켜이 쌓인 매력들을 충분히 느끼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브랜드 밸류만 놓고보면 모터사이클 산업을 통틀어 전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영향력을 가졌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런 아프릴리아의 브랜드 알리기가 제대로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로드 레이싱과 스포츠 모터사이클 제작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열정을 가진 이 브랜드가 최근 들어 라이더들 사이에서 다시금 거론되고 활성화된 것은 공식 수입사인 이탈로모토가 총판권을 가지면서부터다. 이들은 이탈리안 모터사이클 브랜드 특성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프릴리아의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이번 2022 아프릴리아 데이는 그 일환으로, 아프릴리아 제품을 소유한 이는 물론 같은 피아지오 그룹 산하 브랜드 멤버들까지 아우르며 통 큰 행사로 거듭나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프라이빗한 서킷으로 이름 난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전체 임대한 이탈로모토는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 8시에는 VIP, 즉 아프릴리아 고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모터사이클로 직접 서킷 주행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부터 진행했다.
교육 담당자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주로 카 레이싱에 사용되거나 스포츠 주행권을 회원제로 운영하는만큼 모터사이클 주행회를 운영해 본 경험은 많지 않다”면서도, 자동차와는 다른 모터사이클 특유의 즐거움을 서킷 주행을 통해 배기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고저차가 크고 교차로가 있는 특별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즐거움이 큰 만큼 런오프, 즉 안전지대가 넓지 않기 때문에 인스트럭터를 따라 안전한 주행을 하도록 당부했다.
한편 이탈로모토의 마케팅 총괄인 석동훈 차장은, “그 어떤 모터사이클보다 진한 레이싱 감각을 지닌 RS660과 함께 아프릴리아 식구가 되어주신 초기 고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번 아프릴리아 데이에 대해 “레이싱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아프릴리아 모터사이클의 진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이날 운영을 함께 한 안전주행 담당 인스트럭터는 피아지오코리아 소속 3명, 추가로 5명이 투입되어 아프릴리아의 기함 스포츠 머신 RSV4로 서킷 주행 참가자들을 리드했다. 오전 세션에는 아프릴리아 고객 대상 주행 체험이 진행됐는데, 대부분 서킷 경험이 적은 참가자들로 구성되어 취재하는 내내 옆에서도 감출 수 없는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VIP라운지에서는 고객들을 위한 시원한 휴식장소와 음료가 준비되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오후 세션에는 아프릴리아 고객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를 이용하는 참가자들도 추가로 RS660 체험 주행 신청을 받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곳 용인 스피드웨이는 인제 서킷이나 영암 서킷처럼 모터사이클 관련 행사를 자주 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체험이 되었을 것이다.
패독 뒷 공간에서는 아프릴리아가 새롭게 런칭한 스포츠 타입 스쿠터 SR GT 시승차량이 수십 여대가 준비됐다. 서킷 주행을 하다 짬이 난 참가자나 함께 동행한 라이더들이 안전장비만 착용하면 자유롭게 뉴 모델 SR GT를 주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난이도 있는 슬라럼 코스를 짜 뒀기 때문에 초심자는 물론 베테랑 라이더도 짜릿한 라이딩을 체감하는 한편, SR GT의 스포츠성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계기였다.
미디어를 대상으로는 미들웨이트 스포츠 바이크 RS660을 타고 용인 서킷을 시험 주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바이커즈랩은 이미 일반 도로에서 시승을 마친 상태였지만 트랙에서 한계없이 달리며 진지한 스포츠성능을 테스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시간이었다.
RS660은 상위 기종 RSV4와 유사한 매끈한 몸매에 병렬2기통 659cc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이 단 100마력에 그치지만 183kg의 가벼운 차량 중량과 작지만 가벼운 섀시와 맞물려 놀라울만큼 민첩한 운동성을 지녔다. 특히 복합코너나 각도가 작은 헤어핀 코너가 줄지어 있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그 특성이 더욱 빛났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메인 프레임과 좌, 우로 차체를 기울일 때 라이더의 몸에 정확히 밀착되는 시트, 연료탱크 등 전반적인 설계가 스포츠성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다듬어진 느낌이다. 이런 훌륭한 밀착감은 하드 브레이킹이나 풀 가속 상황에서도 빈틈없이 온 몸으로 접지감을 느끼며 성능을 한계로 몰아붙일 수 있게 했다.
통합 제어 라이딩 전자제어 시스템인 APRC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실행되는 각각의 전자제어를 연결된 하나의 사슬처럼 유기적으로 동조하여 큰 안심감 속에 스포츠 라이딩을 만끽하도록 적절히 조절되어 있다. 이날은 챌린지 모드로만 달렸지만 일반 도로에서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딩모드가 있다. 제한 된 여러 번의 시험 주행 시간이 주어졌지만 페이스가 느리던, 빠르던 스포츠 모터사이클만이 줄 수 있는 능동적인 라이딩의 쾌감을 일관되게 전달했다. 마치 ‘이것이 미들웨이트 스포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RS660은 가벼움이 주는 경쾌함을 진하게 표현한, 이 시대에 흔치 않은 스포츠 바이크다.
오후 다섯 시까지 이어진 서킷 체험 주행은 한시도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덕분에 주행회를 주관한 이탈로모토 관계자들은 온종일 구슬땀을 흘리며 고객들의 미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단체 서킷 주행 퍼레이드를 마치며, 짧지만 진한 여운을 준 2022 아프릴리아 데이는 막을 내렸다.
이탈로모토는 이날 행사를 통해, 대규모의 피아지오 그룹 산하에 있지만 여전히 이탈리안의 뜨거운 레이싱 헤리티지가 핵심인 ‘아프릴리아’라는 브랜드의 특색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프릴리아 고객들 또한 자신이 타고 있는 바이크가 어떤 혈통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꾸준히 고객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이탈로모토의 포부처럼 단발로 그치지 않는 연례 행사로서 아프릴리아의 매력을 더욱 널리 알려가면 좋겠다.
글 바이커즈랩 임성진 기자 사진 이탈로모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