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엔듀로 국가대표, 지금을 사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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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도전해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이다.” 정상이 보이지도 않는 언덕을 오르고, 타고 넘을 수 조차 없는 크기의 바위와 타이어를 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흙먼지와 진흙을 뒤집어쓰면서 치르는 경기가 있다. 오프로드, 그 중에서도 하드 엔듀로 경기다. 왜 이런 무모하고 말도 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강규호는 이것을 즐긴다. 동시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눈빛에서 강렬함보다는 오프로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시합을 하는 순간에는 죽을 각오로 뛰어들지만, 모터사이클을 사랑하고 라이딩 자체를 삶의 원천으로 삼기에 그는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손사래치고 고개를 돌릴 것 같은 험난한 오프로드에서 그는 희열을, 이미 그 짜릿함에 중독돼있었다.


강 :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174cm의 키. 그러나 굉장히 다부진 체형이다. 악수를 하면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손아귀를 느꼈고, 자연에서 그을린 두툼한 팔뚝은 작은 손동작과 움직임에도 전완근의 꿈틀거림이 또렷이 보였다. 사춘기 소년 같은 웃음을 지으며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말하면서도 오프로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180도로 돌변하며 즉각적으로 답이 튀어 나왔다. 괜히 프로 선수가 아니다.

“나의 장점은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다. 극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심신이 단련돼있어야 한다. 라이딩 외적으로 기초 체력은 필수다. 러닝, 자전거, 턱걸이, 노 젓기,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상하체 전반적인 근육 운동을 한다. 강력한 브레이킹에 쏠리지 않게 버텨야 하고, 엔진 출력에 끌려가지 않고 잡아당겨야 하며, 하체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하는 등 전신의 힘을 다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규호는 학창 시절 중장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했고 특전사 출신이다. 그야말로 튼튼한 면모다.

이렇게 단단한 심신으로, 러시아의 여러 하드 엔듀로 경기 중 가장 큰 규모와 메인 시합으로 꼽히는 온 디 에지(On The Edge)에서 당당히 스포츠클래스(프로클래스) 5위를 차지했다. 그에게 국제 시합은 처녀출전이었는데도 말이다. 국내 오프로드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곳, 당연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경기 코스를 알려준답시고 주어진 손바닥만한 GPS에는 그저 흰 바탕에 꼬불꼬불한 선만 그어져있었다.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게다가 그가 마주한 장벽은 1km가 넘는 오르막이었다. 2시간 가까이 끝이 보이지도 않는 장벽과 싸워야 했고, 그것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상상 이상의 무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력이 약해지면 안 된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성질 내 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침착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고 확신이 섰다면 자신감 있게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런 그 조차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온 디 에지를 치르고 나서는 물 먹은 종잇장처럼 널브러졌다고 한다. 샤워기를 들 힘 조차 없었다니 말 다했다. 이렇게 한바탕 거사를 치르고 나면 생활 패턴을 잠시 느슨하게 풀 법도 한데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와 리듬을 깨지 않는단다.


규 : 규칙적인 훈련으로 내 몸이 오프로드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로지 훈련에만 매진해도 벅찰 것 같은 그는 참으로 바쁘다. 아니 바쁘기로 자청한 듯하다. 평일에는 정비사로 일하고, 라이딩 교육도 진행하며, 선수로서의 생활까지. 도대체 왜. “나는 오프로드 선수다. 그러나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모터사이클 업계에 일찍부터 몸 담게 됐고, 정비를 시작한 이유도 내가 고치면 비용도 아끼고 혼자서 해결 할 수 있어서다. 이런 관심과 열정이 쌓여 나만의 포지션과 나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할리데이비슨과 KTM을 거쳐 현재의 허스크바나에 이르기까지 근 10년 가까이 정비 업무를 해온 그는 정비 실력도 상당하다. 정비사로서의 경력은 그의 선수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엔듀로는 경기장이 아닌 말 그대로 산 속에서 진행하는 시합이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선수들 각자가 기본 공구를 챙겨야 하며 그 자리에서 스스로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정비사로서의 직무는 그에게 생업이자 선수로서 플러스 되는 요인이다.



그는 모터사이클 정비숍을 오픈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말한다. 일은 일. 바쁘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몸을 만들고, 일이 끝난 밤과 주말에 라이딩 훈련을 한다. 듣다 보니 눈 뜨고 잠들기까지 모터사이클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못해도 3일에 한 번은 모터사이클을 타야 한다. 중간에 흐름을 끊지 않고 규칙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내 몸이 라이딩 감각을 잊지 않게 유지시켜 주기 위함이다. “또한 경기 출전 전에는 그 경기 규정과 코스에 맞게 훈련을 한다. 트라이얼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오프로드 감각을 훈련하는데 특별히 정해둔 라이딩 스킬을 연마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가 강조한 접지력, 하중이동, 엔진 회전 수는 오프로드에서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세 가지 요소라고 말했다.

“오프로드는 접지력 싸움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면과의 마찰력을 확보해 구동력이 제대로 전달 되야 한다. 결국 하중이동(바디 포지션)도 접지력을 얻기 위해 체중을 뒷바퀴에 실어줘야 한다. 그리고 노면은 일정하지 않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엔진의 최대 힘을 쓸 수 있도록 회전수(rpm)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이 세가지 요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앞으로 나아가게끔 준비상태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 기본이다.



그는 허스크바나의 TE300을 탄다. 엔듀로에서는 조금이라도 가벼워야 유리하기 때문에 2스트로크 차량을 선호한다. 머플러는 FMF, 프론트 포크와 리어 서스펜션은 올린즈로 교체했다.

호 : 호각을 다투는 경쟁보다, 오프로드 그 자체가 희열이다

그의 대답 하나하나에 진지함이 묻어나지만 왠지 무겁지 않다. 자신의 실수와 멋쩍음에 간간히 튀어나오는 웃음이 그저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동네 청년이다. 이렇듯 리프트에 걸터앉아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는 산 속의 국가대표다. 수도 없이 많은 시합, 그 피 튀기는 전장 속에서 그가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즐기는 것. “말했지만 난 라이딩 자체를 좋아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지치면 라이딩을 한다. 그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시합도 마찬가지다. 승부를 겨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프로드 라이딩의 짜릿함을 즐긴다.

오프로드는 매 순간이 즐겁다. 같은 길이라 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흙이 뒤집어지고 돌이 튀기고 비가 오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등 노면의 상황은 항상 바뀐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또 오프로드는 미끄러지는 것이 당연하고 이 것을 적절히 컨트롤해야 한다. 결국 가지고 놀 수 있게 되는 그 희열이 나를 중독되게 만든다. 이러한 순간마다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시합이 끝나면 다시 또 하고 싶게 한다.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도 성장하고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긴 것이다. 꿈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라고 말하는 그다. 그리고 결국 꿈꾸던 시합에 출전하게 됐다. 바로 레드불 루마니악스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하드 엔듀로의 끝이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 바로 아래인 실버 클래스에 출전한다. 간단히 말해 전 세계 엔듀로 선수 중 200위 권 안에 포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5일 동안 치러지는 하드 엔듀로 경기다. 장애물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GPS만 보고 산 속을 달려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살아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한 발짝씩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질문을 건넸다.

“내가 가르치는 사람 중에 58세에 오프로드에 입문한 분도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라면서,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하루라도 탈 수 있을 때 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64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오프로드를 타신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다면 고민하지 말고 시작해라. 즐기다 보면 이뤄진다.” 마지막, 모터사이클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요청했다. 이때, 강규호는 가장 활짝 웃었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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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