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KR모터스는 B-6라는 콘셉트 모델을 EICMA에서 공개했다. B-6는 승용과 상용을 아우르는 스쿠터였다. 상용은 짐을 다량으로 실어야 하고, 누구나 쉽게 운행할 수 있어야 하기에 구성이 직관적이고 단순할 수 밖에 없다. 상용 스쿠터에서 한 눈에 신선함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다.
B-6도 그랬다. 혼다에는 벤리가 있고, 몇몇 모터사이클 브랜드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스쿠터가 존재하기에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셉트 모델답게 어딘가 모를 독특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2016년 초, KR모터스는 B-6의 양산형 모델인 델리로드100을 공개했다.
견고함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용
델리로드100(이하, 델리로드)은 상용 스쿠터의 구성 위에, 콘셉트 모델에 적용된 디자인을 그대로 채용했다. 억제된 틀 안에서 최대한의 멋을 살려,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임에도 느낌이 새롭다. 특히 전면에 힘을 줬다. 도시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려 상용으로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워 보인다.
큼직한 사각형 헤드라이트는 핸들바와 계기반을 덮은 일체형 카울 앞에 박아 넣었고, 프론트 카울은 아래턱을 살짝 내밀고 방향 지시등을 꼽았다. 방향 지시등은 가운데 뚫린 구멍과 함께 띠를 두른 듯 단정한 가로라인을 완성했다. 길게 내려온 블랙 패널도 미적 요소를 높였다. 프론트와 리어의 방향 지시등은 LED를 채용했다.
리어 캐리어는 가로 275mm, 세로 305mm의 적재공간을 갖췄고, 플로어 패널은 가로 420mm와 세로 290mm의 넓이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710mm의 시트 높이보다 낮은 높이(675mm)에 자리한 리어 캐리어는 짐을 올리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시트 밑의 수납공간도 12L의 용량으로 개인 소지품 및 하프페이스 헬멧 정도는 실을 수 있다. 레그실드에도 스마트폰과 담배, 지갑 등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을 마련했고, 바로 옆에 USB포트가 마련돼있어 실용성이 높다.
델리로드의 적재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옵션 파츠로 프론트와 사이드, 리어 캐리어를 장착하면 다양한 형태로 여러 가지 물건을 실을 수 있다. 프론트와 사이드 카울을 보호하는 크래시 바도 제공돼 전도 시 카울 보호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더 튼튼해 보인다. 이렇게 옵션 파츠로 완전 무장을 하면 델리로드의 활용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상용은 규격화된 배달 케이스 등으로 적재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오히려 정형화된 공간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스쿠터로 장거리 투어를 간다거나 모토캠핑을 하는 라이더들이야말로 더욱 많은 공간과 그 공간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기본 구성부터 옵션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데로 커스텀 할 수 있는 다목적 콘셉트가 바로 기존 상용 스쿠터와 다른 델리로드의 장점이다.
게다가 직선을 강조한 남성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도 동급 대비 세련된 모습이라 경쟁력이 충분하다. 델리로드를 찾는 사람은 다목적 스쿠터를 지향하는 라이더는 물론 입문자도 많을 터. 배기량 100cc 급에서는 운동성능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조금이라도 멋스러운 얼굴이 매력을 어필할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가능성이 풍부하기에 남는 아쉬움
99.8cc 단기통 엔진은 예상했던 만큼의 적정 수준의 힘을 발휘하며, 8,000rpm에서 7마력의 최고출력과 7,000rpm에서 0.7kg*m의 최대토크를 뽑아낸다. 치고 나가는 속도감을 맛볼 수는 없지만 묵묵하게 계기반의 바늘을 올려준다. 도심에서 많이 사용하는 80km를 밑도는 구간까지는 꾸준히 밀어붙인다. 언덕에서의 등판능력은 시계바늘의 분침을 보듯 속도 상승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다량의 수화물을 싣고 달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인 승차의 경우에서는 속도 상승과 달리 무난하게 주파한다.
무게는 115kg으로 조종의 부담이 없고, 7L의 연료탱크는 플로어 패널 아래에 위치해 무게 중심을 낮췄다. 게다가 1,280mm의 짧은 휠베이스로 코너에서의 가뿐한 움직임을 확보했다. 적당한 높이에 위치한 핸들바는 무릎과의 여유공간이 충분해 조향이 불편하지 않다.
리어 서스펜션은 동급의 경쟁모델이 모노 쇽업소버인데 반해 더블 쇽업소버를 장착했다. 저속으로 자잘한 요철을 지날 때는 충격을 어느 정도 걸러내는 듯하지만 고속에서 큰 둔턱을 만나면 움찔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붕 뜬 차체를 다시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과정은 유연하다. 동급 기종과 비교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의 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든 두 개가 지탱해주니 조금은 낫다. 적재물의 무게 등에 따라 5단계로 쿠션을 조절할 수도 있다.
반면 프론트의 움직임은 다소 불안하다. 연속되는 요철과 매끄럽지 않은 노면에서는 갈피를 자주잃어버리고 접지력 또한 금세 놓친다. 짧은 휠베이스도 고속에서는 노면 상황에 따라 불안함을 드러낸다. 작고 가벼운 차체를 감안하더라도 쉽게 떨어대며, 전/후륜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해 제동력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브레이킹 시 프론트에 하중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코너진입 시 라인을 놓치기 일수다.
그러나 이런 단점은 델리로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지향의 모터사이클도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저배기량 스쿠터의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날 만큼의 문제점도 아니다. 승용 보다는 상용으로써의 목적이 우선이기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가격도 합리적이다. 동급 대비 50만원 이상 낮게 책정했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옵션 파츠를 구매할 수도 있고 중상급의 헬멧을 장만할 수도 있다.
델리로드는 스타일과 개성표현으로 꾸미기에도 좋고, 상용뿐만 아니라 전국 일주 등의 스쿠터 라이프를 즐기고픈 라이더들에게도 좋은 디자인과 넓은 활용성을 갖고 있다. 스쿠터 시장은 크기도 하거니와 매뉴얼 모터사이클보다 입문자의 유입이 많다. 또한 편하고 쉽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부담이 없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다양한 스쿠터 라이프를 만들어 가기에도 수월하다. 장점을 더욱 다듬고 품질에 보다 집중한다면 델리로드는 이 반열에 당당히 자리를 꿰찰 것이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