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는 그간 동면했던 모터사이클이 다시 일어날 시기다. 그러나 여전히 날씨는 춥고 노면 온도는 차가우며 곳곳에 살얼음이 도사린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은 비교적 도로 사정이 괜찮겠으나 골목을 비롯한 교외 및 응달 진 장소는 모터사이클을 위협하는 방해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 4계절을 돌아 다시 처음의 계절을 코 앞에 둔 지금, 어느 때보다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행해야 한다. 모터사이클 사용 설명서 마흔 번 째 이야기, 해빙기 안전 운전 가이드를 시작한다.
기본부터 주차까지 확실하게
한겨울에 모터사이클을 운행한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해빙기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라이딩에 앞서 모터사이클 점검은 필수다. 늘 그렇듯 장기간 모터사이클을 보관했다가 다시 운행을 시작할 시에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 엔진오일, 냉각수, 냉각호스, 브레이크액,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서스펜션, 레버 등의 조작부위 등 모터사이클의 수명 및 작동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모두 체크한다. 하지만 위의 사항을 해빙기에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운행 전에 항상 점검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하자.
주차공간도 보다 신경 써야 한다. 건물 지붕과 모퉁이 등에 얼어붙은 고드름과 기타 이물질 등이 녹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모터사이클에 부딪혔을 시 카울 등에 파손이 생길 수 있다. 야외에 주차할 경우 커버를 씌우는 것이 안전하며, 좌우앞뒤의 상황은 물론 주차공간의 위쪽 상태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건물 내의 주차장에 세워뒀다 하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해빙기에 발생하는 건물의 부식과 결로 등은 자칫 외벽 자재가 갈라져 떨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모터사이클에 큰 파손을 입히기도 한다. 역시 건물 내의 주차장에서도 주변의 상태를 체크한 후 주차를 하도록 하며, 커버를 씌워 한 번 더 예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 템포 늦추고 준비는 철저하게
도로 상황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 해빙기 라이딩 시 유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해빙기의 경우, 수분을 내포한 아스팔트가 온도변화로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공간과 균열이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지반이 약한 부분은 무너져 내려 싱크홀을 만든다. 싱크홀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 방법은 없다. 최대한 노면의 상황을 시시각각 살피며, 균열의 조짐이 보이거나 움푹 패인 곳 등은 가급적 피하거나 서행으로 지나간다. 공사현장 주변 또한 예의주시해야 한다.
교외로 투어를 갔다면, 도로 주변의 암반도 안심할 수 없다. 역시 영상과 영하를 오가는 잦은 온도 변화로 토사가 무너질 수 있으며, 도로로 흘러내려온 토사 및 이물질로 인해 그립을 잃기 쉽다. 또한 응달 진 곳에서는 아직 얼음이 채 녹지 않은 곳도 다반사다. 늘 그렇듯 맨홀을 비롯한 터널 출입구, 갓길, 복공판 등을 지나칠 때 급조작은 금물이다. 게다가 노면 온도도 제대로 된 그립을 확보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무리한 가속 및 브레이킹, 린 동작을 삼가도록 한다.
라이딩기어도 간과하지 말자. 낮에 오르는 기온만 믿고 보온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또 다시 혹한기를 경험하게 된다. 방풍과 방수 기능을 갖춘 재킷을 착용하도록 하며, 탈부착이 가능한 보온 내피를 활용해 날씨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눈과 비를 대비해 우의를 챙기는 것이 좋다. 일교차로 인해 안개와 서리도 자주 발생하며, 수분을 머금은 주행풍은 체온 저하와 모터사이클 조작에 영향을 미친다. 글러브도 방수 소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빙기의 경우, 간만의 라이딩에 들뜬 마음으로 섣불리 주행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모터사이클과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의 상황에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자신의 라이딩 실력과 페이스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라이딩에 임하도록 한다. 차분하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스로틀 그립을 열어도 늦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며, 라이딩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