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의 얼굴, 헤드라이트로 본 관상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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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의 외모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헤드라이트다. 사람으로 치자면 눈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때문에 기능만큼이나 디자인도 중요하다. 모터사이클의 종류에 따라 접목할 수 있는 방식에 한계와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헤드라이트 하나로 모터사이클의 스타일을 결정짓기도, 때에 따라서는 해당 모터사이클만이 갖는 특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눈빛과 눈매처럼, 헤드라이트 역시 형태에 따라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원형 헤드라이트, 클래식의 대명사

모터사이클의 헤드라이트 중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알려진 형태가 바로 원형 타입이다. 오래 전부터 수 많은 모터사이클에 적용된 형태이기에 어느 한 기종의 전유물로 단정짓기 힘들다. 다만 클래식한 이미지를 위한 헤드라이트를 고르라면 단연 원형 타입이다. 과거에 대다수의 모터사이클이 채용한 방식이기도 하며, 근래에 들어서도 레트로 스타일을 지향하는 모터사이클은 열에 아홉이 원형 헤드라이트를 적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형 헤드라이트는 가장 단순하다. 과거에는 헤드라이트의 모양을 가공하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았던 영향도 있다. 그러나 헤드라이트 본연의 역할인 전방을 밝히고 나의 위치를 알리는 목적에 전혀 문제가 없는 기본 형태다.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를 고르라면 역시 네이키드가 제격이다. 카울을 최소화하고 조형미를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BMW 최초의 모터사이클인 R32,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R나인T의 공통점 중 하나에도 헤드라이트 형상이 포함된다. 혼다 CB750의 현재형인 CB1100시리즈 역시 그렇다. 두카티 몬스터 시리즈, 트라이엄프 본네빌 시리즈, 모토구찌 V7 시리즈도 이에 해당된다.

물론 네이키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크루저의 디자인을 고수하는 기종들의 대부분 역시 원형을 유지한다.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 등이 대표적이며, 일부 기종들 또한 원형에서 조금씩 선을 다듬어 둥그런 형상을 갖추고 있다. 스쿠터도 마찬가지다. 스쿠터 브랜드로 잘 알려진 베스파와 푸조 등의 클래식 스타일 스쿠터가 다수 그렇다. 이렇듯 원형 헤드라이트는 가장 쉬운 모양을 갖고 있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어떤 형태의 헤드라이트보다도 성격이 뚜렷하다.


비대칭 헤드라이트, 언밸런스의 밸런스

짝눈, 이른바 비대칭 헤드라이트도 있다. 대표적으로 BMW가 그렇다. 비대칭 헤드라이트는 유사한형태의 헤드라이트를 크기 혹은 비율을 달리해 붙여놓는 다던지, 아니면 전혀 다른 모양의 헤드라이트 두 개를 좌우에 각각 배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 BMW는 자사의 기종에 이러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S1000RR이 돋보인다. 2009년에 데뷔한 S1000RR은 공개 당시부터 좌우 비대칭의 눈을 적용해 성능만큼이나 디자인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한쪽은 쭉 치켜 뜬 눈매, 다른 한쪽은 보다 작은 크기로 끝을 둥글게 처리했다. 대부분의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은 프론트 카울에 좌우대칭으로 헤드라이트를 심어 넣거나, 가운데에 하나만 적용하는 등의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반면 S1000RR은 이러한 주류 스타일을 탈피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물론, 슈퍼스포츠 분야에 늦게 진입한 만큼 보다 주목을 끌 필요성에 의해 탄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S1000RR의 파생기종인 S1000R 역시 비대칭 코드를 물려받았다.

BMW의 베스트셀러인 R1200GS 시리즈를 비롯한 멀티퍼퍼스 계열도 짝짝이다. R1200GS 시리즈는 헤드라이트를 하나의 덩어리로 구성했지만, 그 안에서 좌우 비대칭의 형상을 취한다. 이는 F800GS 시리즈와 F700GS 에도 적용된다. K1300R,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인 F800R도 이러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비대칭 헤드라이트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지언정, 독특한 첫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듀얼 헤드라이트, 눈에 띄네

동일한 형태의 헤드라이트 두 개를 합쳐놓은 듀얼 헤드라이트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모든 듀얼 헤드라이트가 원형 헤드라이트를 기반으로 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구의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자인 흐름과 변화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변하곤 한다. 듀얼 헤드라이트를 갖는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중 하나는 트라이엄프의 스피드 트리플이다.

스피드 트리플은 1994년에 처음 등장했으며, 개구리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두 개의 헤드라이트를 갖고 있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2에도 등장해 더욱 화제가 됐던 모터사이클로, 듀얼 헤드라이트는 스피드 트리플 디자인의 상징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현행 스피드 트리플은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각진 형태로 변했지만, 상징성은 여전하다. 동생 격인 스트리트 트리플 또한 동일한 방식을 적용했다.

혼다의 아프리카트윈도 듀얼 헤드라이트다. 현행 아프리카트윈은 듀얼 타입은 유지한 채 헤드라이트의 형상은 바뀌었지만, 1988년에 출시된 아프리카트윈의 시초인 XRV650은 원형 듀얼 헤드라이트였다. 이후 배기량을 키운 XRV750 역시 동일한 형태를 유지했다. 또한 RVF400/750, 과거 CBR시리즈(250/400/900 RR)도 듀얼 헤드라이트였다. 이 밖에도 할리데이비슨의 팻밥, 트라이엄프의 로켓3 등의 크루저 장르에도 가끔 볼 수 있다. 스쿠터로는 야마하의 BW’S 시리즈 등이 있다.


사각형 헤드라이트, 터프함의 표본

사각형 헤드라이트 역시 모양만 보면 요즘의 헤드라이트 디자인에 비해 현격히 단순하다. 직각으로 뚝 떨어지는 라인으로 터프한 외관을 자랑하며, 원형 헤드라이트만큼이나 클래식한 분위기도 드러난다. 물론 원형 헤드라이트만큼 현재의 모터사이클에까지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는 흔치 않으나, 남다른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스즈키의 카타나(GSX1100S)는 사각형 헤드라이트와 외관의 디자인이 잘 버무려진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일본도를 의미하는 카타나는, 기종명처럼 칼로 벤 듯 도려낸 카울과 정갈한 헤드라이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출시 당시에도 강렬한 디자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여전히 독보적인 스타일로 기억된다. 가와사키의 GPZ900R 또한 프론트 카울에 감싼 사각형 헤드라이트가 특징이었으며, ZRX 시리즈 역시 그랬다. 멀티퍼퍼스 장르에서는 스즈키의 DR650, 혼다의 XR650 등이 있다.

국내 모터사이클에서는 대표적으로 대림자동차의 시티100이 있다. 시티100은 국산 커브의 자존심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터사이클로, 네모 반듯한 헤드라이트를 켜고 전국의 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단순한 형태의 헤드라이트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카울 디자인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점차 마주치기가 힘들어졌지만, 과거의 모터사이클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지는 포인트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