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상관없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도 있는 반면, 겨울에는 모터사이클을 동면시키는 라이더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노면의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모터사이클의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년 시즌을 맞이하기 앞서 모터사이클과 자신에게도 잠시 휴식기간을 갖는 것도 좋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을 동면시키는 것은 겨우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봄에 원활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하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마흔 아홉 번째 이야기, 동면 수칙을 시작한다.
동면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세차다. 잠자리에 들기 전 샤워를 하듯 모터사이클도 겨우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세차를 해야 한다. 세차는 단순히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차를 하는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의 파손부위는 없는지 등을 함께 점검하는 단계다. 세차를 하기 전에 문제점을 발견하면 미리 수리를 할 수 있지만, 차체에 묻은 각종 이물질 등으로 손상된 부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세차과정에서 보다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세차를 통해 그간 주행하면서 묻었던 이물질 등을 제거함으로써 부식을 방지하며, 차체의 파손 또는 문제가 생긴 부분을 발견하면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엔진오일, 브레이크액, 냉각수 등은 물론 소모품도 확인한다. 엔진이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카본 등의 이물질은 엔진오일과 섞여있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장기간 방치해두면 결로현상 및 녹 발생 등 엔진 내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연료탱크 내부에도 수분이 유입되면 점화계통 및 시동성에 해가 되기에, 휘발유를 완전히 비우기가 어렵다면 가득 채워놓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포크 씰이 갈라져 오일이 새어 나오는지 확인한 후, 씰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교체하도록 한다. 또한 클러치 및 브레이크 레버, 시프트 레버, 서스펜션 등에 윤활제를 발라둔다. 이 역시도 영하의 온도에서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으면 조작부위가 굳어질 수 있다. 체인드라이브의 경우 녹 발생 및 스프로킷의 손상 방지를 위해 체인루브를 적정량 뿌려준다.
아무리 실내주차장에 세워둔다고 하더라도 배터리는 방전되기 쉽다. 따라서 모터사이클을 보관하기 전, 배터리는 분리해서 실온에 보관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단자만이라도 떼어놔 잔여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한다. 탈거한 배터리는 모터사이클을 운행하기 전까지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놓도록 한다.
또한 타이어의 공기압은 적정수치로 맞춰놔야 한다. 장기간 세워두면 타이어의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지면과 타이어가 닿지 않도록 센터스탠드로 주차하며, 모터사이클 전용 스탠드가 있다면, 앞/뒤 타이어를 모두 지면에서 띄워놓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타이어의 손상부위도 점검해 교체 여부를 판단한 후 보관하도록 한다.
가능한 모터사이클에 커버를 씌운다. 모터사이클에 커버를 씌우면 도난 및 파손에 대비할 수 있다. 실내에 주차하더라도 커버를 씌우는 것이 보다 안전하며, 외부에 주차할 경우라면 더욱 필요하다. 커버를 씌우지 않으면 눈과 이물질에 그대로 노출되고, 세차 후 점검 및 정비를 마친 깔끔한 모터사이클이 다시 더러워진다. 키 삽입구 등에 눈이 쌓이거나 수분이 유입되면 얼어버릴 수도 있으며, 고무 및 씰 등의 파손과 조작부위의 손상을 초래한다.
장기간 주차를 해두면 누군가의 눈에는 방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커버를 씌워놓는 것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매일매일 주차장에서 모터사이클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디스크락 또는 케이블락 등을 사용해 보다 확실한 잠금장치를 해놓도록 한다. 기계의 상태를 안정적인 상태로 보관하는 것만큼 도난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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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