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혼다의 C125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대치도 높았다. 그렇기에 실망이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시승을 진행해 본 뒤, 쓸데 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C125는 언더본의 시초인 슈퍼커브의 프리미엄 기종이다. 첫 번째 슈퍼커브 인 ‘슈퍼 커브 C100’의 디자인을 물려 받았기에 60년이 넘는 역사와 1억 대가 넘게 팔린 헤리티지가 C125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C125는 2019년 1월 북미에서 첫 출시가 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10개월이 지난 작년 11월 마침내 정식 출시했다. 이후 국내 런칭 행사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C125의 실물을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었고 첫 인상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합격이었다. 각각의 파츠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었다. 마감의 완성도와 디자인 역시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소홀히 한 부분도 찾기 어려웠다.
오리지널 C100 슈퍼커브를 오마주한 것은 물론 도장의 깔끔함, 새로운 계기반, 심플한 리어 캐리어부터 스로틀 그립. 핸들바 엔드, 스텝, 혼다 엠블럼까지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긴 점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디자인에 만족한 만큼 주행 성능은 어떨지 궁금함과 기대감이 부풀었다.
스마트키는 재킷 주머니에 넣어둔 채로 다이얼을 돌려 전원을 켰다. 두꺼운 글러브를 벗어 키를 찾지 않고 라이딩에 나선다는 것은 예상보다 큰 편리함으로 다가왔다. 시트에 앉으니 슈퍼커브110과는 다른 느낌이다. 시트의 형상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충전재가 다른 것인지 보다 푹신했다. 시승이 이어지고 주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장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셀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마자 정숙함에 놀랐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진동과 소음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슈퍼커브110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새롭게 개발한 C125의 124cc엔진은 크랭크 베어링, 댐퍼 러버 등을 추가해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로 정숙성을 향상시켰다. 슈퍼커브의 강력한 장점인 원심 클러치는 그대로지만 시프트 드럼 베어링, 저소음 기어를 채용해 변속 충격은 줄이고 조작감은 보다 우수해졌다. 갑작스런 시프트 다운에도 안정적으로 속도가 줄며 소음도 적어졌다. 푹신해진 스탭은 두꺼운 부츠를 신어도 그 도톰함이 느껴진다.
수치상으로 늘어난 배기량은 15cc에 불과하지만 체감되는 출력 상승은 더욱 풍부하다. 증가한 출력은 기어비에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2단에서 40km/h 3단에서 60km/h로 주행해도 엔진을 쥐어 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로 인해 도심에서 기어변속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나름의 장점이다. 조금 더 스로틀을 개방했다. 4단에서 60km/h로 주행하면 언제라도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80km/h를 넘어서도 한계점에 다다르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배기음도 스로틀 개폐 범위도 아직 여유가 있다. 슈퍼커브110에서는 느낄 수 없던 풍족함이다. 다루기 쉽고 민첩한 슈퍼커브의 장점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만으로 차체는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인다. 그 반응이 즉각적이기에 불안할 법도 하지만 가벼운 차체에서 나오는 몸놀림이기에 다루기가 쉽다.
서스펜션의 상향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슈커퍼브110의 서스펜션은 종종 약점으로 지적 받곤 했다. 노면의 충격을 완벽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라이더들은 보다 쾌적한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 애프터 마켓을 통해 리어 서스펜션을 교체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C125는 상당 부분 해소했다. C125는 기존 슈퍼커브 대비 프론트 10mm 리어 19mm만큼 더 넉넉한 트래블을 갖춰 안정적으로 충격을 흡수한다. 갑작스럽게 만나는 요철에도 몸에 전달되는 충격이 적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C125는 도심에서의 주행이 잦은 만큼 과속방지턱을 넘는 일이 잦은데, 이때에도 서스펜션의 업그레이드가 고맙게 느껴졌다.
제동 성능은 ABS의 탑재로 안정감을 부여했다. 시승을 진행한 날은 싸리비가 내리고 노면이 젖어 있었지만 ABS가 장착돼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정됐다. 제동력은 슈퍼커브110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리어 브레이크다. 리어에는 드럼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어 즉각적인 제동 성능을 바라기 어렵다. 정지보다는 감속에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으로 보인다. 갑작스레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는 시프트 다운을 통한 엔진브레이크와 프론트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되기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범위다. 시승을 하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다. 버겁지 않은 무게에서 오는 안도감, 뜻대로 제어되기에 느끼는 친숙함,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 등이 버무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465만원. 슈퍼커브 110 2대와 비슷한 가격이며 언더본 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처음 출시 가격을 알게 됐을 때, 저절로 가격대 성능비가 머릿속에서 계산됐다. 분명 매력적인 기종이기는 하나 반드시 소유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시승을 마친 뒤 C125에게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고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주행 성능, 편의성, 마감, 완성도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언더본 타입의 모터사이클은 배달용 모터사이클로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C125는 기존의 비즈니스 언더본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고 또 만족시킬 수 있는 프리미엄 커뮤터가 C125다. C125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언더본이다.
글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