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인테그라,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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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스로틀 그립을 감으며 출발한다. 열심히 왕복운동을 하는 엔진소리가 들려오면서 그에 맞게 회전 수가 빠르게 상승한다. 또한 변속기는 항시 대기 하고 있다가 적정 회전 수에 다다르면 알맞은 기어 단수를 재빠르게 물려준다. 그러면 다시 속도를 이어나가고, 이런 일련의 상황이 매끄럽게 연결돼 차체를 쭉쭉 밀어준다.

위의 모든 상황은 시동을 켠 후 한 두 번의 오른손 조작으로만 이뤄졌다. 클러치 레버를 잡아야 할 왼손에는 브레이크 레버가 자리하고 있으며, 기어를 변속하고 리어 브레이크를 조작해야 할 양 발은 블루투스 헤드셋에서 나오는 노래 가락에 맞춰 까닥거리고 있다.


DCT의 업그레이드

이처럼 편한 모터사이클이, 아니 이처럼 적극적인 스쿠터가 또 있을까.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식상한 표현이 맞아떨어질 만큼, 외형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착각할 여지가 크다. 스쿠터의 외형을 갖추고서 모터사이클의 흉내를 낸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고, 모터사이클이지만 스쿠터의 행색으로 속내를 감춘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어찌됐건 둘 다 수긍이 간다.

그만큼 주행 감각에 있어서 만큼은 여느 모터사이클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모터사이클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DCT(Dual Clutch Transmission) 덕분이다. 두 개의 클러치가 1단부터 6단까지의 기어를 각각 3개씩 맡아서 관리하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변속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쿠터에 사용되는 CVT 미션은 원심력에 의해서 구동력이 전달되기 때문에 초반의 굼뜬 출발 현상은 어쩔 수 없다. 또한 배기량이 커지면 구동력을 손실없이 전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DCT를 사용하면, 스로틀 그립을 감는 즉시 뒷바퀴에 회전이 가해지고, 각 기어 단수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차례가 오면 즉각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에, CVT는 물론 일반 매뉴얼 변속기와 비교해도 더욱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결국 주행 성능에 있어 보다 빈틈 없는 트랙션이 발휘된다. 이렇게 효율적인 변속기를 혼다는 세계 최초로 모터사이클에 적용했으며 어느덧 2세대로 진화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기계적인 완성도도 더욱 숙성시켰다.

혼다는 이렇게 완성된 DCT로 새로운 감각의 스쿠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때문에 의자에 앉듯 편하게 올라탄 자세로 적극적인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자사의 NC시리즈와 엔진, 프레임, 휠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스쿠터의 형태가 아닌 모터사이클의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쿠팅 모터사이클(Scooting Motorcycle)이라는 콘셉트가 적합한 이유다.


숙성된 주행 모드

주행 모드는 D와 S로 나뉘며, 오른쪽 핸들 그립에 장착된 버튼으로 변경 및 설정이 가능하다. 또한 마이너 체인지를 단행한 2016년형 모델부터는 S모드를 기어 비에 따라 세 가지 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AT모드에서도 라이더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게 됐다.



레벨 조정은 물론 이전의 모드와 레벨을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으로 시동을 껐다가 켜도 이전 모드로 설정이 돼있다

S모드는 스포츠 모드로, 745cc 배기량에서 나오는 54마력(6,250rpm)의 최고출력과 6.9kg*m(4,750rpm)의 최대토크를 최대한 효율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했다. 스로틀을 개도함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튀어나가는 순발력은 보통의 스쿠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다. 엔진의 힘은 DCT 그리고 체인 드라이브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되며, 회전 수에 따른 폭발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면을 박차고 달리는 느낌이 든다.



엔진 내부의 밸런서 축을 추가해 진동을 줄였다. 또한 시동을 켠 후 N-D 모드 변환 시간을 단축시키고 AT모드에서 기어 변속 타이밍을 다듬어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더욱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활기찬 엔진 반응은 시속 150km/h까지도 꾸준히 이어간다. 해당 배기량에서 보여줄 수 있는 힘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여 라이더에게 전달하고, CVT 미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호쾌함을 보여준다. 반면 S모드라 하더라도 스로틀 그립에 힘을 빼고 서서히 가속을 하면 레드존 직전보다 낮은 회전 수에서 변속을 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조작에 따른 유연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S모드에서 다시 MT모드로 전환해 보다 적극적인 주행을 시도했다. 왼쪽 핸들 그립에 마련된 +/- 버튼을 활용해 기어 단수를 변경하며 코너를 공략하는 맛이 여지 없이 모터사이클이다. 변속 감각은 ‘철컥’하고 기계가 맞물리는 소리만 들릴 뿐 변속 충격은 거의 없다. 기어 단수를 내릴 때 역시 회전 수를 보정해주기 때문에 울컥거림이 덜하며, 일정 회전 수 이하로 떨어지면 알아서 기어 단수를 내려주기도 하니 편하면서도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이 와중에도 양 발은 여전히 발판에서 쉬고 있다.

하지만 발의 위치는 전방이 아닌 무릎에서 일자로 떨어지는 위치에 놓여 있다. 주행 감각이 단단하다 보니 양 발을 쭉 뻗기가 어색해서일까. 일부러 앞으로 뻗어도 봤지만 왠지 발도 함께 조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네이키드와 같은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그만큼 달리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스쿠터와 달리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파워트레인을 갖췄기 때문에 묵직한 차체가 큰 불편함이 되지 않는다. 이에 걸맞게 서스펜션도 편안함과 스포츠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저속에의 충격은 최대한 흡수하고, 코너링 중에서 만난 요철은 최대한 부드럽게 지나가도록 하면서도 자세가 최대한 유지된다.

전/후 17인치 휠은 동급의 모델 중에서도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며, 노면 추종성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2채널 ABS브레이크로 안전성도 확보했다. 다만 브레이크 성능은 살짝 아쉬운데, 브레이크 응답성은 제법 즉각적이지만 압력이 조금 약하고 ABS의 개입이 이른 편이다. 그만큼 제동의 한계가 빠른 편이지만 눈에 띌 만큼의 불만 사항은 아니며, 평범한 도심 주행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남과 달라 얻을 수 있는 것

반면 D모드는 일반적인 주행과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여유 있게 달린다. 서서히 스로틀 그립을 감으면 시속 40km/h에서 벌써 4단 기어가 맞물려 느긋하게 일을 하고 있다. 뒷바퀴도 힘을 슬쩍 빼 느슨하지만, 힘이 없는 감각이 아닌 줄인 느낌이다. 일반적인 스쿠터의 움직임으로 편안하게 크루징을 할 수 있고, 역시나 효율적인 변속기 덕분에 연비 주행에도 이점이다.



엔진 회전 수에 따라 rpm 게이지의 색상이 변한다

배기음도 2기통의 고동감이 잘 살아있다. 머플러의 외부 형상은 자사의 NC750X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적용했으며, 내부 구조 또한 2단 구조의 캐털라이저와 2실 구조 및 공진기 등의 세팅으로 묵직한 배기음은 물론 질량 집중화도 실현했다.

그렇다고 D모드가 늘어지는 주행 감각은 아니다. D모드라 하더라도 스로틀 그립을 시원하게 감으면 그에 따라 적절한 회전 수에 알맞은 단수를 물려주기 때문에 답답함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끝’을 확인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배기량과 회전 수의 한계가 고단 기어로 올라갈수록 치고 나가는 속도에 저항을 준다. S모드 또한 시속 150km/h를 넘어서면 계기반도 서서히 템포를 늦춘다.

하지만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또한 재미있다. 도심과 투어에서도 150km/h 이상의 속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일도 적을뿐더러, 이 안에서 느끼는 라이딩의 즐거움은 해당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이라 불릴 만큼의 재미를 주니 한계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스쿠터라 하기에는 달리는 맛이 남다르고 모터사이클이라 하기에는 훨씬 안락하다. 대다수가 언급하는 경쟁 모델과 비교하자니 스쿠터의 장점인 수납공간의 빈약함이 여실히 느껴진다. 반대로 모터사이클 범주에 대입하면 이만큼 편안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모델이 있을까 싶다. DCT를 장착한 스쿠터라는 파격적인 시도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료했다. 좀 더 잘 달리는 스쿠터, 혹은 좀 더 간편한 모터사이클. 그것이 바로 혼다의 인테그라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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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