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상징은 V트윈 엔진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V트윈 엔진을 탑재했던 모터사이클은 1909년에 공개한 5-D였다. 5-D에 탑재한 V트윈 엔진은 배기량 49.5큐빅인치(811cc)에 7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최초의 V트윈을 선보인 2년 후인 1911년에는 F헤드(f-head)엔진을 선보였다. 흡기구는 실린더 헤드쪽에, 배기구는 실린더 측면에 배치한 구조였으며, 1929년까지 생산했다. 할리데이비슨은 F헤드 이후로 본격적인 대량생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1929년에 등장한 플랫헤드(Flat head)는 D모델에 탑재했다. 플랫헤드는 할리데이비슨의 빅트윈 계열 중 가장 오랫동안 생산된 엔진으로, 1973년까지 생산했다. 또한 피스톤 위, 즉 실린더 헤드가 아닌 실린더 옆쪽에 밸브를 장착해 가동하는 SV(side valve)방식이었다. 구조가 단순하고 소음이 적으며 제작단가가 저렴한 장점 등을 갖고 있었지만, 연소실 형상이 효율적이지 못해 압축비를 높이기 어려우며 고성능에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1936년에는 너클헤드(knuckle head)가 등장했다. 너클헤드는 로커 커버의 형상이 주먹을 쥐었을 때의 모양과 비슷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두 개의 실린더가 45도의 각도를 이루는 너클헤드는 당시 EL 기종에 탑재했으며, 배기량은 61큐빅인치(999cc)였다. 또한 너클헤드부터 OHV(over head valve)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플랫헤드보다 향상된 4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으며, 후에 배기량을 늘리고 최고출력 48마력으로 향상시키는 등의 개량을 통해 1947년까지 생산했다.
팬헤드(pan head)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8년에 등장해 1965년까지 활약했다. 팬헤드는 실린더 헤드가 팬케이크처럼 납작하다(pan)는 의미의 별칭으로, 너클헤드의 뒤를 이었다. 알루미늄 헤드와 유압식 밸브 리프터를 적용했으며, 61큐빅인치(E모델에 탑재)와 74큐빅인치(F/FL모델에 탑재)의 배기량을 갖췄다. 최대배기량은 74큐빅인치(1,212cc)까지로 후기형 너클헤드와 차이가 없었지만, 밸브와 냉각 및 오일 시스템 등을 개선해 보다 완성도를 높였다. 할리데이비슨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제품개발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게 됐고, 덕분에 팬헤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1952년에 공개한 할리데이비슨의 K모델은 스포스터 시리즈의 선조라 할 수 있는 기종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간편한 스타일이었다. K모델에는 엔진과 구동계를 일체화한 팬헤드 엔진을 채용했으며, 1956년까지 생산됐다. 그리고 1957년부터 1985년까지 생산했던 아이언헤드(iron head)는 당시의 스포스터 시리즈에 탑재했으며, 역시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일체화한 구조였다. 아이언헤드는 추후 에볼루션으로 대체됐다.
1965년에 출시한 일렉트라 글라이드는 팬헤드를 탑재한 당시의 플래그십 기종이었으나 완성도에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할리데이비슨은 1966년에 팬헤드를 대체할 셔블헤드(shovel head)를 선보였다. 셔블헤드는 기존의 팬헤드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린더 헤드 디자인부터 흡/배기를 비롯한 상당부분에 변화를 단행했으며, 최고출력도 10퍼센트 이상 향상시켰다. 셔블헤드는 배기량 1,200cc에 6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고, 향후 개량을 통한 마지막 셔블헤드는 배기량 1,340cc로 65마력의 최고출력을 뽑아냈다. 셔블헤드는 1985년까지 생산했고, 할리데이비슨의 판매 상승에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셔블헤드의 인기에 힘입은 할리데이비슨은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고 효율성을 높인 에볼루션(evolution)을 1984년에 선보였다. ‘블록헤드’ 혹은 ‘에보’라고도 불리는 에볼루션은 배기량 1,340cc에 카뷰레터 또는 ESPFI(Electronic Sequential Port Fuel Injection)를 채용했다. 최대토크는 10.5kg*m에서 최대 11.5kg*m까지 발휘했으며, 탑재한 라인업(다이나, 소프테일, 투어링 등)에 따라 조금씩의 성능 차이를 뒀다. 또한 스포스터 라인업에 탑재한 에볼루션은 배기량 883cc와 1,200cc로 구분했고, 각각 7.2kg*m와 9.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에볼루션은 빅트윈 중에서도 판매량 부분에서 성공적인 엔진으로 평가 받으며, 백만 개를 넘게 생산했을 만큼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에게 많은 사랑은 받았다. 스포스터 라인업은 현재까지 에볼루션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나머지 라인업은 1999년까지 사용했다.
할리데이비슨은 꾸준히 공랭식을 이어왔지만, 1999년에 트윈캠88(twin cam 88)로 넘어오면서 많은 부분에 최신 기술을 접목했다. 배기량은 1,450cc로 확대했고, 이백만 킬로미터 이상의 로드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을 입증했다. 또한 컴퓨터 기술을 적용해 보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엔진의 성능을 확보해, 향상된 출력과 냉각성능, 소음감소, 트윈캠 채용, 오일순환 기능 등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2000년에는 카운터 밸런서를 장착해 진동을 감소시킨 트윈캠88B도 출시했다.
2007년에는 배기량을 96큐빅인치(1,584cc)로 더욱 키운 트윈캠96과 트윈캠96B를 선보이며, 투어링, 다이나, 소프테일 계열에 탑재했다. 또한 크랭크 축과 캠축 등을 개량해 경량화와 내구성 등을 향상시켰고, 오일펌프 및 EFI, 배기 시스템도 효율성을 높였다. 트윈캠은 높은 기계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지금까지 다이나와 소프테일 계열에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배기량 1,690cc의 트윈캠103으로 업그레이드했다.
2001년, 할리데이비슨은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와 합작으로, 기존의 공랭식 빅트윈과는 완전히 다른 수랭식 엔진인 레볼루션(revolution)을 공개했다. 레볼루션은 배기량 69큐빅인치(1,130cc)에 115마력의 최고출력과 10.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고, DOHC 방식에 실린더의 각도는 60도를 이뤘다. 또한 고회전형 엔진으로 기존의 할리데이비슨과는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레볼루션은 V로드 시리즈에 탑재했다. 차후 개량된 레볼루션은 배기량을 1,247cc로 키우고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보다 향상시켰다. 현재 국내에는 V로드 시리즈가 수입되지 않지만, 여전히 레볼루션을 탑재하고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형 투어링 라인업에 탑재한 밀워키에이트(Milwaukee-eight)는 역대 최고성능을 발휘하는 빅트윈이다. 밀워키에이트는 총 세 개의 라인업으로 나뉘며, 각각 밀워키에이트107(1,745cc), 트윈쿨 밀워키에이트107(1,745cc), 트윈쿨 밀워키에이트114(1,868cc)이다. 114버전은 CVO에만 장착된다. 또한 트윈쿨 버전은 공랭식을 기반으로 엔진의 배기밸브 주변 등의 일부분에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추가했다. 밀워키에이트는 기존의 투어링 계열에 탑재했던 트윈캠103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진일보했다. 실린더당 4개의 밸브를 채택해 흡/배기 효율을 50퍼센트 증가시켰고, 카운터 밸런스를 채용해 공회전 시의 진동을 75퍼센트를 줄였다. 이 밖에도 향상된 배터리 충전, 실린더 당 두 개의 점화플러그, 노킹센서 탑재 등으로 고성능과 고효율을 모두 확보했다.
1909년부터 시작된 할리데이비슨의 V트윈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그리고 V트윈이라는 한 우물만 팠던 할리데이비슨은 V트윈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엔진 그리고 수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 사이에서 할리데이비슨의 빅트윈은 선택과 집중으로 세기를 관통한 유일무이한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