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 히스토리, 클래식 네버 다이

0
211

올드스쿨의 전통을 고집한 채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걸어온 영국 태생의 로얄엔필드. 국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마니아들을 위한 클래식을 기반으로 헤리티지를 고수해왔다.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에도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는 아날로그의 숨결은 로얄엔필드가 간직한 변치 않는 가치다.


오리지널 브리티시 클래식

로얄엔필드(Royal Enfield)라는 브랜드로 모터사이클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01. 1890년대에 자전거 사업을 시작으로 기틀을 다져온 로얄엔필드는 1901년부터 모터사이클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모터사이클은 자전거의 구조에 엔진을 더한 형태였으며, 단기통 엔진을 앞 바퀴 위쪽, 즉 헤드튜브 앞에 장착했다.
 
또한 로얄엔필드는 같은 해에 자동차도 선보였는데, 역시 자전거를 기반으로 한 구조에 엔진을 탑재하고 바퀴 네 개를 장착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뿐만 아니라 부품도 생산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1910년에는 V트윈 엔진을 탑재한 모터사이클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1912년에는 770cc V트윈 엔진을 탑재한 모델180이 등장했는데, 당시 꽤나 이름이 알려졌고 사이드카로도 많이 팔렸다. 2단 트랜스미션에 체인드라이브를 사용했고, 영국 모터사이클 최초로 러버 쿠시(rubber cush) 드라이브 시스템을 채용했다. 덕분에 휠로 전달되는 충격은 감소하고 체인 드라이브의 수명을 늘릴 수 있었으며, 많은 제조사에서 이 시스템을 카피해서 사용했다. 뒤이어 영국 모터사이클 최초로 드라이섬프 방식을 채용하고,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오픈 프레임 구조에 손으로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선보이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로얄엔필드는 영국군에 모터사이클을 공급했으며, 기관총을 탑재하고 구급차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사이드카까지 지원했다. 또한 군용 자전거는 물론 러시아군에도 모터사이클을 공급했고, 전쟁 후에는 꽤나 안정적인 재정상태를 갖추게 됐으며, 보유한 라인업도 상당했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로얄엔필드의 대표적인 장수 모델인 불릿(bullet). 과거 인도의 경찰과 군에 보급되면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유일무이한 역사만큼이나 전통적인 빈티지 스타일을 자랑한다.

1931년에는 불릿이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로얄엔필드는 영국군에 다양한 모터사이클을 군용으로 납품했고, 모터사이클뿐만이 아니라 전쟁에 필요한 장비 등도 제작했다. WD/CO, WD/G, 당시 수송기에서 낙하산과 함께 지상에 착륙해 임무를 완수하도록 만든 이른바 플라잉 플리아(Flying Flea, RE125) 등을 제공하며 주요 공급업체로써 활약했다.


인도에서의 새로운 시작

로얄엔필드가 본격적으로 인도와 연을 맺기 시작한 시기는 1949. 인도에서 로얄엔필드를 수입하면서 로얄엔필드의 모터사이클을 접하게 됐고, 인도 정부와의 계약으로 인도 군대와 경찰에 불릿350을 공급하게 된다. 그리고 1955년 인도의 마드라스 모터스(Madras Motors)와 기술제휴를 통해 단순 수입/조립하는 과정에서 자체 설비를 갖추고 불릿을 제작하게 됐고, 인도에 거점을 둔 엔필드 인도를 설립했다. 이후 1962년부터는 온전히 인도 내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해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원조 로얄엔필드는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1960년대에 문을 닫게 되지만, 엔필드 인도는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다. 그리고 1970년대에 독립법인을 설립, 1994년에는 아이셔 그룹(Eicher Group)과 합병, 로얄엔필드 브랜드 사용권 취득했다. 이로써 인도 브랜드의 로얄엔필드가 새롭게 탄생했다.

현재 로얄엔필드는 레트로 스트리트로 분류되는 클래식 시리즈와 크루저 카테고리의 썬더버드 시리즈, 멀티퍼퍼스인 히말라얀, 로얄엔필드의 영원한 상징인 불릿 등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병렬2기통 엔진을 탑재한 인터셉터와 컨티넨탈GT도 갖춰 현대화에 발맞추며 브랜드를 이끌어오고 있다.



히말라얀(Himalayan)은 로얄엔필드의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이다. 역시나 클래식하고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21인치의 프론트 휠과 ABS브레이크 등 초심자도 부담 없이 어드벤처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설정을 갖췄다.

영국에서 탄생해 현재는 인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로얄엔필드. 100년 이상의 역사가 순탄치는 않았으나, 어려움 속에서 사라졌던 브랜드와 달리 다양한 환경에 시시각각 적응하며 자신만의 생존 법으로 시대를 관통해왔다. 현재의 상황에서 브랜드에게 국적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고유의 헤리티지에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시대의 흐름에 부흥하는 것이다.



인터셉터(interceptor)와 컨티넨탈GT(continental gt)는 현재 로얄엔필드 라인업 중 유일하게 2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덕분에 클래식한 감성은 간직한 채 아쉬웠던 퍼포먼스는 해소했다.

로얄엔필드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타 브랜드와 비교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과 감각을 고수하며 독보적인 정통 클래식을 이어가고 있다. 발전의 속도는 상대적인 것, 이들의 느긋하고 여유 있는 발걸음은 공랭식 엔진의 필링과 가장 조화롭게 나아가는 중이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