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면 충분할까? 이 질문부터 시작했다. 왜 로켓 3의 엔진은 이렇게 큰 것인지. 과유불급은 아닐까? 22.5kg*m라는 토크를 미션과 엔진이 그리고 섀시가 버텨낼까? 이전 세대가 다루기 쉬운 특성으로 사랑 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스펙의 괴물이 어떻게 다루기 쉬울까? 답을 찾지 못하다 보니 우문까지 던지고 있었다.
다행히 그 질문들은 로켓 3 시승을 시작하면서 하나, 둘 정리가 되었고, 결국에는 트라이엄프의 시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2020 올 뉴 로켓 3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배기량의 모터사이클로, 보기와 다르게 다루기 쉽고 세련되었으며 필요할 때는 숨겨 놓았던 성격을 드러낼 줄 아는 진정한 머슬 모터사이클이었다.
로켓3, 전설의 세대교체
지금까지의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 하면, 클래식 모터사이클들을 떠올리지 고성능 모터사이클과는 연관되는 포인트가 적었다. 모토2에 독점으로 엔진 공급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올 뉴 로켓 3 시리즈에 트라이엄프가 모토2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적용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나 엔진, 미션 그리고 구동 시스템 나아가 스타일까지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2004년에 양산 모델 최고 배기량인 2,294cc로 첫 선을 보인 로켓3는 토크 몬스터로써 크루저 시장을 뒤흔들었고, 이후 10여 년간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치며 스펙, 스타일 등 완성도를 다듬어 오며 크루저,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쉽게 탈 수 있는 특성과 함께 그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2020 올 뉴 로켓3 시리즈는 오리지널 로켓3의 DNA를 유지한 채, 새로운 수준의 엔진과 함께 돌아왔다. 물론 이전 세대부터 매력적이었던, 투어링 능력에 트라이엄프 모델들의 시그니처인 자연스러운 핸들링 능력도 그대로였다.
답을 찾기 위해 또는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누구나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 물론, 그 시작은 최고의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말이다. 라이더도, 제조사도 마찬가지겠다. 어찌 보면 트라이엄프는 그러한 야망을 기회로 본 것은 아닐까. 트라이엄프는 올 뉴 로켓3라는 플랫폼을 통해 라이더와 제조사가 이루려던 최고의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육중한 차체로 100km/h 도달하는데 2.79초라는 수치와 가벼운 핸들링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배기량 그리고 막강한 출력
올 뉴 로켓 3 시리즈의 3기통 2,458cc 엔진은 최대출력 165마력, 최대 토크 221Nm라는 그 수치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올 뉴 로켓3의 엔진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꿨다. 특히 경량화에 있어, 놀라울 정도의 감량을 이뤄냈다. 새로운 크랭크 케이스 어셈블리로 11kg를, 새로운 윤활시스템으로 3.9kg 그리고 새로운 밸런서 샤프트를 탑재해 3.6kg을 감량, 엔진에서만 총 18kg의 감량을 이뤄냈다. 더불어 섀시에서는 알루미늄 소재로 프레임과 스윙암을 신 설계하는 등 엔진과 합해 총 40kg의 경량화를 이뤄냈다.
다이나모미터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출발 이후 3,000rpm부터 5,000rpm 초반까지 플랫하게 최대 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가공할 만큼 위협적이다. 잘 다룰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다. 최대 출력 또한 이전 로켓 시리즈에 비해 11% 상승, 6,000rpm에서 167ps을 뿜어낸다. 3,500rpm부터 레드존인 7,000rpm까지 거침없이 리니어 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육중한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 부친다. 특히, 어느 회전 영역이라도 스로틀 그립을 비틀기만 하면 거침없이 튀어나가는 것은 놀라웠다.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주눅이 들어야 할 타이밍은, 시승 전까지였다. 800cc의 거대한 피스톤 3개가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2,500cc 3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이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을까? 세련되고 정제된, 이 두 가지 단어로 로켓 3의 진정한 성격을 표현하고 싶다.
이러한 파워를 노면에 전달하는 구동장치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올 뉴 로켓 3 시리즈에는 새로운 고성능 헬리컬 컷 기어 박스가 탑재됐다. 완전히 신설계한 6단 기어 박스로 표준 사양보다 정밀함은 물론 특히, 부드럽고 강력하며 가볍다고 한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 변속 시 기어의 맞물림이나 체결감 그리고 다시 가속을 하거나 감속을 할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덩치에 걸맞지 않게 가벼웠으며 확실한 체결감을 보여줬다. 시승 후 엔지니어에게 확인해보니, 늘어난 토크 용량을 관리하고 정교함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정한 장비로, 221Nm를 노면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샤프트 드라이버 또한 신 설계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구성 등 유지 보수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만, 무겁고 정비 시 고비용 등의 단점이 있는 샤프트 드라이버다. 하지만, 체인, 벨트, 샤프트 드라이버 중 올 뉴 로켓 3를 위해서는 최선이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걱정되었던 점이 바로 배기음이었다. 솔직히 3기통 배기음은 고회전으로 엔진을 돌리더라도 박력을 선사하기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뉴 로켓 3의 사운드는 그 존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이들링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며, 스로틀 그립을 비틀면 곧 튀어나갈 것처럼 맹수의 울부짖음을 들려준다. 여기에 헤드 파이프의 브러시드 히트 실드와 아름답게 마감한 엔드 캡까지, 트라이엄프 설계팀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선택 가능한 두 가지의 매력
올 뉴 로켓3 시리즈는 트윈 헤드라이트부터 시작해 엔진을 거쳐 240mm 리어 타이어로 이어지는 라인이 라이더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 스타일로 당당한 자세와 침착함을 느낄 수 있다. 시그니처인 트윈 헤드라이트(LED DRL)를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중심은 역시나 엔진이다. 엔진 주위를 주변장치로 느껴지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더불어 프레임 내부의 공간을 만들어 모든 케이블과 호스를 삽입해 깔끔한 외관을 연출한 점도 돋보인다. 게다가 우아하게 폴딩 되어 숨겨지는 동승자 스텝까지, 아름답고 디테일한 마감이 놀랍다.
R과 GT의 두드러진 차이는 시트, 핸들바, 스텝의 포지션 차이와 동승자 등받이 그리고 윈드스크린의 유무 정도인데, 이 정도 만으로도 성격이 달리지는 점이 놀랍다. R의 시트는 크루저 타입의 모델처럼 푹신하지 않고 의외로 딱딱하다. 하지만 엉덩이 좌우를 감싸주는 느낌이 버킷 시트 같다. 스텝은 미들 타입으로 수직으로 2개의 포지션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0mm / -15mm) 이 상태로 핸들바에 손을 얹으면 본격적으로 가속을 준비하는 포지션이 연출된다. 압도적인 토크를 노면에 전달하고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설정이다.
GT의 경우, 조금 더 푹신한 시트가 탑재되며, 시트고도 23mm 낮아 발 착지성이 좋아 육중한 중량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하다. 스텝은 크루저 타입처럼 전방에 위치하며 전/후 3개의 포지션으로 설정 가능하다. (-25mm/0mm/+25mm) 핸들바는 GT는 R에 비해 125mm 라이더 쪽으로 다가온 투어링 핸들바를 채용해 상체가 세워지는 포지션이다. 여기에 작지만 필요 충분한 윈드스크린과 동승자를 위한 등받이도 탑재됐다. 여기에 트라이엄프가 제공하는 순정 액세서리들을 이용하면 장거리 투어러로서 더 편안하고 느긋한 주행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올 뉴 로켓 3는 로드스터가 되기도, 투어러가 되기도 한다.
크루저를 넘어선 핸들링
시승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의 테이데 산에서 진행되었다. 블라인드 코너를 포함해 고속, 저속 그리고 고저차까지 다양한 와인딩 코스로 구성되어 온 뉴 로켓3를 테스트하기에 충분했다.
로켓3 R을 먼저 시승을 시작했다. 크루저 타입이란 선입관 때문에 출발 이후 스텝의 뱅크 앵글 인디케이터가 닿을 것 같아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달리는 인스트럭터를 따라가며 한계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점점 페이스를 올려갔다. 특히, 어느 기어 포지션이라도 전 회전 영역에서 가속하는 것만큼은 강력했다. 더불어 프론트 브레이크의 사용으로 리어 브레이크까지 연동되어 더 효과적으로 감속하고 코너를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중한 무게는 역시나 부담스러웠다. 몇 번은 진입 속도를 맞추지 못했는데, 코너링 ABS와 코너링 트랙션 콘트롤의 탑재로 진입 이후 라인을 수정하며 재가속 할 수 있었다. 무게로 인해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한 점도 있겠지만, 특히 감속에는 주의해야 한다.
엔지니어에게 확인한 바로는, 가벼운 핸들링을 얻기 위해 크루저 타입과 달리 레이크 각을 27.9’로 설정했는데, 이 덕분인지 무게중심도 낮아지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크루저 다운 타이어 사이즈도 놓칠 수 없었고, 핸들링은 더더욱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론트에 풀 어저스터블 타입의 쇼와 47mm 도립식 포크를 장착하고, 리어에는 프리로드 조절 가능한 쇼와 피기백 쇽이 장착된 것도 모두 이러한 핸들링을 위해서인 것이다.
좌우 연속되는 짧고 좁은 코너에서도 부담 없이 하중을 이동하며 달릴 수 있었다. 쇼와제 서스펜션 덕분인데, 이미 스크램블러 1200 시리즈에서 경험한 바가 있어 신뢰도가 높았고, 이번에도 그 이해가 빨랐다. 빈번한 하중의 이동에도 쉬이 무너지지 않고 탄탄히 받아주며 구동력을 노면에 전달해줬다.
이어서 GT로 갈아탔는데, R은 스포츠 모드가 어울렸다면, GT는 최대 출력을 100마력 부근으로 낮춘 레인 모드나 로드 모드가 어울렸다. 같은 엔진과 같은 차체인데 약간의 차이로 완전히 다른 차량으로 다가왔다. 무게 중심도 낮고, 시트도 푹신해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달리게 된다. 사실, 프론트에 하중을 두고 선회하는 크루저 스타일의 주행을 적용했는데, 어느새 리어를 중심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R과 함께 달리는데 그 페이스에 차이가 없었다. 크루저 타입으로 이렇게 잘 달리는 모터사이클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