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가 새로운 구성으로 업데이트한 2020 MT-03을 출시했다. 2016년 출시한 MT-03은 형제 모터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 YZF-R3와 함께 우수한 가성비를 갖춰 쿼터급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그리고 최근 디자인, 서스펜션 등을 개선해 돌아온 MT-03은 쿼터급 네이키드의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쿼터급의 모터사이클은 입문 라이더가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에 진입하기 전 거치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엔트리 기종 대비 까다롭지 않아야 하고 차체를 다루기 쉽게끔 포지션도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에 시승한 MT-03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쿼터급 네이키드 기종이다.
개성 있는 마스크, 스트리트 파이터
2020 MT-03은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진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페어링 디자인이다. 기존의 다소 평범했던 프론트 페어링은 미래지향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채용해 이미지를 쇄신했다. 헤드라이트는 전작 대비 크기를 줄인 원형 프로젝션 램프를 장착했고 두 갈래로 나뉜 V자 형상의 LED 데이라이트를 탑재했다.
프로젝션 헤드라이트는 광량이 충분해 야간 주행 시 시야 확보를 돕고 방향 지시등은 LED를 채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시인성이 우수한 LCD 디지털 계기반은 기어 단수 표시는 물론, 시프트 타이밍 램프를 통해 변속 시점까지 알려준다. 스위치 뭉치에는 비상등 버튼을 추가했고 방향 지시등 버튼은 크랙션 버튼 위로 옮겼다.
차체는 프론트를 낮추고 리어로 갈수록 높아지는 실루엣을 적용해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구현했으며 통일감 있는 라인을 적용하면서 상위 기종인 MT-10, MT09와 패밀리 룩을 이뤘다. 프론트부터 시작되는 라인을 따라 사이드 페어링과 연료탱크 디자인도 변경했다. 사이드 페어링의 크기를 키우면서 에어 덕트를 재설계했고 이에 맞춰 연료탱크까지 이어지는 볼륨감을 강조했다.
시트에 앉으면 연료탱크와 무릎의 위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니 그립이 자연스럽다. 풋 스텝과 힐 페그 역시 효율적으로 배치해 두 다리로 모터사이클을 홀딩 하기 좋다. 시트 높이는 780mm로 시트와 다리가 맞닿는 부분의 폭을 좁게 설계해 발착지성이 우수하다. 살짝 높여 장착한 핸들바는 폭이 좁고 몸 쪽으로 당겨놓은 형상이다. 라이딩 포지션을 취하면 상체가 자연스럽게 숙여지는 포지션이 연출된다.
42마력 병렬 트윈 엔진+168kg=경쾌함
시동을 걸면 ‘도동 도동’거리는 트윈 엔진의 울림이 전해진다. 기어를 넣고 클러치 레버와 스로틀 그립을 조작하면 부드러운 엔진 회전과 함께 출발한다. 321cc 배기량의 수랭식 병렬 2기통 엔진은 기존과 같은 42마력의 최고출력과 3.1kg*m의 최대토크의 성능을 발휘한다. 저회전 영역에서는 시종일관 부드럽게 회전하지만 6,000rpm을 넘어 가면서는 전혀 다른 성향이 드러난다. 10,75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회전 한계를 12,500rpm으로 설정한 고회전형 엔진이기 때문이다.
시프트 타이밍 램프에 불이 들어오는 11,000rpm 구간에 맞춰 가속과 변속을 이어나가면 총 6단 기어 중 3단에서 100km/h에 도달한다. 순정 머플러의 배기음은 적당한 음량에 스포티한 음색을 갖춰 스로틀 그립을 움켜쥐는 맛이 있다. 스로틀을 끝까지 전개하면 점차 회전수가 상승하며 기대 이상의 경쾌함을 보여준다. 입문자가 다루기에 부담 없는 설정이며 숙련자가 타기에도 예상 밖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며 라이딩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9,000rpm까지 일정하게 상승하는 토크특성 덕분에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저회전 영역부터 적당한 토크가 발휘돼서 출발과 가속이 편하고 고단 기어에서 재 가속을 실시해도 168kg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토크를 분출한다. MT-03의 주 무대인 도심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해도 큰 스트레스가 없는 이유다. MT-03이 가진 콤팩트한 차체, 폭이 좁은 핸들바, 짧은 휠베이스 등은 도심의 정체를 관통하기에 최적화된 설정이다.
고르고 끈기 있는 토크 특성을 기반으로 초심자의 부담을 덜어낸 부분은 MT 시리즈의 슬로건인 ‘마스터 오브 토크’에 대한 MT-03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경쟁을 통해 이뤄낸 진화
잘 달리는 것만큼 제동력도 중요하다. MT-03은 출력 대비 부족함 없는 브레이크 성능을 갖췄다. MT-03의 출력 자체가 고배기량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고 엔진 브레이크를 다소 강하게 사용해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브레이크 레버로 전해지는 응답성도 기존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2채널 ABS를 결합해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의 개선은 이번 업데이트의 하이라이트다. 기존의 정립식 프론트 포크를 37mm 지름의 도립식 포크로 변경했고 리어 서스펜션은 프리로드 및 댐핑을 재설정했다. 새로운 구성의 서스펜션은 전작에서 다소 무르게 느껴졌던 감각을 지워냈고 기대 이상의 승차감을 보여 오랜 시간 주행해도 피로감이 덜하다. 또한 불규칙한 노면에서 핸들로 전해지는 충격도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주행 전반에 걸쳐 안정감이 높아졌다. 프론트가 노면을 확실하게 추종하는 감각을 연출하고 코너에 진입하면 탄탄하게 조율된 섀시를 통해 날카로운 코너 공략을 지원한다. MT-03의 다루기 쉬운 특성은 코너링에서도 큰 장점이다. 우수한 차체 밸런스를 기반으로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 나가는 것은 물론, 방향 전환도 가뿐하다. 또한 급가속, 급감속 시에도 출렁거림 없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전작에 비해 발전한 상품성은 경쟁 과정에서 이뤄낸 성과다. 경쟁 기종으로 볼 수 있는 혼다 CB300R은 2018년 출시 당시 도립식 프론트 포크, LCD 디지털 계기반 등의 탑재와 함께 헤드라이트를 포함한 등화류에 LED를 사용했고 네오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용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때문에 MT-03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경쟁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고 모델 교체 시기가 맞물려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진 것이다.
MT-03은 반전의 매력도 지녔다. 캐주얼한 특성은 비단 초심자만의 것이 아니다. 가벼운 무게, 콤팩트한 차체, 낮은 무게 중심 등과 함께 고회전 엔진이 주는 경쾌함이 한데 어우러져 스포츠 주행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321cc 배기량 엔진의 한계점을 경험해보는 묘미도 존재한다.
MT-03은 분명 매력 있는 쿼터급 모터사이클이다. 초심자부터 숙련자까지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포용력까지 지녔다. 개성 있는 스타일은 물론 기본에 충실한 주행 성능도 갖췄다. 쿼터급인 만큼 합리적인 가격과 유지비를 실현했고 2기통 엔진을 탑재해 해당 세그먼트에서 경쟁력도 갖췄다. 판매 가격은 625만원이다. 이전에 비해 상품성을 개선했지만 가격 상승은 가능한 억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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