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가격과 성능에 꼭 비례하지도 않는다. 값비싼 고성능의 물건을 가졌을 때 얻는 만족감도 크지만, 반대로 그것의 퍼포먼스에 압도당해 사용자가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 자그마한 것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누구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혼다의 MSX125 같은 것들이다.
이 덩치 작은 모터사이클은 라이더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다. 성별도 가리지 않는 친절함을 보이며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지를 착실하게 담아냈다. 베테랑 라이더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다양한 스킬을 뽐낼 수 있고, 입문자도 겁먹지 않고 올라탈 수 있는 크기와 성능을 갖춰 모터사이클을 시작하기에도 좋은 모델이다.
즉 MSX125, 이 장난감은 만만하게 봐도 된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든 녀석이다. 그러나 이런 설정은 MSX125의 품질과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탄 사람이 누구던지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것, 이것이 MSX125가 주는 기분 좋은 만만함이다. 게다가 2016년형 MSX125는 스타일까지 더욱 세련돼졌으니, 라이더에게 남은 것은 이 작고 당돌한 녀석을 어떻게 나만의 장난감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것뿐이다.
익살스러움에 씌운 남성미
통통 튀는 외모와 이에 어울리는 생동감 넘치는 컬러는 도로 위 어디서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의 둥근 헤드라이트는 가로의 2분할 타입으로 나눴고, 사이드 라인도 직선을 강조해 각과 볼륨을 다듬었다. 인상이 한결 당차고 단단해졌다. 헤드라이트는 LED를 채용해 시인성을 높이고 샤프해진 프론트 뷰를 더욱 집중시킨다.
리어 라인도 위로 더욱 올려 터프해진 외모에 돌격 포지션을 더했고, 머플러는 오른쪽 하단으로 내려 뒤가 한결 깔끔하다. 둥글둥글하게만 보였던 전작의 유순함을 씻고 살짝 멋을 부리니, 미니 스트리트 익스트림(Mini Street Xtreem)이라는 모델명에 어울리는 톡 쏘는 맛이 살아났다.
이런 디자인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성별을 떠나 입문자에게 성능은 둘째다. 모터사이클에 관심 없던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외모가 관건이다. 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며, 이런 외적인 이끌림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면, 새로운 관심과 소유욕을 자극한다.
이 개성 충만한 스타일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되고, 이러한 것들이 외모에서부터 라이더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부분이다. 한창 자신을 꾸미고 드러내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고성능 모터사이클은 가격적인 부담도 있지만, 덩치를 비롯해 확연히 드러나는 모터사이클의 성격 때문에 라이더의 개성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MSX125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멋 부리는 것에 기꺼이 투자하는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MSX125도 영리하게 변신했고, 소소한 부분에서도 그들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게끔 했다. 가령 새롭게 바뀐 폴딩 타입의 키도 그렇다. 외모에 비해 다소 무심했던 전작의 키는 누가 봐도 ‘열쇠’의 형태였지만, 이제는 편리함은 물론 카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이것은 허세를 위한 것이 아닌 모터사이클의 성격과 부합하는 스타일의 연장선이다.
연료 주입구도 힌지를 적용해 주유 시 불편함을 덜었다. 주유 캡이 분리형이면 손으로 들고 있던가 혹은 셀프 주유를 해야 한다면 어딘가에 내려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MSX125는 저배기량에 크기가 작다고 해서 이러한 편의에 소홀하지 않고 스타일과 함께 업데이트 했다.
매력 발산의 시간
이 녀석의 매력은 외모와 성격이 모두 통통 튀는 점이다. 125cc 공랭식 단기통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에는 크게 기대를 걸기 어렵지만, MSX125가 내포한 성격과 버무려져 조종의 재미를 안겨준다.
MSX125의 엔진은 10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1.1kg*m(5,500rpm)의 최대토크로 저배기량에서 나올 수 있는 평범한 수치다. 그러나 콤팩트한 차체 크기와 105kg의 중량이 맞물려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무게는 5kg이 늘었지만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mm, 10mm, 10mm씩 줄어들어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은 여전하다.
4단 트랜스미션은 도심에서 라이딩 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링에서 스로틀 그립을 살짝 감으면 가볍게 퉁퉁 치는 단기통의 피스톤 박자가 꽤나 기분 좋은 잔 진동과 울림을 전한다. 분명 감탄할만한 성능의 엔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엔진 회전 수를 올려보게 된다.
아마 앉자마자 느껴지는 아담함 때문일 듯싶다. 765mm의 시트 높이는 키가 작은 라이더도 양 발을 쉽게 땅에 디딜 수 있으며, 새롭게 설계한 일체형 시트의 형상은 동승자석과 높이 차이를 둬서 요추를 받치기가 한결 쉬워졌다.
아담한 크기는 초보자에게 심리적 안도감을 준다. 아무리 가볍다 한들 100kg이 넘는 무게가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면 그 무게를 버티기는 쉽지 않다. 엔진의 성능과 핸들링 등의 요소를 떠나 일단 손 쉽게 조종할 수 있어야 모터사이클을 배우고 재미를 느끼기에 좋다. 또한 두 바퀴의 특성상 넘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입문을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테니, MSX125처럼 부담 없이 올라타도 위화감 없는 크기와 설정이 유리하겠다.
부담 없이 올라타 맘대로 즐겨라
스로틀 반응도 꽤나 직결적이다. 스로틀을 개도함에 따라 신속하게 후륜으로 힘을 전달하고, 간단한 무게 중심 이동과 클러치 및 스로틀 조작으로도 앞 바퀴를 지면에서 띄울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겁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적당한 엔진 파워 덕분이다. 라이더가 조작하는 스로틀 그립을 감는 정도에 맞춰 나오는 엔진의 회전이 유순해, 차체의 반응을 이해하기 쉽고 초보자가 다루기에도 매우 수월하다.
이렇듯 가지고 놀기 편한 설정은 어디서든 그 진가를 발휘한다. 모터사이클이지만 스쿠터만큼 편안한 포지션과 조종성으로,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도 수월해 출퇴근 시에도 유용하다. 골목과 언덕, 대로변 등에서도 필요충분한 성능이 작은 크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준다. 이동수단으로도 그리고 장난감으로도 손색 없다.
작은 덩치의 MSX125는 불필요한 것들이 없어 움직임이 가볍고 핸들링에 따른 재빠른 반응과 발재간이 재미있다.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도 조작에 따라 지체 없이 제동력이 나오고 세밀한 조작으로 차체 거동을 바꾸기에도 좋다.
도립식 텔레스코픽과 모노 쇽업쇼버의 전/후륜 서스펜션은 적당히 충격을 거르면서도 자세를 곧잘 붙들어 맨다.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고 필요한 만큼 단단하게 버틴다. 이렇듯 도심 커뮤터와 익스트림 사이를 절묘하게 휘어잡은 세팅이 MSX125의 가치를 높여준다. 거동이 날카롭기 보다는 요리조리 말 그대로 재롱부리듯 리드미컬하게 달리는 맛이 외모만큼이나 유머 있다.
아담하고 세련된 외모만큼 잘 달려주고, 손 쉬운 조종으로 달리는 재미를 주지만 버겁지 않고, 그렇기에 초보자라 하더라도 조금 더 몰아붙일 수 있다. 다소 부족한듯한 성능이 MSX125에 아쉬움으로 남지 않는 이유다.
라이딩의 재미는 스포츠 주행이 주는 극한의 짜릿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이더의 수족 안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오로지 ‘내 것’의 상태가 되었을 때 또한 즐거움이 크다. 나아가 자신의 실력에서 한 단계 더 도전하게끔, 계속 가지고 놀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MSX125가 갖는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다. 이것이 MSX125가 주는 재미의 가치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