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R3 X MT-03, 쿼터급을 잠식할 용감한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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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의 YZF-R3(이하, R3) MT-03은 다른 장르다. 그러나 심장을 비롯한 골격은 차이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라고는 디자인이 전부이며, 내부를 들여다봐도 약간의 무게와 미세한 크기차이 외에는 다른 점을 쉽사리 찾기 힘들다.

스포츠와 네이키드로 분류된 이 둘은 입문용으로 구매할만한 요소가 다분히 녹아 있어, 어느 것을 선택하던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R3 MT-03은 각각 YZF 시리즈와 MT 시리즈에서 쿼터급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기본기가 알차다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이 둘은 현재 야마하의 기종 중 핫한 녀석들이다.


계산된 역학과 기계적 조형미

R3는 포워드 매스 중심의 디자인으로 공격적이다. 엔트리급이지만 자사의 R1 R6의 슈퍼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아 스포티하고, 날카롭게 잘려나간 역 슬랜트의 듀얼 헤드라이트는 R1 R6 못지않은 강인한 눈매를 완성했다. 무게중심은 MT-03과 동일한 곳에 집중했지만 공기역학을 고려한 볼륨있는 카울이 시선을 프론트로 집중시킨다.

일상의 스포츠를 지향하는 R3는 핸들의 높이가 슈퍼스포츠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적당히 숙는 자세를 확보하면서도 68도의 록 투 록(lock to lock)각도가 도심 주행에서의 컨트롤을 불편하지 않게 돕는다. 또한 스텝의 위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MT-03와 동일하게 배치했다.

반면 MT-03은 경량급의 콤팩트함을 강조했다. 짧게 잘라낸 윈드쉴드와 MT시리즈에 부합하는 날렵하면서도 적당한 근육질의 몸매를 완성한 조각들로 네이키드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프레임은 블루 컬러로 형상이 멋스럽게 드러나고, 볼록 솟은 연료탱크와 에어덕트로 자칫 왜소해 보일 수 있는 외모를 탈피했다.

파이프 타입 핸들바는 R3에 비해 몸 쪽으로 19mm, 위쪽으로 39mm를 당기고 높여 상체 포지션을 한결 편안하게 한다. 리어 시트 양 옆에 배치된 탠덤 그립은 네이키드답게 동승자를 배려한 설정이다. 때문에 탠덤그립이 없던 R3와 달리 보다 안정적으로 동승자를 태울 수 있다.


스포츠와 네이키드를 완성한 플랫폼

R3 MT-03은 외형과 달리 속은 거의 동일하다. 엔진, 프레임,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등이 모두 같다. 즉 플랫폼을 공유한다. 차체 사이즈는 조금 다르다. R3의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2,090mm, 720mm, 1,135mm인데 반해, MT-03의 전장, 전폭, 전고는 2,090mm, 745mm 1,035mm로 전폭과 전고에 차이가 있다. 휠베이스는 1,380mm로 동일하다.

서스펜션 트래블과 캐스터각도 동일하다. 6단 트랜스미션은 체인 드라이브를 통해 힘을 전달하고,/후륜의 17인치 알루미늄 휠에는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물렸다. 무게는 R3 169kg, MT-03 168kg으로 1kg이 차이가 난다. 핸들바는 장르 특성에 따라 R3가 세퍼레이트 타입, MT-03은 파이프 타입으로 확연히 다르다.



위 R3 아래 MT-03

둘의 심장은 같다. R3 MT-03은 배기량 321cc 병렬 2기통 엔진이며 출력 상승은 매끄럽다. 엔트리급에 적합한 엔진 세팅은 스로틀 조작에 부담이 없어 컨트롤이 쉽고 반응도 적정 수준이다. 41마력의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은 10,750rpm으로 고회전으로 돌리는 맛이 있고,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까지 회전하는 엔진의 감각도 활기차다.

물론, 즉각적인 폭발력은 없다. 9,000rpm에서 발휘되는 3.1kg*m의 최대토크를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하게 두 개의 피스톤이 사이 좋게 폭발력을 나눠가며 상승의 굴곡을 다듬었다. 자극이 덜한 설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누구나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쉬운 세팅이다. 라이더를 내치지 않고 입문자로 전향시킬 수 있는 일종의 쿼터급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속이 재미있는 이유는 고르게 분배한 순간 순간의 폭발력이 감당하기 쉬워 고회전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여기에 적당하게 다듬은 배기음도 스로틀 반응에 따라 간지럽게 전해온다. 레드존에 가까워질수록 배기음은 박력 있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엔진은 속도를 올릴수록 티를 낸다. 5단에서부터는 회전이 조금 더뎌지지만, 반대로 70km/h 부근에서 일찌감치 6단을 물려서 크루징을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핸들바로 전해지는 잔 진동은 고속으로 장시간 달리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다.


다름의 결정적 요소

사실 이 두 녀석의 차이는 포지션에서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포지션에 차이가 있고,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핸들바와 기타 외부 파츠의 구분으로 스포츠와 네이키드로 나뉘어 전혀 다른 감각을 준다.

R3보다 높고 넓은 MT-03의 핸들바는 상체를 조금 더 세워주고 팔의 각도도 한결 여유롭다. 반대로 R3는 스포츠 모델답게 상체를 조금 숙여줘 상대적으로 스포티한 포지션을 완성했다. 780mm의 시트 높이나 스텝의 위치는 모두 동일하며 발착지성도 문제 없다. 때문에 차이는 분명 있지만 갭이 크지는 않다. 이와 같은 설정은 둘 모두에게 유리하겠지만, 굳이 고르자면 MT-03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MT-03은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네이키드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아 주행이 한결 편안하고, 쿼터급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주 무대 중 하나인 도심과 근교에서 보다 느긋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원할 때는 라이더의 연출에 따라 타이트한 감각도 가능하다. 교통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시야도 수월하다.

반면 R3는 스포츠 지향으로 상체가 수그러들고 핸들 폭이 좁아, 본격적으로 달리고 있는 자세를취할 수 있고, 도심에서는 네이키드처럼 상체를 일으켜 세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이 둘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어느 쪽 하나 완성되지 않은 듯한 어색한 포지션이 연출되기도 한다. 헌데 이 또한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R3는 본격적인 슈퍼스포츠로 입문하기 위한 라이더들에게 예비 동작을 하게 해주고, 따라서 스포츠 주행을 위한 준비운동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이해하면 편하겠다.


포지션 변화의 효과

그리고 이 포지션에 기인해 주행의 차이점도 명확하다. 한쪽은 개방감으로 바람을 느끼고 다른 한쪽은 바람을 가른다. 주행풍의 영향으로 속도감은 MT-03이 더욱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R3가 우세하다. 물론 상체를 수그린 상태에서의 이야기다. 고속 코너 역시 라인을 탄탄하게 잡고 쭉 끌어가기에는 R3가 알맞았다.

이어지는 연속적인 짧은 코너에서도 둘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R3는 무게중심을 보다 낮은 위치에서 조종하기에, 안정된 차체 움직임과 고른 무게중심을 느낄 수 있다. MT-03보다 코너를 단단한 감각으로 유지하며 정확하게 돌아나가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스포츠와 시가지를 아우르는 친절한 라이딩 포지션 세팅이 코너에서는 아쉬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슈퍼스포츠가 아니라는 점. ‘스포츠 주행의 한계치 보다는 맛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뒤이은 MT-03의 코너링. 한결 가볍고 편안하다. 조금 위로 그리고 조금 넓고 가깝게 설계한 핸들은 보다 높은 위치에서 컨트롤할 수 있어, 프론트가 가볍고 차체의 기울기가 크다. 자세가 편안하고 핸들링이 부드러우며 차체가 콤팩트하니 코너링이 경쾌하다. 또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와있어 기울이는 각을 쉽고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바람과 함께 살랑살랑 라이딩하기 좋지만 반대로 단단한 맛은 조금 부족하다.

섀시와 파워트레인 모두 이 둘을 가지고 놀기에 안성맞춤인 설정이다. 작은 변화로 완성된 둘의감각은, R3는 코너에 꽂아주고 MT-03은 코너에 들어간다. 적당히 탄탄함을 겸비한 서스펜션도 와인딩에 접어든 이 둘을 위화감 없이 받쳐주기에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며, 도심 주행이 많을 것을 고려해 부드럽게 타고 넘는 법도 익혔다. 그러나 고속에서의 큰 충격은 다소 직접적으로 전달되며, 붕 떠서 놀란 차체를 잡아주기에는 MT-03의 포지션이 조금 더 안정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