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을 때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가을철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적당히 시원하면서도 깨끗하고 화사한 날씨를 만끽하기에 최적이지만, 주행 중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의외로 많이 도사린다. 겨울을 앞둔 마지막 라이딩 시즌인 만큼 라이더들 또한 투어를 많이 다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터사이클 사용설명서 마흔 여섯 번째 이야기, 가을철 주행 시 요주의 항목을 시작한다.
가을은 일교차가 심하다. 아침에는 선선하고 낮에는 덥다가 저녁에는 다시 선선해진다. 그리고 대부분 투어를 떠날 때는 오전에 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노면의 온도는 여름처럼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이는 모터사이클의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노면과 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 등 모든 부분에 적당히 온도가 오르기 전까지 무리한 주행은 삼간다.
물론 낮에는 비교적 온도가 오르지만, 여름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나무가 우거진 고갯길 등은 햇빛이 비추더라도 노면이 달궈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고갯길을 마주쳤다고 해서 차체를 과도하게 기울이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충분한 그립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코너를 공략하겠다는 마음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모터사이클의 움직임만큼이나 라이딩기어도 신경 써야 한다. 낮에는 간편한 차림으로 라이딩을 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오전과 저녁에는 꽤나 쌀쌀하다. 더욱이 산간지역이나 바다 근처는 낮이라 하더라도 서늘하다. 내피를 갖춘 재킷을 착용해 상황에 따라 내피를 탈부착하도록 하며, 바람막이 등을 챙겨 재킷 위로 덧입는 것이 좋다. 글러브도 메시소재의 여름용보다는 조금 두꺼운 소재나 방풍성을 갖춘 것을 착용하도록 한다.
이맘 때면, 기온 및 지역에 따라 서서히 입김이 나오는 시기다. 이에 따라 헬멧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로 헬멧의 쉴드에 평소보다 김이 쉽게 생긴다. 정차 시에는 잠시 쉴드를 개방해 공기를 순환시키며, 주행 중에도 상황에 따라 쉴드를 완전히 밀폐하지 말고 틈을 만들어 외부 공기를 유입시킨다. 이 밖에도 김서림 방지 필름을 부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을에 자주 발생하는 안개 역시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가로등이 없는 한적한 고갯길이나 바다 근처의 해안 도로 등에는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안개로 인해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는 과속을 금한다. 또한 마주 오는 차가 없다면, 상향등을 적절히 사용해 전방의 도로상황을 제대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모터사이클은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차체 및 등화류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상대방 운전자에게 위치와 존재를 알리는데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안개가 심할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낙엽이다. 하지만 낙엽은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치명적일 수 있다. 도로 위의 낙엽은 그립력을 잃기 쉬운 위험요소이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도심의 경우 도로 귀퉁이에 낙엽이 많이 쌓여 있다. 따라서 교통체증을 벗어나기 위해 차간 주행을 한다든지 하위 차선으로 달릴 경우, 브레이킹과 스로틀 조작 등의 급조작을 삼간다. 낙엽 위를 지나갈 때에는 평소보다 서행하며, 되도록 가속 및 감속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도록 한다.
고갯길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자주 가는 길이 아니라면 다음 코너의 상황 및 도로사정을 가늠하기 힘들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낙엽을 비롯한 각종 이물질들이 도로 위에 어질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차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낙엽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는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드킬도 조심하자. 로드킬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도로 위의 변수 중 하나다. 특히 동물들의 번식기인 봄과 동면에 접어들기 직전인 가을에는 사고 발생 수가 잦다. 때문에 산간지역이나 시골길 등을 주행할 때에는 속도를 늦추고, 시야를 멀리 내다보며 전방과 좌우를 모두 살펴야 한다. 게다가 로드킬 사고는 주로 야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가로등이 없는 곳을 지날 때에는 절대로 과속을 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자동차와 달리 모터사이클은 라이더의 신체가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에 야생동물과의 충돌은 바로 사고로 이어지며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도로 위에 죽은 동물의 사체도 위험하다. 특히 야간에는 파악하기가 더욱 힘들뿐더러, 죽은 시간이 오래 경과되지 않은 사체는 혈흔을 비롯한 가죽 등이 완전히 마르거나 굳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립을 잃기 쉬워 전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을철 투어는 어느 계절보다도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달리기에 최적이다. 하지만 화창한 날씨만 보고 안전까지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기분 좋게 떠난 투어가 최악의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