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토캠핑’이라고 하면 준비할 것도 많고 거창한 무언가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터사이클에 캠핑할 용품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서 캠핑을 하면 그만이다. 자동차로 떠나는 오토캠핑과 비교하면 당연히 불편하고 힘들며 제약도 많다. 하지만 어차피 캠핑 자체가 어느 정도의 고생을 감수하고 추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큰 걸림돌은 아니다.
모토캠핑을 떠나기 위한 모터사이클의 종류 또한 어떤 기종이라도 상관 없는 이유다.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터사이클이면 된다. 캠핑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기종은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못할 것도 없으며, 고배기량이 넉넉하고 수월하다는 것도 알지만 저배기량이라고 해서 시작부터 재미를 반감 시킬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델리로드100(이하, 델리로드)을 선택한 것에 불만은 없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데다가 작고 만만해서 써먹기 아주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델리로드는 KR모터스에서 출시 할 당시부터 다목적 스쿠터라고 내세웠고, 다목적의 다양한 카테고리 중 하나에 캠핑용 스쿠터가 당당히 콘셉트로 등장했다. 걸려들었다. 판매수단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인지, 콘셉트 목적에 부합한 제대로 된 설정인지 확인할 구실을 찾은 것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다목적 요소
상용 위주로 제작된 저배기량 스쿠터들은 도토리 키 재기처럼 어느 하나 유별난 장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얼마나 ‘친인간적’인 설계를 했고, 얼마나 고장 없이 잘 달려줄 것이며,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활용가치 중 하나로 캠핑을 대입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점은 없다. 오로지 델리로드의 프론트, 사이드, 리어에 가드 및 캐리어를 부착한 것이 전부다.
이 외장 파츠 몇 개만으로도 캠핑에 적합한 요구조건을 갖춘 셈이고, 1박2일의 일정에 맞는 짐을 꾸려서 싣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중요한 것은 짐인데, 오토캠핑과 달리 공간의 제약이 많다 보니 짐을 꾸리는 데에도 보다 요령을 피워야 한다. 모터사이클의 적재공간을 고려해 필요 이상의 크기와 무게 등은 덜어내야 한다. 그러나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토캠핑의 경험이 적은 라이더라면 짐의 내용물을 효율적으로 골라내기가 힘들다. 혼자 떠나는 캠핑이 아니라면 동행하는 라이더와 모터사이클의 적재용량 및 활용성을 고려해 짐을 분배해야 훨씬 수월하다. 예를 들면, 화로와 같은 크고 무거운 것들은 보다 배기량이 큰 모터사이클에 싣는 것이 효과적이다. 외부 포장지를 꼭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 및 식품들은 포장재를 뜯어내고 내용물만 가져가야 쓸데 없는 부피와 공간을 줄일 수 있다.
델리로드의 캐리어는 캠핑 등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짐을 올려놓고 끈으로 결박할 수 있도록 걸음쇠나 홈을 만들어놨으며, 받침대의 형상 및 차체에 고정시키는 부분 등 마감이 준수하고 튼튼하다. 프론트 캐리어에는 침낭을 얹고, 리어 캐리어에는 여러 용품을 한 번에 담아 넣은 가방과 텐트를 얹었다. 모토캠핑을 할 때 유의할 점 중 하나가 바로 짐의 분배다. 두 바퀴로 중심을 잡으며 달려가는 특성상 무게를 고르게 배분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쳐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짐이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묶는 것만큼이나 모터사이클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무게를 나눠야 한다.
델리로드 또한 배기량과 성능 등을 감안해 프론트와 리어에만 짐을 실었으며, 운행에 최대한 방해가 없도록 했다. 프론트에 짐을 실을 경우, 헤드라이트 불빛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간 주행 시 시야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시인성을 해치기 때문에 위험하다. 리어에 짐을 실을 경우, 달리는 동안 매번 확인할 수 없으니 짐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며, 그물망 등으로 한번 더 덮어주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짐이 떨어질 걱정 때문에 결박용 끈을 아주 세게 고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결코 좋지 않다. 캐리어 및 걸음쇠 부분이 휘거나 부러질 수도 있으며, 프레임과 연결된 캐리어라면 자칫 프레임까지 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유격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묶어두면 짐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으며, 짐을 모두 결박한 상태에서 흔들었을 때 차체가 같이 흔들린다면 제대로 묶은 것이다. 또한 텐트 및 침낭 커버 등은 얇은 천 재질로 매끈거리기 때문에 결박용 끈과 마찰이 적어 진동 등에 의해 밀려나거나 풀릴 수 있다. 따라서 결박용 끈과 커버 표면의 끈 등을 서로 맞닿아 놓은 상태로 묶어야 운행 중의 진동으로부터 밀리거나 빠질 우려가 덜 하다.
불평 없이 함께한 1박2일
역시나 운행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할 터. 델리로드에 짐을 싣고 약 150km 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한다. 게다가 눈이 내리는 상황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노면도 상당히 미끄럽다. 무사히 캠핑장까지 도착할 수 있기까지는 안전운행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델리로드의 말썽도 없어야 한다. 앞서 델리로드를 시승 했을 당시의 주행품질은 나쁘지 않았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운행에 지장이 있을 만큼의 문제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벼운 차체 때문에 고속에서의 불안감이 드는 정도다. 99.8cc의 엔진에서 나오는 7마력의 최고출력과 0.7kg*m의 최대토크도 무난한 수준이며, 전/후륜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하고 리어에 더블 쇽업소버를 채용한 점 등은 적어도 동급에서 뒤처지는 설정은 아니다.
짐을 싣고 주행한 결과 확실히 힘이 달리는 부분이 가장 쉽게 와 닿는다. 미세하게 경사진 도로에서 스로틀 그립을 끝까지 열어도 계기반의 바늘은 반시계 방향으로 바뀐다. 이는 델리로드의 문제가 아닌 배기량의 한계다. 치고 나가는 가속력도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국도를 달릴 경우 웬만하면 하위 차선으로 달려야 한다. 앞차를 추월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좁은 타이어 폭은 아스팔트의 표면을 있는 그대로 올라타버려 프론트의 방향이 틀어지기 일수다. 그래도 짐을 실은 덕분에 차체를 조금 눌러준 덕분인지, 브레이크는 크게 밀리거나 불안하지 않다. 노면의 온도가 낮고 눈도 내린 탓에 접지력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필요충분한 브레이크 성능과 적당한 무게가 오히려 안정감 있게 차체를 제동시킨다.
시원하게 달리는 맛은 부족할지언정 델리로드로 모토캠핑을 떠나기에 무리는 없다. 스쿠터만이 갖는 장점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배기량이 작고 무게가 가벼우니 다루기가 수월하다. 아무리 자신의 모터사이클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평소와 달리 다량의 짐을 싣게 되면, 늘어난 무게와 달라진 무게중심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델리로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설정이라 짐을 실었다 한들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또한 저배기량 스쿠터로도 어느 캠핑장소던지 충분히 갈 수 있다. 흔히 모토캠핑을 생각하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이미지 때문에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길을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캠핑장소는 해당 목적지까지 길이 잘 닦여 있다. 포장되지 않은 길 역시 ‘엔듀로 코스’가 아닌 말 그대로 자갈길 정도의 임도 수준이다. 이런 곳에서는 대배기량의 멀티퍼퍼스가 아니어도 문제 없다. 오히려 스쿠터가 유리할 수 있다. 대형 모터사이클은 시트 높이도 높을뿐더러 무겁기 때문에 자칫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다칠 위험이 높고 일으켜 세우는 것도 일이다. 하물며 혼자 떠난 외진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델리로드와 같은 저배기량 스쿠터는 양 발이 땅에 닿기 때문에, 자갈과 진흙 등이 한데 엉킨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으며, 넘어지더라도 무게가 가벼우니 일으켜 세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열세했던 성능과 구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덕분에 자신감도 붙어 여기저기 마음껏 다니게 되고, 오고 가는 과정에서 탈이 없어야 목적지에서 온전히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요긴하게 쓰였던 델리로드의 순정 캐리어는 캠핑장에서도 기특한 역할을 했다. 캠핑에 꼭 필요한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장작이 필요하다. 시골마을의 좁은 골목을 다니며 장작을 구하기에 스쿠터만한 것이 없다. 아무리 수납공간이 좋은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라도 작은 덩치와 뛰어난 적재공간을 확보한 스쿠터 앞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델리로드는 다량의 나무를 싣고서도 좁은 모퉁이와 길목을 털레털레 헤쳐 나왔다. 결국 짐을 싣고 이동하는 것이기에 실용성이 좋은 스쿠터가 모토캠핑에도 적합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