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쉽다’는 편리하다는 뜻이다. 일본어로 편리하다는 의미인 ‘벤리‘, 그리고 일상생활과 업무용에 최적화된 스쿠터인 ‘혼다 벤리‘, 이름이 기능을 따랐다. 벤리110(이하, 벤리)은 스쿠터로 활용 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저배기량 스쿠터의 기동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널따란 리어 데크를 활용한 다양한 쓰임새를 비롯, 사용자중심의 세심한 세팅 등 작은 스쿠터에 담아낼 수 있는 사용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업무용부터 출퇴근, 캠핑까지 두루두루 쓰이며, 벤리의 인기는 곧 판매량이 말해준다.
그리고 이용이 쉬워야 한다는 점에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계적 완성도다. 스쿠터의 조작성이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벤리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려면 다루기 쉬운 특성과 함께 말썽 없이 운행할 수 있는 품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정상작동을 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엔진이 있다. 벤리가 사람들에게 널리 이롭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의 혼다 혹은 내구성의 혼다라는 말을 입증하기 위해 벤리의 내구성을 테스트해봤다.
벤리의 사명, 400km 그리고 16시간
점잖게 표현해 내구성 테스트지만, 실상은 벤리 괴롭히기이다. 하지만 이 괴롭힘을 통과하면 기술의 혼다라는 의미를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벤리의 완성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평이 나있지만, 직접 체감하고 증명하는 것으로 경쟁 기종들과의 비교를 일단락할 수 있다. 괴롭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래 달리는 것이다.
단, 시동을 절대 끄지 않는 조건을 더했다. 불가피하게 주유를 해야 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순간에도 엔진이 잠드는 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설정이다. 테스트 구간은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대포항까지이며, 이를 왕복해야 한다. 편도 약 210km로 왕복 400km 이상, 시간은 약 9시간이 소요된다.
라이더는 틈틈이 쉰다. 생리현상과 끼니를 해결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물론 벤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라이더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엔진은 가동해야 한다. 벤리는 인히비터 시스템을 적용해 사이드스탠드를 내려도 시동이 꺼지지 않기 때문에, 라이더가 정차 후 무의식적으로 키를 돌리지 않는 이상 꺼질 염려가 없다. 게다가 양쪽 브레이크 레버에 모두 주차 브레이크가 마련돼있어 언덕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총 주행거리 및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스톱워치를 활용하고, 쉬는 시간은 또 다른 스톱워치로 기록한다. 고로 테스트 종료 후 벤리가 총 주행한 거리, 주행한 시간, 시동을 켜고 지속시킨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진 및 오류 등의 상황을 감안해 별도의 전자시계도 추가로 부착했다.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 벤리는, 적산거리가 6404km였다. 해당 기종에는 동력성능 향상을 위한 어떠한 튜닝도 되어있지 않다. 외장 또한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상태다. 프론트 왼쪽에 마련된 수납함에 보조배터리를 넣었고, 이 외에 추가한 부착물이라고는 손목시계와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 거치대 뿐이다. 과연 벤리는 엔진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던져진 주사위, 누가 이길까
오전 7시, 양재역 지하철 입구에서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과 함께 108cc 단기통 엔진을 깨웠다. 이제 벤리는 제 풀에 지쳐 스스로 잠들지 않는 이상, 다시 양재역으로 복귀하는 순간까지 피스톤의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혼다니까 거뜬히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안 꺼지고 베기나 보자 라는 이중적인 생각이 자리했다. 작정하고 괴롭히는 입장이다 보니 이에 반응하길 바라는 고약한 심보인 게다.
도로 위 통행량은 제법 있었으나 러시아워에 못 미치는 시간이라 흐름은 수월했다. 역시 도심 속 이동수단은 스쿠터만큼 훌륭한 것이 없다. 8마력의 최고출력과 작은 차체는 요리조리 헤쳐나가고 필요한 만큼 가속하기에 알맞다. 710mm 높이의 시트에는 털썩 앉으면 그만이고, 평평한 플로어 패널에 가지런히 발을 올려놓고 양 손만 조작하면 유유히 움직인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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