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포르자300 ABS(이하, 포르자)는 안락하다. 부족함 없는 힘과 부드러운 승차감,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 적당한 크기의 차체 등 모든 것이 해당 등급에 알맞은 수준이다.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다. 포르자가 활약하는 주 무대와 용도를 고려했을 때, 딱 필요한 만큼의 능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고성능으로 뽐내는 것이 아닌, 균형 잡힌 완성도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포르자가 훌륭한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포르자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혼다의 모터사이클 중 자사의 대형(125cc 초과) 기종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 배기량이 커지면 저배기량의 모터사이클보다 상대적으로 특장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또한 배기량만큼 가격도 올라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까다로워지기 마련이고, 성격이 명확한 기종이 아니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십상이다. 포르자가 속한 맥시스쿠터 시장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맥시스쿠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스쿠터 특유의 편리한 조종특성, 안락한 차체, 넉넉한 배기량을 담보로 한 출력, 도심을 포함한 장거리 투어도 너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유들의 종점에는 스쿠터 본연의 편안함을 유지한 채 보다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기특함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맥시스쿠터의 역할이다.
경량급다운 간편한 설정
그렇다면 포르자는 맥시스쿠터로서 얼마나 적합한 기종일까. 복잡한 도심의 한복판에서는 125cc 이하의 작은 스쿠터가 가장 용하다. 옴짝달싹 못하는 정체된 곳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기민함을 경험하면, 나 홀로 2배속 재생을 만끽하는 기분이다. 이것은 작은 차체의 이점이며, 같은 스쿠터라도 감히 맥시스쿠터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포르자의 전폭은 725mm다. 경쟁기종과 비교해 가장 폭이 좁다.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X맥스300과 비교해도 좁다. 심지어 125cc 급의 스쿠터인 pcx와 동일한 넓이다. 덕분에 처음 타더라도 조작의 부담이 현격히 적고, 골목을 비롯한 도심의 체증에서도 어려움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스프린터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125cc 급의 스쿠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기동성을 자랑한다.
시트도 매우 만족스럽다. 적당한 쿠션이 골반과 꼬리뼈를 편안하게 받쳐주지만, 지나치게 물렁하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다. 요추 받침대는 적당한 높이와 굴곡의 형상을 갖추고 있어, 시트 깊숙이 착석하면 밀림 방지는 물론 장거리 주행에도 피곤함을 덜어준다. 시트높이도 715mm로 경쟁기종대비 낮은 편이다. 발착지성도 수월하다. 좁은 길목에서 한 번에 방향을 전환하지 못할 때 발을 지면에 디디며 후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거뜬하다. 포르자를 시승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저배기량 스쿠터로 이동했지만, 포르자에 옮겨 탄 후에도 도심에서의 답답함과 커진 차체에 대한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ABS로 완성한 주행성능
포르자는 가속하는 시점부터 안락함이 밀려온다. 라이딩 포지션은 절묘한 각도와 길이를 갖춘 발판 및 시트, 핸들 바의 위치 등으로 자연스럽게 편안한 자세가 취해진다. 한 없이 태평하다. 주행질감도 이런 자세와 일치한다. 적당하게 묵직한 스로틀 그립을 비틀면 279cc 단기통 엔진이 포르자를 부드럽고 시원하게 밀어준다. 그러나 가볍지 않고 진득하다. 엔진은 매끄럽고 가속은 필요한 만큼 빠르며 차체는 안정적이다.
포르자는 큰 PCX로 봐도 무방하다. PCX에서 느꼈던 스트레스 없는 주행품질과 편안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게다가 배기량이 커지니 그 느낌은 배가 되고, PCX에서 다소 부족했던 출력은 포르자의 26마력(7,500rpm)의 최고출력과 2.7kg*m(5,500rpm)의 최대토크 덕분에 해소된다. 120km/h까지 쭉쭉 올라가는 가속성능은 도심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교통흐름의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 고속 크루징도 피곤하지 않다. 디자인도 주행성능과 꼭 닮아 날렵하지만, 모난 곳 없이 미끈하고 늘씬하다.
제동 성능 또한 우수하다. 2017년형 포르자는 기존의 CBS(Combined Brake System)에 ABS를 추가한 컴바인드ABS(Combined ABS)를 탑재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확보한 것은 물론 전/후륜에 적절하게 제동력을 배분하기에 안심이 된다. 프론트와 리어는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프론트의 경우 3포트의 캘리퍼를 물렸다. 브레이크 응답성도 즉각적이며 제동력도 훌륭하다. 앞/뒤 연동 시스템이기에 리어 브레이크 레버만 움켜 쥐어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죽이며 불안하지 않게 자세를 유지한다.
14/13인치의 전/후륜 휠은 불규칙한 노면을 흡수하기에 적절하다. 스쿠터의 구조적 특성에 의한서스펜션의 한계는 있으나, 그 안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은 불쾌하지 않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에서 일부러 속도를 내지 않는 이상 차체가 울렁이지 않게 억제하려 한다. 가속과 브레이킹 시점의 합을 잘 맞추면, 탄탄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맥시 크루징의 완성미
포르자는 맥시스쿠터다. 게다가 300cc급의 맥시스쿠터는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등급이다. 125cc 스쿠터보다 동력성능이 출중하면서도 500cc 이상인 미들급 맥시스쿠터보다 훨씬 다루기가 쉽다. 포르자가 속한 그룹의 장점이다. 저배기량의 스쿠터를 타는 여성 라이더는 많아도 미들급 이상의 맥시스쿠터를 타는 여성 라이더는 흔치 않다. 포르자라면 PCX를 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각으로 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여유롭고 느긋하며 수납공간의 활용성도 단연 한 수 위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1.5L의 연료탱크 용량도 충분하며, 60km/h로 정속 주행 시 35.3km/L의 연비를 자랑한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핸들링은 무디지 않지만, 날카로움을 배제한 자극 없는 설정이다. 오히려 어정쩡하게 스포티함을 노리기보다는 크루징 감각에 초점을 맞춰 맥시스쿠터다운 움직임에 모나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주행성능과 질감에 차이는 있겠으나, 부족함을 느낄 일 없는 균형 잡힌 몸놀림을 유지한다. 포르자의 구성은 하나부터 열까지 쿼터급 맥시스쿠터에 옹골지게 담아낸 ‘맥시 크루징’의 요소가 여실히 느껴진다. 아쉬운 부분은 시트 밑의 수납공간 정도다. 공간 자체의 부족함보다는 형태에 따른 공간활용에 제약이 조금 있다.
포르자의 판매가격은 765만원. ABS를 추가하고도 가격의 변동이 없다. 금액 자체가 저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완성도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주저 없이 고득점을 주고 싶다. 무심코 지나쳤던 해당 카테고리 내의 숨은 강자 포르자. 포르자가 튀지 않았던 이유는 튈 필요가 없어서다. 기본기에 충실했고, 해당 등급에서 우려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설정을 안락함에 맞췄으며, 알맞은 양으로 조절한 동력성능은 도로 위에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남겼다. 765만원이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지불한 값에 대한 대가는 분명히 받을 것이다. 포르자의 가치, M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