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cc급 프리미엄 스쿠터의 대표 주자인 혼다 PCX가 2021년식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혼다코리아는 출시에 맞춰 2021 올 뉴 PCX의 성능을 알리기 위해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일대에서 ‘HONDA EXPERIENCE DAY 2021 올 뉴 PCX’ 이벤트를 개최했다. 2021 PCX의 특장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혼다코리아의 이지홍 대표는 올 뉴 2021 PCX를 ‘도로 위의 안전한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품격 있는 디자인, eSP+ 엔진으로 확보한 성능은 물론 안전 장비까지 대폭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모터사이클은 직접 타봐야 그 장점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펀라이딩을 강조하는 혼다가 신기종을 출시할 때마다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시승 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확인하고자 했던 부분은 연식 변경에 따른 변화다. eSP+ 엔진은 기존과 어떤 차이를 발휘하는지, ABS와 HSTC(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는 제동 안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중점을 두고 시승을 진행했다. 시승 당일은 맑았고 노면 상황도 좋았기에 적극적으로 PCX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민첩한 주행 감각
2021 PCX는 새로 개발한 eSP+ 엔진을 탑재했다. 흡배기 계통을 새롭게 설계해 효율을 높였고 밸브는 2밸브에서 4밸브로 늘렸다. 이로 인해 최고 출력은 12.5마력으로 상승했고 연비도 리터당 55km로 상승했다.
주행 감각은 부드러움이 도드라졌다. 스타트 모터와 제너레이터를 결합한 ACG 스타터는 여전히 부드러운 시동을 지원했고 캠 체인 텐셔너 리프터를 통해 소음과 진동도 억제했다. ‘Personal Comfort Saloon’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편안한 주행 감각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크기를 넓힌 플로어 스텝은 편안한 포지션을 지원한다. 스텝 전면에 발을 올리면 발뒤꿈치로 차체를 홀드할 수 있어 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eSP+ 엔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한적한 도로에서 스로틀을 최대로 개방했다. 80km/h까지 꾸준하게 속도가 붙으며 이후 가속이 점차 더뎌진다. 최고 속도는 평지에서 97km/h를 기록했다. 도심에서 교통 흐름을 리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출력이다. 리어 휠은 14인치에서 13인치로 줄었다. 덕분에 선회를 하거나 좁은 도로에서 유턴을 할 때 한층 경쾌한 감각이다. 리어 서스펜션은 트래블을 늘려 충격 흡수력을 보완했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서스펜션 작동 폭에 여유가 있다. 반나절 동안 진행한 시승 중에도 허리에 오는 부담은 적었다. 타이어 폭은 각각 10mm가 증가했다. (프런트:110mm, 리어:130mm)
안전한 도로 위의 동반자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주행 안정성을 개선했다는 점이다. PCX의 주무대는 도심이다. 도심은 가속과 감속이 잦고 잠재 위험이 많은 만큼 이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했다. 기존 CBS(Combined Brake system)도 안정적인 제동에 도움을 줬지만 ABS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혼다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ABS와 HSTC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ABS모델은 프런트와 리어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리어 브레이크는 레버를 지긋이 잡는 정도로도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리어 브레이크 레버(왼쪽 레버)를 끝까지 움켜쥐면 리어 휠이 곧잘 잠겼다. 바로 이 때 프런트 브레이크를 잡으면 ABS가 작동해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했다. 리어 브레이크와 프런트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았을 때도 ABS로 인해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ABS의 목적이 제동 거리 단축과 함께 조향성의 유지임을 감안하면, 2021 PCX는 ABS의 탑재로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했고 안정성도 향상시켰다.
ABS와 더불어 HSTC 역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HSTC는 타이어가 헛돌 때 적정 토크를 분배해 차체의 트랙션을 유지시켜 준다. HSTC의 작동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타이어를 슬립시켜야 한다. 그러나 시승 당일에는 노면 상황이 좋아서 HSTC의 테스트가 쉽지 않았다. 최소한의 작동성을 시험하기 위해 메인 스탠드를 세운 상태에서 스로틀 그립을 감았다. 리어 타이어가 헛돌자 계기반에 경고등이 들어오며 HSTC가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빠르게 돌던 타이어는 이내 작동을 멈췄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이 많기에 HSTC의 탑재가 무척이나 반갑다.
클래스를 선도하는 디자인
우리나라에서는 배기량 대비 큰 차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단 목적이 결여된 몸집 불리기는 박한 평가를 받는다. PCX는 그 선을 지켰다. 요트를 형상화한 차체는 무의미하게 몸집을 키운 흔적이 없으며 존재감은 분명하다.
프론트 페어링과 펜더는 엣지를 부각시켰고 헤드라이트는 빛의 입체감을 살린 디자인을 채용했다. 머플러 커버는 블랙을 적용하고 머플러 팁만 실버로 포인트를 줬다. 엔진 케이스는 기계적인 매력이 돋보이게 새로 디자인했다. 휠은 Y자형 캐스팅 휠로 교체했고 대형 디스플레이 계기반을 적용했다. 이전보다 방향 지시등, 잔여 주유량 등의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배터리 전압 경고등을 탑재해 배터리 관리도 용이해졌다.
우수한 도장 품질도 PCX의 장점이다. .2021 PCX는 화이트, 블루, 맷 블랙, 맷 그레이, 맷 실버 등 다섯 가지 색상(ABS모델 기준)으로 출시했다. 이중 맷(Matt) 색상은 무광 도장이지만 차체에 은은한 펄이 들어가 고급스러움이 배가 됐다. 핸들바 주변의 케이블도 말끔하게 정리돼 있고 시트의 소재와 착좌감도 훌륭하다. 시트 밑 수납공간은 28리터에서 30리터로 늘어났으며 프런트 이너 박스에는 C타입 USB 소켓을 마련해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PCX가 사랑 받는 이유
PCX는 2010년 출시와 동시에 엔트리 스쿠터 시장을 평정했다. 국내 출시 3주 만에 연간 목표의 90% 이상을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누적 판매 2만대를 넘어서며 스테디셀러가 될 자질을 내비쳤다. 그 인기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높아졌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 시대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연간 3만대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PCX가 오랜 기간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eSP 엔진을 탑재하며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을 추가했고, 2016년식부터는 스마트키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2018년식에는 더블 크래들 프레임을 적용해 차체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2021년식부터는 라이더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ABS와 HSTC를 적용, 엔트리 스쿠터의 기준을 또 한번 높였다. 유로5에 대응한 것은 물론, 엔진 성능 저하는 막고 연비까지 상승시켰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125cc급 스쿠터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재가 됐다. 주행 안정성과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2021 PCX의 등장이 유독 반갑게 느껴진다.
글 / 사진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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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