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암 스파이더 동호회, 라이더 팩토리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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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요?”, “오토바이에요?”, “이름이 뭐에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질릴 법도 하겠다만, 생김새를 보아하니 오히려 가만히 놔두는 것이 이상할 듯하다. 값비싼 슈퍼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탄성과 부러움의 눈초리가 담겨 있겠으나, 도무지 이 녀석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는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올 만큼 뚫어져라 바라보면서도 의아함과 신기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 역력하다. 모든 이들이 물음표를 머금고 바라보는 시선, 이들이 바라본 것은 무엇일까.

데뷔 10년 차가 이렇게 신선한 경우도 드물다. 캔암의 스파이더가 나타나면, 마치 도로 위의 UFO라도 본 양 시선이 집중된다. 트라이크는 이제 마냥 신기한 물건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일반적인 두 바퀴의 자전거를 보다가 세 발 자전거를 봤다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트라이크 또한 엄연히 당당한 장르이고 합법적인 탈 것이다. 그럼에도 스파이더는 독특한 외모 덕분에, 항상 스파이더의 오너를 도로 위의 레드카펫을 거니는 주인공으로 만든다.

이 화제의 주인공들 중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서울/경기 지역을 대표하는 스파이더 동호회인 라이더 팩토리 클럽의 라이더들이다. 이들은 도로 위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방책으로 스파이더를 택했고, 그 안에서 분명한 답을 얻었다.


스파이더의 내면을 봤다

탁 트인 주차장에 모인 스파이더는 열 대 정도. 가만히 있어도 튀는 녀석이 여럿 모이니, 그 광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라이더 팩토리 클럽은 이렇듯 자주 투어를 다닌다. 2017 2월에 창설된 라이더 팩토리 클럽은 이제 갓 3개월을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동호회다. 현재 회원은 30명이며,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 라이더라는 점이다. 스파이더로 결성된 모임이지만, 바퀴 수를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모터사이클 경력도 짧지 않다.

운수업체 및 시멘트 대리점 대표이자 스파이더RT-LTD의 오너인 박성진씨. “모터사이클 경력은 8년 정도 됐다. 그간 타온 기종도 스즈키 버그만650, BMW K1600GTL, BMW R1200RT 등 다양한 종류의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탔다”. 그는 현재 스파이더RT-LTD로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투어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다. “복잡한 정체구간에서는 모터사이클보다 조금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성을 고려할 때 믿음이 간다”.

국내 브랜드의 경차보다 조금 작은 폭을 갖춘 스파이더는 흔히 말하는 자세가 나온다. 모터사이클만큼 러시아워를 뚫고 나가는 기동성은 불리하겠지만, 이렇듯 당당한 어깨너비를 자랑하기에 훨씬 안정적이다. 역삼각형 구조로 확보한 접지면적과 각종 주행보조장치는 스파이더가 갖는 진가 중 하나다. “모터사이클을 탈 때는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그런데 스파이더를 보여주면 안심을 한다”. 라이더 팩토리 클럽의 대다수 회원들에게 들은 답변이다.

모터사이클 경력이 오래된 라이더라도 사고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서울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박동세씨 역시 혼다의 골드윙을 타다가 불법 유턴하는 차량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 그 역시 라이딩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사고 당시 와이프가 탠덤을 하고 있었다. 그 후 모터사이클이라면 손사래를 치며 라이딩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스파이더RT-LTD를 소유하고 있으며, 주말 투어를 즐기고 있다.


베테랑도 화려함에 반했다

이들을 만났던 장소는 경북 경주에 위치한 토함산의 석굴암 주차장. 주말 오전의 날씨는 그야말로 깨끗했다.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 등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투어를 나온 라이더도 제법 있었다. 각자의 휴일을 즐기고 관광지를 구경하기 위해 이 곳에 왔겠지만 스파이더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예사다. 역시나 해당 기사의 첫 글귀에 적었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스파이더 오너들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겠지만, 이들도 역시 처음에는 위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했을 터. “멋있지 않나? 디자인이 독특하다. 이런 디자인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다. 게다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다”. 렌터카 사업을 하는 김성환씨는 스파이더F3-S 블랙에디션을 탄다. 그 역시 모터사이클을 오랫동안 타온 라이더다.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트라이크 기종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스파이더만큼 개성이 뚜렷한 트라이크는 드물다. 리와코 브랜드와 비교를 할 수 있지만, 리와코는 차체가 부담스럽다. 반면 스파이더는 콤팩트한 크기라 어느 상황에서도 한결 수월하다. 게다가 동력성능도 부족하지 않아 박진감 넘치는 주행이 가능하다”. 스파이더는 조작법만 익숙해진다면 리어 타이어를 노면에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 주행도 보다 안전한 조건에서 즐길 수 있다.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과 안정된 차체 그리고 고성능. 스파이더의 이러한 특장점은 곧 오너들의 라이딩 성향에 반영된다. 이들은 주로 장거리 투어를 많이 다닌다. 넉넉한 배기량에 승차감이 안락하니 모터사이클과 같은 개방감과 짜릿한 주행을 즐기면서도 피로도는 훨씬 적다. 덕분에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등 지역에 상관 없이 와인딩 코스와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전국을 누빈다.


그들이 라이더인 이유

외부에서는 신기하게 바라보는 스파이더지만, 정작 스파이더 오너들은 평범하다. 모두 각자의 삶과 일에 열중하며, 스파이더는 물론 모터사이클도 좋아하는 라이더다. “우리는 스파이더로 모이게 된 동호회지만, 그 전에 라이더다. 때문에 두 바퀴든 세 바퀴든 상관 없다. 올바른 이륜 문화에 앞장서고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이러한 안전과 라이딩이라는 조건의 교집합에 스파이더가 있는 것일 뿐, 브랜드와 기종에 상관없이 항상 열려있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배척이 없다. BMW, 혼다, KTM, 두카티 등 각자 소유한 모터사이클도 제각각이다. 스파이더에 대해 논하다가도 모터사이클 이야기로 빠지고, 두 바퀴의 재미에 심취하다가도 스파이더의 매력을 칭찬한다. 공통점보다는 오히려 다른 점이 많은 이들임에도 한 데 어우러진다. 스파이더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 소싯적 모두 모터사이클에 취해있던 이들도 어느덧 혼자만의 삶이 아닌 가장이 됐다.

나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택하게 된다. 같이 하기에 보다 안전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스파이더는 나와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겠으나, 스파이더는 이미 어른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스파이더가 보다 대중적으로 자리잡는다면 라이딩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라이더 팩토리 클럽은 이제 시작이다. 스파이더를 쉽게 마주칠 수 없기에 동호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그렇기에 서울/경기 지역에서 혼자 라이딩을 즐기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물론 스파이더 뿐만이 아니라 모든 라이더를 환영한다”. 라이더 팩토리 클럽은 항상 열려있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