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모터사이클 라이더는 남들보다 배로 더위를 느끼게 된다. 라이딩 중 마주하는 주행풍은 잠깐의 열기를 식혀주기도 하지만, 정차 시나 땡볕에서의 도심주행은 찜통 더위를 방불케 한다. 가벼운 옷차림이라도 더위에 지치는 계절이지만, 라이더는 헬멧과 라이딩기어 등 보호를 위해 몸에 착용하는 아이템을 덜어낼 수 없다. 안전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모터사이클 사용 설명서 마흔 세 번째 이야기, 혹서기 생존법을 시작한다.
자동차처럼 에어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모터사이클은 외부로 노출된 이상 그럴 수 없다. 게다가 모터사이클의 엔진은 라이더의 신체와 근접해있다. 공회전 상태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대략 분당 1,000회 이상을 피스톤이 직선 왕복운동을 하며 혼합기를 폭발시킨다.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온도는 높아지고, 이로 인해 라이더의 양쪽 허벅지 사이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냉각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필연적으로 라이더에게 엔진의 상태가 전달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엔진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주행풍이다. 시동을 끄지 않는 이상 열을 피할 길은 없으며, 주행을 하는 동안 마주하는 바람에 의해 엔진을 식히고 열기를 흘려 보내야 한다. 정차 시에 더욱 신체가 달아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행을 할 때 역시 가능하면 주행풍을 최대한 잘 맞닥뜨리면서 운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화물차와 같은 대형차량의 후방에서 주행한다면 효과적으로 주행풍을 맞을 수 없다.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으며 주행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바람을 맞으면서 주행해야 한다.
또한 엔진의 회전수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도록 한다. 엔진을 최대한 부드럽게 회전시켜 급격하게 열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며, 한 템포 일찍 기어를 변속해 저 회전으로 여유롭게 라이딩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주차공간도 신경 써야 한다.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에 모터사이클을 장시간 세워두면 착석과 동시에 엉덩이로 화끈한 열기가 올라올 것이다. 시트와 핸들그립 등은 신체와 맞닿는 부위면서도 직물이나 가죽 등의 소재로 감싸고 있기에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손을 올려놓기가 힘들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정된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되, 되도록이면 지하주차장, 야외일 경우 나무 혹은 건물 등으로 그늘 진 곳에 세워두는 것이 좋다.
라이딩기어는 라이딩스타일과 디자인 및 모터사이클 장르에 따라서도 나뉘지만, 계절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소재와 구성 등에 차이를 두며, 이러한 설정은 계절에 따른 라이딩기어를 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라이딩 재킷으로는 메시 소재를 택하는 것이 좋다.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그물망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에 주행풍이 재킷 안쪽으로 원활하게 유입된다. 따라서 통풍이 원활하고 땀과 열기를 배출하는데 효과적이다. 가슴, 소매, 어깨 부위에 지퍼 등으로 마련한 통풍경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보다 시원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팬츠도 여름용을 택하도록 한다. 데님 계열은 본격적인 라이딩 팬츠만큼의 기능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장점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결 가뿐하며 활용도가 높다. 쿨맥스 소재 등을 활용해 보다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라이딩 팬츠의 경우, 허벅지와 정강이 등의 부위에 메시 소재를 덧대 통풍기능을 확보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글러브도 마찬가지로 메시 소재를 택한다. 필요한 부위에 보호대는 마련돼있으면서 통풍이 원활히 되는 글러브를 착용하면 안전성과 쾌적함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 부츠는 다른 신체 부위에 착용하는 라이딩기어만큼 계절에 따라 크게 분류되지는 않지만, 통풍 혹은 쿨링 시스템 등을 활용해 더위에 대비한 제품을 택하도록 한다. 갑갑하다는 이유로 일반 운동화를 착용하는 행위는 피하자.
재킷과 팬츠 외에도 여름을 대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도록 한다. 이를테면 쿨링 베스트 등이다. 풀 메시 소재로 된 조끼의 경우, 재킷 안쪽에 착용해 재킷과 신체 사이의 공간을 확보하고 그 틈으로 통풍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수분을 활용한 쿨링 베스트도 있다. 제품을 물에 적신 후 물기를 짜내고 재킷 안쪽에 착용하는 방식이다. 재킷이나 신체는 젖지 않게 하면서도 머금고 있는 수분으로 라이더의 체온을 주위 온도보다 낮게 유지시켜 준다.
기능성 이너웨어도 효과적이다. 날씨가 더운 것도 고역이지만, 땀으로 인해 옷이 젖고 끈적거리는 감촉도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재킷 안쪽에 반팔 티셔츠만 입게 되면 땀으로 흥건하게 젖는 것은 물론 피부와 재킷 내피가 끈적하게 들러붙어 불쾌감이 든다. 오히려 긴팔이더라도 기능성 이너웨어를 착용하면, 땀 배출을 효과적으로 돕고 부위에 따라 움직임이 원활한 소재를 활용하기에 움직임이 훨씬 부드럽고 쾌적하다. 하체 역시 이너웨어를 착용함으로써 라이딩 팬츠 혹은 라이딩 진과 피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주고, 기능성 소재로 원활한 땀 배출을 돕는다.
혹서기에 무리한 라이딩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위에 지쳐 체력이 떨어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올바른 조작을 하기가 힘들다. 자신의 신체상태를 파악하고 체력을 분배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수분을 자주 섭취하도록 하며, 더위에 질려 입맛이 없더라도 에너지와 염분 보충을 위해 가벼운 요기거리로라도 해결하도록 한다.
별도의 기능성 아이템이 없다면 즉석에서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마스크, 넥 가드, 반다나 등을 소지하고 있다면 물에 적셔서 착용하도록 한다. 한겨울에 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체온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젖은 손수건 등으로 목을 감싸면 더위를 한결 떨칠 수 있다.
또한 더운 여름일수록 라이딩기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한다. 간혹 덥다는 이유로 반팔과 반바지 등의 차림으로 라이딩기어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아스팔트 및 엔진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뜨거운 태양에 몸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꼴이다. 사막에서 머리와 몸을 감싸는 것도 햇볕으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고 시 안전을 위해서도 라이딩기어는 반드시 착용하자.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