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리데이비슨은 큰 변화를 단행했다. 지난 8월 말, 할리데이비슨은 소프테일 라인업의 신기종을 선보이면서 또 다른 이슈를 함께 공개했다. 그것은 바로 자사의 다이나 라인업과 소프테일 라인업을 통합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라인업 축소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다. 이로써 할리데이비슨은 스트리트, 스포스터, 소프테일, 투어링 등 네 가지 라인업을 완성했고, 더욱 강력한 성능의 신기종을 앞세워 다시금 크루저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할리데이비슨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9월 말, 스페인에서 그 이유를 확인했다.
우선, 크루저라는 장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루저는 낮고 긴 차체를 기반으로 여유로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다. 라이딩 포지션도 상체는 세우고 다리는 앞으로 뻗을 수 있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즉, 차체와 라이더 모두 안정감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을 대표하는 크루저가 바로 소프테일과 다이나 시리즈였다.
그렇다면 소프테일과 다이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프테일은 과거에 리어 서스펜션이 없는 구조였던 하드테일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하드테일은 리어 서스펜션이 없었기에 리어의 라인을 낮게 그리고 매끄럽게 뽑아낼 수 있었다. 소프테일은 이와 같은 이미지를 이어받아 차체 하단에 서스펜션 구조를 숨김으로써 승차감은 보완하면서도 하드테일의 특징적인 라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다이나는 소프테일보다는 달리는 맛에 중점을 둔 계열이었다. 소프테일과 달리 리어 서스펜션을 더블 쇽업소버로 채용해 움직임을 보다 유연하게 했다. 크루저의 감각은 좋아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설정인 것이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지향점이 달랐던 소프테일과 다이나는 각각의 장점으로 라이더에게 어필했다.
이제 할리데이비슨은 이 둘을 하나로 조합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새 시대를 맞이할 소프테일 라인업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을 연구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소프테일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다이나의 주행감각을 포기할 수 없었던 라이더, 반대로 소프테일을 택했지만 운동성능에서 아쉬움을 느꼈을 라이더에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크루저를 만들었다. 결국 두 가지의 라인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고 더 큰 팬덤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의 소프테일은 이전의 소프테일과 완전히 다르다. 엔진과 프레임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설계했다. 목적은 소프테일 고유의 디자인에 다이나의 운동성능을 담아내기. 즉, 두 라인업이 갖고 있던 장점만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더욱 가볍고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어 트렌드에 부합하는 설정을 갖춰야 했다.
더욱 가벼워야 하는 명제는 프레임으로 해결했다. 새로운 프레임은 고 강성 탄소강 프레임으로 이전 세대보다 강성이 65퍼센트가 증가했고, 전체적인 섀시의 강성도 높아졌다. 프레임의 용접부위도 최소화했다. 스윙암은 리어타이어의 폭에 따라 두 가지로 제작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이전 소프테일과 비교해 최대 17kg까지 무게를 감량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바로 리어 서스펜션이다. 기존 소프테일의 리어 서스펜션은 차체 하단에서 지면과 수평방향으로 자리했는데 반해, 이번 소프테일은 시트 하단에 리어 서스펜션을 배치했다. 스윙암 하단부도 위쪽으로 더욱 높였으며, 결과적으로 소프테일 특유의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서스펜션의 움직임과 승차감을 모두 끌어올렸다. 덕분에 핸들링과 섀시의 반응성이 향상돼 보다 민첩한 거동이 가능해졌다.
프론트 서스펜션도 교체했다. 지난 2017년에 투어링 라인업에 적용했던 듀얼 벤딩 밸브 시스템을 적용해 댐핑을 향상시켰으며, 130mm 트래블을 확보했다. 리어 서스펜션도 손쉽게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고, 최대 217kg의 적재중량 덕분에 동승자를 태우고도 안락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프레임과 서스펜션 등 섀시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만큼 엔진도 더욱 강력해졌다. 바로 밀워키에이트 엔진이다. 소프테일에 탑재한 밀워키에이트 엔진은 107과 114로 나뉜다. 밀워키에이트107은 1,745cc 공랭식 V트윈으로, 3,000rpm에서 14.8kg*m(출시 국가마다 상이함)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약 96km/h까지의 가속은 기존의 트윈캠103보다 10퍼센트 이상 향상됐다.
모든 소프테일 라인업은 밀워키에이트107을 기본으로 탑재하며, 밀워키에이트114는 팻밥, 팻보이, 브레이크아웃, 헤리티지 클래식에만 추가로 적용했다. 밀워키에이트114는 1,868cc 공랭식 V트윈으로, 3,000rpm에서 15.8kg*m(출시 국가마다 상이함)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밀워키에이트107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약 96km/h까지 9퍼센트 향상된 가속을 자랑한다.
투어링 라인업에 탑재한 밀워키에이트 엔진과의 차별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두 개의 카운터 밸런스 시스템을 채용한 점이다. 게다가 프레임과 직접 연결하는 리지드 마운트 방식으로 콤팩트한 섀시 설정과 차체 강성을 갖췄으면서, 두 개의 카운터 밸런스 시스템으로 불필요한 진동은 억제했다. 또한 5단 기어에서 96km/h~128km/h 사이에서 가속할 시, 밀워키에이트107과 밀워키에이트114는 각각 트윈캠103과 밀워키에이트107보다 향상된 가속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엔진의 고동과 함께 저회전에서 고단 기어로 느긋한 주행을 하는 크루저 특유의 라이딩 감각을 즐기다가도, 필요 시에는 빠르게 치고 나가도록 한 설정이다. 클러치 하우징을 비롯한 트랜스미션의 위치도 3도 가량 각도를 올려 린 앵글의 범위를 보다 넓혔다.
또한 프레임의 다운튜브 사이에는 오일쿨러가 자리해 공랭식 엔진의 열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냉각한다. 오일쿨러의 형태도 다운튜브의 파이프 굵기에 가려지도록 깔끔하게 설계했다. 차체를 측면에서 바라보면 공랭식 엔진 특유의 간단한 구조와 디자인을 전혀 훼손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디자인과 편의사양 등에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전 기종의 헤드라이트에 모두 LED를 적용하고, 스티어링 헤드에 USB 충전포트를 마련했으며, 키리스 이그니션(keyless ignition)을 탑재했다. 계기반도 보다 멋스럽게 교체하고 연료탱크의 용량과 디자인도 달리하는 등 외관의 세련미를 높이고 디테일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드테일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디자인 코드를 유지한 채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심층적인 분석의 결과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번 소프테일의 변화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풀체인지가 아니라 앞으로 할리데이비슨이 나아갈 방향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소프테일은 할리데이비슨의 크루저를 대표하는 중심 축으로서 크루저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려고 한다. 그리고 북미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더욱 큰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방법으로, 소프테일은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할리데이비슨은 10년 내에 100대에 달하는 신기종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며, 친환경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음을 표했다.
크루저 시장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클래식을 추구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 익숙한 디자인과 감성 속에서 독자적인 정체성과 시대에 걸맞은 기술력으로 퍼포먼스를 끌어내길 원한다. 이것이 그들이 바라는 스타일이고, 소프테일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했고, 이제 몸으로 확인할 일만 남았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