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가 않다. SYM의 제트14(JET 14)가 정조준하고 있는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배기량이 작은 그저 그런 스쿠터 시장이라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친다. 기준이 명확하고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가성비도 절대 빠질 수 없다. 물가상승으로 판매가격 또한 오를 대로 올랐고, 이제는 단 돈 천원이라도 합당하지 않으면 지불하지 않는 세상이다.
알다시피 제트14가 들어온 전쟁터에는 혼다의 PCX와 야마하의 엔맥스125가 주름잡고 있다. 동력성능이 확연히 뛰어나다기 보다는 우수한 품질로 신뢰를 쌓고서 사람들이 반길만한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량시켜 완성형으로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BS와 같은 제동보조장치나 스마트키처럼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장치들 말이다. 즉, 값어치를 한다.
물론 이에 따라 가격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는 것은 125cc 스쿠터의 실용성에 있다. 출퇴근을 하든 상업용으로 사용하든 뭐든 간에 이처럼 활용도가 높은 이동수단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게 되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조금 더 보완하고 추가할 부분들을 적용하다 보니, 전에는 볼 수 없던 저배기량 스쿠터의 호사스러운 장비를 갖추게 됐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PCX와 엔맥스인 것이다.
제트14가 바로 이들 사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제트14가 꺼내든 카드는 이들과 다르다. 우선 가격이 매력적이다. 제트14의 판매가격은 279만원. 경쟁기종대비 백만 원이 넘게 저렴하다. 유류비와 수리비 등의 유지비용은 제쳐두더라도, 일단 시작부터 금액의 부담을 덜었다. 백만 원이면,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헬멧과 재킷 등의 라이딩기어도 꽤 괜찮게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때문에 경쟁기종을 구매선상에 올려놨다면 제트14로 훨씬 더 많은 추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연비도 48km/L(WMTC 기준)로 준수하다. 어찌됐건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디자인도 트렌드를 잘 읽었다. 제트14는 부드럽기보다는 다부진 외형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헤드라이트는 전면에 커다랗게 자리하며 LED 포지션램프로 멋스러움을 더했다. 블랙으로 코팅한 윈드쉴드도 깔끔하게 디자인했다. 차체 곳곳에는 카본무늬 패턴을 넣어 스포티함을 배가시키는 장식으로 활용했고, 측면과 하단 카울을 비롯해 리어라인과 LED테일라이트까지 날렵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잘 드러난다. 필요한 정보만 일목요연하게 담아놓은 LCD계기반도 3등분할의 형태로 멋스럽게 구현했다.
프론트에는 수납공간과 봉투를 걸 수 있는 고리를 마련해 편의성을 확보했다. 7.5L의 연료탱크는 시트 밑에 자리한다. 때문에 러기지박스는 헬멧 하나를 보관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그래도 플로어 패널의 공간을 확보해, 운행 시 발을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짐을 얹을 수 있도록 했다. 경쟁기종과는 다른 구성이기에 각각의 특장점도 다르다. 하나의 버튼으로 상향등과 시트 오픈 기능을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부분은 나름의 편의성을 더한 부분이다.
반면 핸들밸런서의 길이는 긴 편이고, 핸들그립의 길이는 조금 짧은 편이다. 스위치 뭉치와 핸들그립이 만나는 부분까지 깊게 손을 넣어 쥐면 상관이 없을지라도, 약간의 여유를 두고 그립을 쥐면 핸들그립 끝자락에 손 날이 걸린다. 게다가 겨울에는 두꺼운 글러브를 착용하기 때문에 손이 큰 라이더라면 손 날 부위가 핸들그립 바깥쪽까지 빠져 핸들 밸런서에 걸쳐질 수 있다. 원가절감의 흔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트14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해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
제트14의 124.6cc 수랭식 단기통 엔진은 11마력(8,000rpm)의 최고출력과 1.09kg*m(6,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125cc급 스쿠터에게 필요충분한 출력과 토크이며, 최고속도는 95km/h 언저리다. 부드럽게 그리고 꾸준하게 가속하지만 조금 밋밋하고 무던하다. 어느 영역에서도 시원하게 발진하는 느낌은 없다. 어지간한 교통 흐름은 따라잡을 수 있기에 답답하거나 불만은 없지만, 특색 있는 주행질감은 아니다.
그래도 스마트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장시간의 주행에도 엔진의 동력성능은 일정함을 유지한다. 계절이나 온도에 민감한 공랭식 엔진보다 당연히 유리한 부분이다. 덕분에 승용과 상용의 모든 부분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준수하다. 프론트와 리어에 각각 260/220mm의 싱글 디스크를 장착했으며, 리어 브레이크는 프론트 브레이크와 연동되는 타입이다. 리어 브레이크 레버는 묵직하지만 잡는 즉시 곧잘 제동력을 발휘하며, 초기 제동력 또한 차체 움직임에 변화가 바로 느껴질 만큼 밀림 현상이 적다. 다만 시트가 미끄러워 엉덩이가 자꾸 앞쪽으로 빠지거나 뒤로 밀리는 것은 아쉽다.
경쟁기종대비 전장은 1,990mm로 가장 길고, 무게도 135kg으로 가장 무겁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기에 큰 차이는 없다. 가감속 시 제트14의 움직임은 무난하지만, 저배기량 스쿠터 특유의 통통 튀는 감각은 상당히 억제했다. 요철에 대응하는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다. 때문에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노면에 묵직하고 진득하게 붙어서 주행하려는 특성을 보인다. 구조적인 한계는 분명히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점잖은 감각을 확보했다.
저배기량 스쿠터이기에 간편하고 부담 없는 조종성을 기반으로 기동성이 우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주행감각이 경쾌한 것은 아니다. 스포티한 외관과 달리 성격은 차분하기에,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면을 표하려는 성향이다. 적어도 주행질감 면에서는 가벼움보다는 묵직하게 차체를 부여잡아 안정감을 느끼게끔 한다.
반면 전체적으로 125cc 스쿠터의 고급화에 준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확실히 PCX나 엔맥스125와는 다른 방향성이다. 때문에 경쟁기종대비 전자장비와 편의성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를테면 스마트키, 아이들링 스톱, ABS 등이 그렇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면 분명히 편리하고 좋다. 하지만 없다고 문제가 될 부분도 아니고, 이러한 것들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는 부분도 하나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부가적인 장비들을 무기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스쿠터보다, 탄탄한 기본기에 심플한 구성으로 가격의 부담이 적은 스쿠터를 원하기도 한다. 제트14는 실용성을 위주로 꼭 필요한 것들만 담아냈고, 그렇기에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분명히 누군가의 요구를 만족할 것이고, 어느 한 두 기종으로 쏠린 편협한 시장을 균형 잡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제트14는 스쿠터 본연의 모습을 내세운 합리적이고 담백한 스쿠터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