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CBR1000RR-R, 토탈 컨트롤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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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새로운 플래그십 슈퍼스포츠 CBR1000RR-R FIREBLADE(이하 트리플R)가 국내에 상륙했다. 혼다코리아는 미디어 시승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기함의 대관식을 열었다. 혼다는 왜 기종명에 R을 하나 더 늘렸을까, 트리플R은 어떻게 트랙에 최적화됐을까, 많은 의문점을 안고 전라남도 영암으로 향했다. 

전라남도 영암 서킷에서 열린 ‘Honda Experience day CBR1000RR-R FIREBLADE’에는 국내 모터사이클 전문 매체가 참가했고 네 가지의 세션을 통해 트리플R을 다방면에서 테스트했다. 시승은 KIC 상설 코스(3.045km)에서 실시했으며, 웜 업전자 장비 테스트레코드 라인 주행자율 주행 순으로 진행했다. KIC 상설 코스는 헤어핀, 블라인드 코너, 자이언트 코너, 직선 구간 등으로 구성돼 급가속, 급감속, 선회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해 볼 수 있었다.

트랙에서 발휘되는 FIREBLADE의 진가
그동안 혼다의 슈퍼 스포츠는 토털 컨트롤(Total control)’을 지향했다. 컨트롤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추구했고 그 결과 CBR1000RR은 일반 도로에서 즐겁게 탈 수 있는 슈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혼다가 정의한 콘셉트에 잘 부합한 CBR1000RR이었지만 최고 출력(192마력)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웠다. 리터급 슈퍼 스포츠 경쟁 기종들은 모두 200마력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트리플R의 등장으로 완전히 해소된다. 트리플R의 개발 콘셉트는 ‘Born to Race’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트랙을 염두에 두었다는 말이다. 이에 걸맞은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트리플R은 모토 GP 챔피언 머신인 RC213V의 힘을 빌렸다. RC213V와 동일한 보어와 스트로크(81.0 x 48.5)를 적용했고 단조 알루미늄 피스톤과 티타늄 커넥팅 로드 등의 부품을 공유했다.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와 마스터 실린더 역시 RC213V의 것과 같다. 이로 인해 경량화와 고성능화에 성공하며 최고 출력은 216마력을 기록했다.

기종 설명, 코스 소개 등이 끝난 뒤 트리플R의 실물을 마주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일체형 윙 렛이 다소 크게 보여 뱅킹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실물로 보니 예상보다 슬림했다. 헤드라이트 사이에 위치한 램 에어 덕트는 FIREBLADE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엔진의 크기를 줄이며 프레임도 새로 설계했고 연료 탱크의 높이는 45mm만큼 낮아졌다. 레이크와 트레일은 24°/102mm(기존 23°/96mm)로 조정해 고속 안정성을 높였다.

약속의 영역, ‘7,000rpm’
웜업 세션 동안 스로틀 응답성, 선회 특성, 노면 컨디션, 라이딩 포지션 등에 익숙해 지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테스트는 오후부터였다. 트리플R의 최고 출력은 216마력, 최대 토크는 11.5kg*m, 최고 속도는 299km/h. 가장 먼저 알아보고 싶었던 부분 역시 이에 기인한 가속 성능이다. 마지막 코너를 돌고 직선 구간에 진입해 스로틀 그립을 과감하게 비틀었다. 윌리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등의 전자 장비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보다 자신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중저속 영역에서도 출력의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지만 6,000.rpm을 넘어서면 가변 밸브가 작동하며 한 층 날카로운 배기음이 뿜어져 나온다. 14,000rpm에 도달할 때까지 출력 곡선은 떨어지지 않는다. 1단에서도 130km/h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한다. 이후 기어 인디케이터가 점등하며 변속 시점을 알린다. 퀵 시프트로 딜레이 없이 변속하고 3단에서 230km/h까지 단숨에 가속한다. 낮아진 연료 탱크 덕에 상체를 차체에 보다 밀착시키니 주행풍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윙 렛 덕분인지 고속에서도 묵직하며 차체에 불안함이 없다. 프로 링크 방식의 올린즈 모노쇽업소버는 200mm의 리어 타이어를 지면에 꽉꽉 눌러주는 느낌이다. 날카로운 배기음, 부드럽지만 맹렬한 가속,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브레이크도 서스펜션도 ‘Born to Race’
폭발적인 출력을 제어하려면 제동 성능이 뒷받침 돼야 한다. 트리플R은 레이스 머신인 RC213V와 동일한 브렘보 캘리퍼와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를 장착했다. 직선 구간이 끝난 뒤 마주하는 1번 코너는 극한의 브레이크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곳이다. 브레이크 레버와 페달을 지긋이 잡는 정도로도 트리플R은 충분한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
 
200km/h가 넘는 속도에서 70km/h 언저리까지 순식간에 감속했지만 서스펜션과 다이아몬드 프레임은 안정적으로 감속G를 받아낸다. 불안정한 차체 거동도 없다. ABS 모드는 스포츠와 트랙 모드 중 선택할 수 있고 ABS 개입 정도를 조절해 트랙에 최적화된 제동이 가능하다. 6 IMU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한 차체 정보는 코너링 중에도 안정적으로 ABS를 작동시킨다. 믿음직한 제동 성능 덕분에 과감하게 스로틀 워크를 가져갈 수 있었고 제동 시점도 늦출 수 있었다.

시승한 모델은 CBR1000RR-R SP이며, 이 트림에는 2세대 올린즈 스마트 EC 시스템과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결합돼 있다. 서스펜션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43mm 올린즈 NPX 프런트 포크는 급제동이나 급가속 시에 허둥거림 없이 차체를 잘 지지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색으로 도장된 두 가닥의 포크가 마치 든든한 기둥처럼 느껴진다. OBTi(Öhlins Objective Based Tuning Interface)를 통해 전자 제어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주행 중에도 버튼을 통해 소프트/미디엄/하드로 즉시 세팅을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코너나 직선 코스에 따른 즉각적인 대처도 가능하다. 

전자 장비로 완성된 RR-R
이후에는 전자 장비 세팅을 달리해 라이딩에 나섰다. 우선 파워 컨트롤과 엔진 브레이크 단계를 바꿔봤다. 파워 컨트롤은 단계 마다 확연한 출력 증가를 보여줬고 엔진 브레이크 역시 단계를 높이면 강력한 개입으로 제동이 편해졌다. 엔진 브레이크의 경우 상황과 라이더에 따라 원하는 강도에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이를 손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라면 3단계로 설정하는 것이 좋고 엔진 브레이크 보다는 브레이크 레버를 자주 사용한다면 개입 단계를 낮춰 변속 충격을 줄일 수도 있다. 트리플R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런치 컨트롤을 테스트했다. 런치 컨트롤은 레이스에서 빠른 출발을 위한 스타트 보조 시스템이다. rpm(6,000~12,000)을 설정한 후 스로틀 그립을 감은 뒤 클러치 레버를 놓으면 윌리를 방지하고 최적의 구동력을 전달해 빠른 스타트가 가능하다. 일반 도로에서의 활용은 적을지 몰라도 트랙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자 장비다.

모든 전자 장비 세팅을 내가 원하는 조절 값으로 변경했다. 영점사격을 맞췄으니 기록사격을 할 차례다. 이번에는 3km의 트랙을 최단 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레코드 라인 주행에 나섰다. 엔진 브레이크의 개입과 파워 컨트롤은 중간 정도로 설정했고 윌리 컨트롤과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은 높였다. 기대한 만큼의 출력과 전자 장비 개입이 세팅되니 점점 트랙 주행에 재미가 붙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스로틀 그립을 움켜쥐며 라인을 머리 속에 그렸다. 트리플R은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원하는 정도로 멈춰주고 돌아나가며 가속한다.

Total control for Everyone
전자 장비의 총망라는 입문자부터 숙련자까지 트리플R을 재밌게 탈 수 있게 돕는다. HSTC(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는 총 9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파워 컨트롤 5단계, 엔진 브레이크 3단계, 윌리 컨트롤 3단계 등을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입문자는 보다 강력한 전자 장비의 개입 하에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고, 숙련자는 개입 단계를 낮춰 자신의 라이딩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라이더의 실력이 향상될수록 그에 맞는 세팅을 취할 수도 있다.

혼다는 많은 이가 만족할 수 있는 슈퍼스포츠를 만들었다. 이전 CBR1000RR이 트랙 주행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 부분을 충족시키며 R을 하나 더 붙였다. 정리해보면 트리플R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트랙 경험이 없어도, 리터급 슈퍼 스포츠가 처음이라도, 그리고 유경험자에게도 트리플R은 그에 맞는 성능과 재미를 선사한다.

어렴풋했던 토탈 컨트롤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혼다가 설정한 트리플R의 슬로건은 ‘Total control for the Track’이다. 트랙 주행을 개발 단계부터 염두에 두었고 이에 맞게 성능과 전자 장비를 갖췄다. 강력한 성능은 역설적으로 모든 이를 위한 ‘Total control’로 승화했다. 트랙에서 경험한 트리플R은 강력함, 날렵함, 스마트함은 물론 모두를 끌어안을 포용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트리플R은 누군가는 R처럼, 누군가는 RR처럼, 또 다른 이는 RR-R처럼 탈 수 있는 수용적인 슈퍼 스포츠다.
 



김남구 기자 southjade@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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