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스위시 125, 다시 한번 스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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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그리웠던 감각인가? 콤팩트한 차체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마치 장난감을 타고 노는 듯한 유쾌한 감각 말이다. 누군가는 ‘스프린트 스쿠터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그널 레이스의 영원한 아이콘인 스프린터 스쿠터의 시대는 스즈키의 스위시로 계승되고 있다.

스즈키는 오랜 기간 스프린트 스쿠터를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기종으로는 2000년대 중반 도심을 주름잡았던 어드레스와 GSR125 등이 있었고, 2009년 출시한 GSR125 NEX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위 기종들이 성공 가도를 달리자 스프린트 스쿠터 시장에는 SYM Z 시리즈, 킴코의 GP125, 야마하의 시그너스 등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스즈키 스프린트 스쿠터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스프린트 스쿠터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스위시 125(이하 스위시) 2018년 등장하며 그 명성을 계승하고 있다.


날렵하고 가벼운 스포츠 스쿠터
첫인상은 단단함과 날렵함을 갖춘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021년식부터 새롭게 추가한 GP 블루 컬러는 스즈키 엑스타 레이싱팀 데칼과 어우러져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스즈키의 슈퍼스포츠인 GSX-R1000R과 동일한 컬러 조합을 적용해 누린 효과다. 스위시는 골드, 옐로 등의 포인트 색상과 카본 패턴의 파츠 등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다이내믹한 특성을 표현했다.

스위시는 GSX-R 시리즈의 프론트 디자인과 비슷한 형태의 LED 헤드라이트를 탑재했고 주간주행등과 테일 램프에도 LED를 적용했다. 또한 에어 덕트 모양의 디자인과 직선 기반의 프론트 페어링에서도 슈퍼스포츠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밖에도 독립형 팬더, 디지털 계기반, 오픈형 주유구 등은 기존보다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했다.

시트고는 760mm로 허벅지와 맞닿는 부분을 오목하게 설계해 발착지성이 우수하다. 차체를 좌우로 움직여보면 가벼운 무게(공차중량 114kg)를 실감할 수 있다.

시트는 편의성과 안정성을 겸비했다. 쿠션감이 있는 완충 소재를 사용했으며 표면은 미끄럼 방지 처리해 엉덩이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넉넉한 크기를 갖춰 각 라이더의 신체에 맞는 포지션을 취할 수 있고 하중 전달이 용이하며 성인 남성 두 명이 타도 쾌적하다. 플로어 패널은 큼지막해 발을 편하게 내려둘 수 있고 다리를 앞으로 뻗을 수 있게끔 추가적인 패널도 마련했다. 이는 적당한 높이의 핸들바와 함께 편안한 포지션을 완성하는 요소다.


기민한 움직임과 경쾌한 주행 성능
시동을 걸면 진동과 소음이 잘 억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로틀 그립을 천천히 움켜쥐면 3,000rpm부터 차체가 반응하다가 3,500rpm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구동력이 전달된다. 출발과 동시에 스로틀을 최대로 전개하면 3,500rpm부터 6,000~7,00rpm까지 회전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80km/h까지 금세 도달한다.

‘SEP(스즈키 에코 퍼포먼스)’라는 명칭의 124cc 공랭식 SOHC 단기통 엔진은 최고 출력 9.4마력(@7,000rpm)과 최대 토크 1.0kg*m(6,000rpm)를 발휘한다. 이와 같은 출력은 114kg의 가벼운 차체와 맞물려 주행 시 경쾌함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50.1km/L(WMTC 실용연비모드 측정 기준)에 달하는 연비를 갖춰 연료 탱크(5.5리터)를 가득 채우면 최대 275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스위시의 진가는 경쾌한 가속 성능에서 드러난다. 가벼운 차체는 스로틀 그립 조작과 동시에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굼뜬 느낌 없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교통 흐름이 복잡한 도심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또한 경사진 오르막길 주행에서도 우수한 등판 성능을 보였다.

도심에 최적화된 주행 특성은 가속 성능뿐만이 아니다. /후륜에 10인치 휠을 장착하고 휠베이스를 1,250mm로 설정해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전폭 690mm의 콤팩트한 차체로 인해 좁은 틈 사이도 여유 있게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경량의 차체 덕분에 핸들링이 가벼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부분도 도심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오랜 기간 연마한 칼날
스즈키가 스프린트 스쿠터를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는 스위시에서도 빛을 발한다. 기존에 출시됐던 NEX와 비교해보면 서스펜션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크다. 차체를 단단하게 지탱하도록 세팅한 점은 동일하지만 요철을 통과할 때 느껴지는 충격을 처리하는 감각이 한 층 고급스러워졌다. 주행 도중 만나는 다양한 충격에서도 큰 반발력 없이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고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단단하게 세팅된 섀시로 인해 코너링 시 차체를 기울이고 돌아나가는 과정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듀얼 리어 쇽업소버는 프리로드 조절 기능도 지원한다.
 
제동 성능은 모자람도 과함도 없다. 프론트는 싱글 디스크에 유압식 2피스톤 캘리퍼를 탑재했고 리어는 드럼 방식을 채용했다. 제동 과정에서의 응답력이나 차체 밸런스도 훌륭하다. 다만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ABS를 추가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쿠터답게 다양한 편의 사양도 갖췄다. 평평한 플로어 패널을 갖춰 화물 적재 등 다방면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풀페이스 헬멧을 수납할 수 있는 시트 아래 트렁크 공간과 전면 글로브 박스 등을 마련했고 가방 등의 소지품을 걸 수 있는 걸이형 홀더, 헬멧 홀더, 전면 오픈형 주유구, 도난 방지용 키 셔터 등을 채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풀 디지털 계기반은 주황색 백라이트를 적용해 야간에도 우수한 시인성을 보인다. 속도, 회전수, 연료량, 시간, 적산 거리, 트립 미터는 물론 오일 교체 시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표시한다. 또한 비상등을 기본으로 탑재했고 키 셔터 우측에는 USB 충전 단자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동승자용 탠덤 스텝은 자석을 부착해 접고 펴는 동작이 매끄럽다.


최근 국내 소형 스쿠터 시장에서 스프린트 스쿠터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성능과 편의성을 겸비한 혼다 PCX나 야마하 엔맥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몇몇 스쿠터 기종도 아직 판매되고 있지만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시 125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스프린트 스쿠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라이더의 선택지가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