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크 시장에서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파워풀한 퍼포먼스, 차별화된 기술력 등으로 명성이 자자한 캔암 스파이더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스파이더가 탄생하기 까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눈밭에서 태어난 봄바디어 컴퍼니
1942년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조세프 아르망 봄바르디에(Joseph Armand Bombardier 이하, J.A.봄바르디에)는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퀘벡에 르 오토 네쥬 봄바르디에 리미티(l’Auto-Negie Bombardier Limitee 이하, 봄바디어 컴퍼니)를 설립했다. 스노모빌 제조사로 출발한 봄바디어 컴퍼니는 눈으로 뒤덮인 퀘벡에서 출퇴근은 물론 화물 운송 등 생활 목적을 돕기 위해 스노모빌을 제작했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레크리에이션 목적이 아닌 이동수단 중 하나로 사용했기에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달릴 수 있는 커다란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스노모빌은 당시의 대중교통과 같은 역할을 했기에 판매가 많을 수 밖에 없었고, 봄바디어 컴퍼니는 설립 5년 만에 공장의 규모를 늘려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이 닥치면서 봄바디어 컴퍼니는 성장이 잠시 주춤했고, 1948년 퀘벡 정부가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와 지방의 도로에 눈을 제설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다시 한번 판매량이 하락했다. 하지만 봄바디어 컴퍼니는 광업과 임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작업차량들을 제작하면서 사업 영역을 다변화시키며 위기를 모면했다.
점차 커져가는 사업만큼 재정구조가 원활해지면서 J.A. 봄바르디에는 자신이 어렸을 적 좋아하던 스노모빌을 제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1959년 스키두(Ski-Doo)라는 스노모빌을 출시했다. 스키두는 기존에 여럿이 타던 이동수단으로써의 스노모빌이 아닌 1인승 혹은 2인승으로 눈 밭에서 즐겁게 탈 수 있는 ‘스포츠’ 스노모빌이었고, 첫 출시 후 4년간 약 8,200대가 넘는 성공적인 판매를 이뤘다.
이후, J.A. 봄바르디에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집안이 가업을 물려받아 사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또한 기업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해 각 부서의 팀을 개편하고, 최신 기술력으로 더욱 무장하고, 유통망을 개선하는 등 젊은 감각의 인재들로 적극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렇게 성장을 거듭해 1968년 현재의 제트스키와 같은 시두(Sea-Doo) 런칭, 1971년 스키두 라인업 확장 등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었다.
기술로 성장한 BRP
봄바디어 컴퍼니는 스노모빌로 시작한 기업이지만, 다양한 유틸리티 차량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이것들을 기반으로 보다 넓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봄바디어 컴퍼니의 레크리에이션 부문인 BRP(Bombardier Recreational Products) 사업부가 조금씩 활성화 됐다.
1972년 BRP는 캔암(can-am) 모터사이클 라인업을 런칭했다. 캔암 모터사이클은 로택스(Rotax)의 엔진을 장착한 오프로드 모터사이클로, 식스 데이 트라이얼(Six Days Trial), 모토크로스 챔피언쉽 등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성을 알렸고, 로터리 엔진을 장착해 당시 경쟁 기종보다도 더 높은 출력을 발휘했다.
이후로도 봄바디어 컴퍼니는 스키두와 시두 역시 끊임 없이 개량하고 세대교체를 진행했으며, 1984년에는 사라예보 올림픽을 후원하고, 1986년에는 캐나다 정부의 항공사인 캐나드에어(Canadair)를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항공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이 밖에도 철도와 금융, 대중교통 등 다방면으로 기업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1996년에는 D.E.S.S.(Digital Encoded Security System)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보안 키 기술을 시두 등과 같은 워터크래프트 모델에 도입했고, 1998년에는 ATV(All-Terrain Vehicle) 모델을 선보이며 ATV 시장으로도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또한 IDSA(Industrial Designers Society of America)에서 수상을 하는 등 제품의 디자인에서도 우수함을 입증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제품 개발과 혁신에 꾸준한 노력을 보이며 NMMA(National Marine Manufacturers Association)에서 시두 모델의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3년, BRP를 공식적으로 런칭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캔암의 떠오르는 주역 스파이더
BRP는 보다 확실한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과거의 캔암을 2006년에 새롭게 부활시켰다. 취미와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ATV와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by-Side)를 캔암의 라인업에 배치해 새롭게 단장했고, 눈길과 물 위 등 ‘오프로드’에서 갈고 닦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로드’ 모델인 스파이더 로드스터(이하, 스파이더)를 2007년 출시하게 된다. BRP는 캔암이라는 서브 브랜드로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모두 점령하게 된 셈이다.
캔암 ATV는 2005년 다카르 랠리를 완주했고, 시두는 해양 경비대와 NMMA 등 각종 해양 관련 협회 등으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스키두 또한 1959년 처음 출시 후 2013년에 3백만 대 생산을 달성하는 등 각 제품마다 뛰어난 인정을 받고 있다.
스파이더는 이런 BRP의 기술력과 경험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2009년 투어링에 최적화된 RT를 런칭하고 2014년에는 스포츠성을 높인 F3를 발표했다. 이렇듯 온로드 영역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스파이더 시리즈도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또한 스파이더는 트라이크이면서 기존의 트라이크와는 판이하게 다른 외형과 형태를 갖추고 있어, 트라이크의 한 종류로 보기 보다는 스파이더라는 고유 명사로 인식하게 한다.
공통적인 ‘Y’형태의 프레임에 로택스 엔진을 얹고 ABS, TCS(Traction Control System), SCS(Stability Control System), 크루즈 컨트롤, DPS(Dynamic Power Steering), D.E.S.S. 등의 첨단 장비를 대거 투입해 타사의 트라이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의 고급화를 실현했다.
BRP는 북미와 남미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걸쳐 80여 곳이 넘는 곳에 지점을 설립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레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됐으며, 제품 또한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창성과 첨단 기술, 고급화를 추구하며 각 제품의 카테고리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BRP의 명성은 캔암의 독창적인 제품들이 탄탄히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캔암의 후발주자로 나선 스파이더 또한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장점만을 기술력으로 고급스럽게 탄생시켜 2016년 현재 캔암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