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헬멧 전문 제조사인 수오미(suomy)는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했다. 우수한 성능과 화려하게 수 놓은 데칼로 많은 라이더들을 매혹시켜온 수오미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세계 각국의 헬멧 제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혹독한 레이스에서 얻은 성과 또한 걸출하다. 수오미가 걸어온 20년 역사는 누구보다 강렬했다.
열정으로 비롯된 시작
수오미의 창업자인 움베르토 몬티는 야마하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헬멧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았고, 야마하를 떠난 뒤 유럽의 벨 헬멧 공식 수입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전한 이탈리아 브랜드의 헬멧을 원했던 그는 결국 1997년에 수오미를 설립했다. 움베르토 몬티가 수오미를 설립할 당시에 도움을 줬던 사람은 모토크로스 선수인 발터(valter)와 원자력 기술자인 마우리치오(Maurizio)였다.
늘 그렇듯,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은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헬멧의 전장은 역시나 레이스. 수오미 역시 설립 초기부터 레이스를 염두에 뒀으며, 이를 통해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고자 했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에 트로이 코서(troy corser)와 함께 3위에 올랐고, 그 다음해에는 자국의 모토크로스 선수인 안드레아 바르토리니(andrea bartolini)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불과 창립 2년 만에 얻은 성과다.
수오미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대외적으로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두카티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홍보와 마케팅은 물론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아론 슬라이트(Aron Slight), 트로이 베이리스(Troy Bayliss), 벤 보스트롬(Ben Bostrom), 앤드류 피트(Andrew Pitt) 등 두카티는 물론 유명 선수들과 레이스에서 함께했고, 2001년에는 WGP 500클래스에서 맥스 비아지(Max Biaggi)가 수오미의 헬멧을 착용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수오미는 브랜드의 가능성과 역량을 모터사이클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2000년에는 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펜싱에서 이탈리아 선수인 알프레도 로타(Alfredo Rota)가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당시 로타가 썼던 헬멧 역시 수오미였다. 또한 워터크래프트 선수였던 엘리사 사바티노(elisa sabatino)도 수오미의 헬멧을 착용했다.
글로벌 브랜드로의 발돋움
수오미는 지속적으로 기술력 향상과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레이서를 통해 얻은 정보와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제품에 녹여냈고, 이는 다시 레이서들과 라이더들에게 향상된 품질의 헬멧으로 화답했다. 연구개발부서에서는 충격, 충격흡수, 관통 등의 강도 높은 실험을 모두 거쳐 ISO규격에 준하는 상품성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헬멧을 찾는 라이더에게 최적의 헬멧을 제공했다.
2003년에는 닐 호지슨(Neil Hodgson)이 SBK에서 우승을, 마누엘 포지알리(Manuel Poggiali)가 250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에 수오미는 수트와 가죽 재킷 등의 라이딩기어도 제작하는등 본격적인 라이딩기어 브랜드로 위상을 높여갔다. 반면 대중들에게는 레이스와 관련된 캐쥬얼 상품도 선보이며 보다 접근하기 쉬운 레저를 위한 브랜드로 다가갔다. 2005년에는 피티 우오모(Pitti Uomo) 패션쇼에도 참가하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자부심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넘어서는 글로벌 브랜드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인 세아트와 함께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수오미는 이 와중에도 꾸준히 현역 레이서들과 서킷을 누볐다. 두카티와의 돈독한 관계 역시 유지했고, 스티브 마틴, 제임스 토즈랜드, 루벤 자우스 등 저명한 선수들과 수 차례의 포디움과 1위의 영광을 누렸다. 트로이 베이리스는 두카티와 수오미와 함께 우승을, 맥스 비아지 또한 수오미의 역사에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메이드 인 이태리의 자존심
2000년대 후반에는 수오미를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2008년에는 수오미의 모든 제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단일 브랜드 샵을 선보였고, 2009년에는 아르헨티나와의 협업으로 자매회사를 설립해 남아메리카 지역을 공략하기에 나섰다. 수오미는 창립 후 10년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 동안, 레이스에서 20회 이상의 우승을 기록하며 누구보다도 발 빠른 성장단계를 거쳐왔다.
그리고 2010년에는 오프로드 헬멧인 MR점프(MR JUMP)를 선보였다. 높은 강성을 갖췄음에도 900g 남짓한 가벼운 무게를 자랑해 모토크로스 및 엔듀로 선수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벤 타운리, 맥스 안스티, 토미 설 등 가와사키 팀 선수들과 허스크바나/리치 팀 등과 함께 오프로드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3년 뒤인 2013년에는 레이스에 최적화된 풀페이스 헬멧인 SR스포츠(SR SPORT)를 비롯해 멀티퍼퍼스 헬멧인 MX투어러(MX TOURER), 도심형 헬멧인 시티투어(CITY TOUR) 및 3로지(3 LOGY) 등을 공개했다. SR스포츠의 쉘은 케블라, 카본, 파이버글라스, 아라미딕의 소재를 합성한 트라이카보코(TRICABOCO)로 제작해 강성과 내열성이 우수하면서도 경량화를 실현했다. 이와 함께 두카티의 모토GP 선수인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와 모토2 선수인 알렉스 린스와 인연을 이어오며 헬멧의 성능을 꾸준히 입증하고 있다.
2014년, 수오미는 인도네시아의 KYT헬멧과 협업을 맺으며 서로의 생산력과 기술력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 맞이하는 수오미는, 여타 유명한 헬멧 브랜드에 비해 짧다면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이들의 행보는 그 어떤 헬멧 제조사보다도 힘차게 성장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전장을 누비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수오미는 올해 역시 새로운 헬멧을 선보이며 역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이 20년 동안 쌓아온 업적은, 그들의 디자인만큼 화려하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