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라이딩기어에 깃든 백여 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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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은 아이콘이다. 해당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해당 브랜드의 라이딩기어와 기타 액세서리를 함께 사용하는 라이더는 아마 전세계 모터사이클 라이더 중 할리데이비슨 오너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는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브랜드 하나로 라이더의 모든 부분을 만족시켜준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 중에서 할리데이비슨만큼 상징성과 색깔이 뚜렷한 브랜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딩기어는 안전이 주 목적이기에 섣불리 판단하고 구매할 수 없다. 반면 할리데이비슨의 라이딩기어 및 의류 등을 애용하는 라이더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선택한 브랜드에 대한 믿음은 품질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와 개량으로 라이딩기어 분야를 발전시켜왔다.


라이더와 브랜드의 상생

1903년에 설립된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모터사이클 브랜드이면서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할리데이비슨의 어패럴 역사는 자사의 상징과도 같은 V트윈 엔진의 역사보다 일찍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모터사이클이 태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1900년대 초에는 지금과 같은 라이딩기어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던 시절이라, 일반적인 의류에 자사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로고나 글자 등을 새기는 정도였다.

할리데이비슨 역시 셔츠나 스웨터 등에 자사의 브랜드를 새긴 어패럴을 선보이곤 했다. 당시에는 어패럴로 큰 이득을 취할 생각이 없었다. 가격 또한 의류에 투영된 제작기술과 소재를 위한 값이 전부였다. 반면, 할리데이비슨이 아니면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제품이기에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들은 할리데이비슨의 저지를 입는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이는 곧 할리데이비슨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광고수단이 됐다.

1912, 할리데이비슨은 처음으로 어패럴을 소개하는 액세서리 카탈로그를 제작했고, 이때부터 파츠와 액세서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가 자리잡게 됐다. 이 역시 꽤나 인기를 끌었다. 당시 카탈로그에 소개됐던 제품 중 하나는 가죽 코트로, 뒤집어서 입을 수 있었다. 한쪽 면은 가죽으로 부드러우면서 어느 정도의 마모성을 견뎌냈고, 반대쪽 면은 개버딘 원단을 사용했다. 라이딩 시에는 물론 일상용으로도 손색이 없었으며 여름을 제외한 3계절에 대응할 수 있었다.

1914년에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에 유용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선보였다. 스웨터, 저지, 레깅스, 글러브 등 보다 다양한 종류이면서 라이더에게 적합한 아이템들로 구성했다. 당시의 레더 스포츠 재킷은 겉감은 말 가죽을 사용하고 칼라와 소매 등은 니트로 마감했다. 안감은 몰스킨 직물로 처리했다. 또한 우천시와 추위 등의 날씨에 대응할 수 있어 거의 모든 계절에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액세서리 및 어패럴 라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꾸렸다. 대표적인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가죽 재킷이었으며, 고글, 방수코트 등은 물론 쥬얼리 등과 같은 장식용품도 제작했다.


온몸으로 할리데이비슨을 알리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30~1940년대에는 캡틴 스타일의 라이딩 캡을 선보여 라이딩 캡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대변하곤 했다. 1947년에는 클래식 스타일의 가죽 재킷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바이커패션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195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모터사이클 문화가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고, 1958년에는 지금의 반모 헬멧의 형태와 비슷한 헬멧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상품의 다변화를 통해 제품을 보다 다양화했다. 할리데이비슨은 1989년에 접어들면서 모터클로즈(MotorClothes™)로 자사의 제품을 확립했으며, 남성용과 여성용 라인을 나눠 각각의 상품성을 높였다. 또한 어린이용도 별도의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할리데이비슨은 가죽재킷과 각종 가죽용 액세서리, 캐쥬얼 스포츠웨어 등 라이딩기어와 패션 어패럴의 요소를 강화했다.

그리고 1991, 할리데이비슨의 모터클로즈상품은 3백만 개 이상이 팔려나가는 성과를 얻었다. 이는 1983년에 창단한 호그의 역할도 한 몫 했다. 호그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스스로 모여서 탄생한 집단으로, 그간의 아픔과 기쁨의 역사를 함께한 할리데이비슨의 성장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데 누구보다 큰 기여를 했다. 때문에 이들이 할리데이비슨의 재킷과 부츠, 글러브, 액세서리 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단순한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아닌, 우여곡절을 함께한 전우애가 담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또한 1994년에는 바이커 블루스(Biker Blues)라는 데님을 선보였고, 전년대비 33퍼센트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한 동시에 7백만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음 해에는 자국 내 600곳 이상의 딜러에서 모터클로즈 라인업을 판매했다. 1998년에는 FXRG 재킷을 런칭했고, 이듬 해에는 열선 재킷을 비롯한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전세계 ‘할리스타’를 하나로

그리고 2000, 할리데이비슨은 자사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의류 및 액세서리 판매를 시작했다. 2001년에는 프랑스 샹젤리제에서 할리데이비슨 모터클로즈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할리데이비슨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00년대 초와 당시의 트렌드를 절묘하게 반영한 스타일로 100주년 라인업을 선보였다. 전 세계 1,400개가 넘는 할리데이비슨 딜러에 모터클로즈 제품을 갖춘 시기가 2003, 현재 그 수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

현재 할리데이비슨은 라이딩 재킷과 팬츠, 헬멧, 라이딩 부츠 및 글러브, 열선 아이템, 레인웨어, 등의 제품은 물론 캐쥬얼 재킷, 선글라스, 티셔츠, 스웨터, 각종 액세서리 등 그 수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라이딩 재킷은 가죽과 메시 등의 소재로 각 계절에 맞게 활용할 수 있으며, 보호대는 모두 CE인증을 통과했다. 이 밖에도 장식용부터 간단한 생활용품까지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로 만날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할리데이비슨 라이딩기어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깔 맞춤으로 일단락 하기에는 할리데이비슨 브랜드와 라이딩기어의 드라마가 방대하다. 탄탄대로의 성장곡선을 걷다가 쓴 맛을 보기도 하고 다시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활력을 되찾았다. 그것도 라이더들과 함께 말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전쟁터에서 함께 싸운 전우였고, 시련을 함께했던 동료였기에 라이더에게 추억과 상흔이 공존한다. 그들에게 할리데이비슨의 로고는 훈장이자 애정의 증표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