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슬 크루저, 기 센 녀석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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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모터사이클의 크루저 장르는 타 장르에 비해 복잡하다. 낮고 긴 차체를 갖는 것은 비슷하나, 어떠한 잣대를 들이밀어도 쉽사리 정의하기 힘든 감성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초를 앞다툴 만큼 빠름을 추구하지도 않고, 투어러만큼 안락하지도 않다. 또한 효율성과도 거리가 멀며, 오히려 불편한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탄다. 누군가는 1퍼센트의 체지방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체중감량을 할 때 반대로 덩치를 뽐내고, 누군가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엔진 회전수를 올릴 때 반대로 나만의 속도에 심취하는 것이 바로 크루저 장르다. 어쩌면 바로 이런 건조하지 않은 라이딩 감성이 크루저 장르만의 매력일 것이다.

또한 미국에 특화됐다. 때문에 미국 제조사들이 크루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크루저의 감성 포인트도 가장 잘 집어낸다. 같은 V트윈 엔진이라도 미제를 고집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향이 십여 년 전을 기점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감성에 심취하던 시기는 흘러가고 있으며, 감성은 물론 멋스러운 외관과 가공할만한 성능으로 무장한 크루저들이 시장의 틈을 파고 들어왔다. 이제 감성에 더한 퍼포먼스로 호소한다. 이른바 머슬 크루저의 반격이다.


혼다, F6C

V트윈만이 크루저의 심장이라는 것도 옛말이다. 혼다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으로 머슬 크루저를 완성했다. 자사의 플래그십 투어러인 골드윙의 리어 라인을 단출하게 걷어내고, 프론트도 카울과 윈드쉴드를 떼어내 다부진 골격을 드러냈다. 22리터 용량의 연료탱크 좌우에는 라디에이터 슈라우드가, 그 밑으로는 수평대향 엔진이 자리하며 우람한 풍채를 자랑한다. 골드윙으로 숙성된 1,832cc 6기통 엔진은 5,500rpm에서 115마력의 최고출력과 4,000rpm에서 17.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V트윈이 전하는 고동이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내뿜는다. 헤드라이트를 비롯한 모든 전구류에 LED를 적용했으며, LCD 계기반, 2채널 ABS 등 시대에 부응하는 구성요소도 충분히 갖췄다.


두카티, X디아벨S

두카티는 지난 2011년에 디아벨을 공개했다. 육중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에 우수한 주행성능으로 이탈리안 크루저 등의 별명을 얻으며 크루저 시장의 틈을 공략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X디아벨(S)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크루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일반적인 크루저 모터사이클이 갖는 클래식한 이미지와 달리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했으며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엔진은 1,262cc L트윈으로 156마력(9,500rpm)의 최고출력과 13.1kg*m(5,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라이딩모드, 두카티 세이프티 팩(코너링ABS DTC), DPL(Ducati Power Launch),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장비도 기본이다. 전구류 역시 모두 LED를 적용했다. S버전의 경우 프론트 포크에 DLC코팅을 입히고, 디자인 및 옵션에 차이를 둬 한 층 더 고급스러운 설정이다.


할리데이비슨, CVO 프로 스트리트 브레이크아웃

크루저의 대명사인 할리데이비슨도 퍼포먼스를 강조한 크루저를 보유하고 있다. 여타 제조사가 수랭식 엔진으로 승부수를 보는 반면, 할리데이비슨은 공랭식 엔진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고수하며 최대한의 성능을 끌어낸 설정이다. 이를테면 CVO 프로 스트리트 브레이크아웃이 그렇다. 자사의 최고급 라인인 CVO답게 외관을 더욱 고급스럽게 다듬었으며, 기본형 브레이크아웃과 다른 휠 디자인 및 로켓카울 등을 적용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엔진은 1,800cc 스크리밍 이글 트윈캠110B, 15.4kg*m(3,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프론트 서스펜션도 도립식으로 교체했으며, 브레이크도 더블 디스크를 채용했다. 이 밖에도 크루즈컨트롤 등의 기능으로 편의성도 확보했다.


스즈키, 인트루더 M1800R

스즈키의 인트루더 역시 존재감이 뚜렷하다. 인트루더는 낮고 긴 차체에 프론트부터 리어까지 유려한 라인을 갖췄지만, 240mm의 리어 타이어와 거대한 수랭식 V트윈 엔진이 범상치 않은 크루저임을 드러낸다. 계기반은 연료탱크 위쪽과 핸들바 앞쪽 두 곳에 각각 장착했고, 모두 LCD타입으로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1,783cc 수랭식 V트윈 엔진은 123마력(6,200rpm)의 최고출력과 16.3kg*m(3,2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종 구동방식은 샤프트 드라이브이며, 전륜에 도립식 포크를 채용했다.


빅토리, 옥테인

빅토리의 옥테인은 PPIHC(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에 출전했던 프로젝트156 머신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수랭식 V트윈 엔진으로 뛰어난 가속력과 민첩한 움직임 등으로 기존의 빅토리 기종들과는 차별화된 설정이다. 또한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 및 차체구성을 추구하며, 32도의 뱅각을 확보해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 1,179cc 수랭식 V트윈 엔진은 104마력(8,000rpm)의 최고출력과 10.5kg*m(6,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4초 만에 주파한다.


BMW, K1600B

BMW도 자사의 기함인 K1600시리즈에 배거 타입의 크루저를 추가했다. 기존의 K1600시리즈였던 GT GTL(exclusive)은 최상급 투어러를 담당하며, K1600B는 투어러의 안락한 요소만 남겨둔 배거로 변모했다. 윈드쉴드는 짧게 잘랐고, 사이드케이스와 리어라인도 크루저다운 라인으로 다듬었다. 1,649cc 직렬 6기통 엔진은 160마력(7,750rpm)의 최고출력과 17.8kg*m(5,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세 가지의 주행모드를 비롯해 ABS, DTC(Dynamic Traction Control), 다이내믹ESA 등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