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간만에 등장한 혼다의 엔트리급 네이키드다. 그러나 498만원이라는 가격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혼다의 CB125R은 가격 때문에 외면 받아야 할 기종일까. 아니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기종일까. 혼다는 저배기량 모터사이클의 장점인 콤팩트함과 경쾌한 주행성능을 넘어, 고급스러운 사양으로 그 이상을 추구했다고 했다.
네오 스포츠 카페로 명명한 CB125R의 스타일과 콘셉트는 형제 기종인 CB300R 및 CB1000R과 동일하다. 콤팩트함을 해하지 않을 최소한의 디자인 요소를 갖춰 특징을 살렸으며, 고급스러운 섀시로 스포츠를 지향했다. 때문에 단출하지만 응집된 구성이 돋보인다.
816mm 높이의 시트에 앉아 라이딩 포지션을 취하면 125kg의 가벼운 중량이 그대로 전해온다. 경량급 네이키드에서 느낄 수 있는 가뿐함이다. 적당히 숙는 상체와 자연스러운 차체 홀딩을 돕는 연료탱크 형상 및 스텝의 위치가 스포티한 성격을 말해준다. 몸에 딱 맞듯 감쌀 수 있는 자그마한 크기야말로 경량급 모터사이클의 장점 중 하나다.
엔진은 조용하다. 진동이 거의 없는 잔잔한 고동은 스로틀 그립을 감음과 동시에 하단으로 낮게 깔린 머플러에서 담백한 박동으로 귀를 간질인다. CB125R은 125cc 수랭식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10,000rpm에서 13마력의 최고출력과 8,000rpm에서 1.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매끄러운 회전감각과 고른 출력 특성을 보인다. 저배기량 단기통 엔진이기에 극적인 변화나 뚜렷한 엔진 특성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가벼운 차체를 내몰기에 부족함은 없다.
고회전형 엔진임을 감안하고 회전수를 한계까지 끌어올려본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잘 유지하며 변속 타이밍을 맞춰 쭉쭉 뽑아내는 것이 나름대로 스로틀 그립을 감는 맛이 있다. 그러나 기어 단수가 올라갈수록 배기량의 한계는 도드라진다. 물론 도심주행에서는 필요충분한 성능이기에 불만은 없으나, 배기량의 한계로 인해 갈증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반면,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야무지게 어루만진 섀시 덕분이다. 견고하고 가벼운 튜블라 스틸 프레임과 좌우 비대칭 형태의 스윙암, 동급대비 고급사양의 전/후 서스펜션 및 브레이크 등 콤팩트한 차체에 조합할 수 있는 구성품을 꽉꽉 채워 스포츠 주행에 요하는 수준을 만족했다.
우수한 섀시 구성이 가속, 감속, 선회의 모든 상황을 가뿐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41mm 직경의 도립식 포크와 5단계로 프리로드 조정이 가능한 리어 모노 쇽업소버는 가벼운 핸들링과 더불어 안정적인 자세제어를 완성했다. 요철의 충격은 충분히 흡수하고 재빠른 회복으로 차체를 탄탄히 잡아준다. 덕분에 가벼운 차체가 놀라서 꿈틀대는 현상이 덜하다.
2채널 ABS는 믿음직하다. 프론트에는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를 채용했으며, 아직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레버 조작에 따른 반응과 제동력이 충분하다. 더욱이 CB125R의 ABS는 IMU(관성측정장치)와 연동해 최적의 상황으로 작동한다. 125cc의 엔트리급에서 IMU의 채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래도 입문자들이 많이 접하는 기종이기에 이러한 첨단안전장비는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여건과 믿음을 준다. 결국 레저는 즐기기 위함이고, 즐긴다는 것은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마음 편히 행할 수 있다.
60km/h 내외 혹은 80km/h~90km/h내외의 영역까지 CB125R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럽다. 연비도 52.5km/L로 우수하다. 주 무대가 도심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상적인 동력수준이며,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도 소유욕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고속 크루징의 영역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명확하나, 가볍고 민첩하며 안정적인 거동으로 진가를 드러낸다. 매우 다루기 쉽고 간편하다.
엔트리급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만만함이다. 작고 가벼우며 까다롭지 않아 다루기가 수월하기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때문에 입문자에게 더없이 좋다. 입문자에게 적합한 기종의 자격에는 이러한 특성 외에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고배기량으로 넘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등급으로 여긴다면 금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저배기량이라고해서 반드시 저렴할 필요는 없다. 저배기량 모터사이클의 장점과 효율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나아가 고품질의 사양으로 무장해 라이더에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면 이것 역시 배기량을 제외하고도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CB125R의 498만원이라는 가격은 과연 터무니없는 것일까. 분명 쉽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동급대비 고급사양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비롯해 2채널 ABS와 리터급 슈퍼스포츠 급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IMU 등의 전자장비를 생각해보자. CB125R은 입문과 동시에 125cc급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소유욕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몇 되지 않는 기종임에 확실하다.
글
조의상 기자 us@bikerslab.com
사진
김민주 기자 mjkim@bikerslab.com
제공
바이커즈랩(www.bikerslab.com)